아~! 민주지산이여 .....

       일말청산신견분(一抹靑山辛見分)

              이래임학조위군(邇來林壑鳥爲群)

                  객래문아진한사(客來問我塵閑事)

                      소지남산일편운(笑指南山一片雲)

       눈에 보이는 모두가 푸른 산뿐이고

            산골짝 숲속에선 새들만이 오구 가누나.

                  어떤 길손이 나에게 세상일을 물어보면

                       한조각 구름을 가리키며 웃기만 하리라.

   

   2006년 7월 넷째주 토요일 아침

   지속되는 장마 비는

   온 세상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채....

   아직도 무엇을 더 줄 것이 남아 있다고 우리 곁을 떠나지 못하고

   칙칙하게 굴고 있는가.


 

   지난주 호되게 당한 관계로 오늘은 멀리 떠나지 못하고 우리도 남쪽

   영동군에 위치한 민주지산에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산악회 버스를 탓다.

  

   청주를 7시 반에 떠난 버스는 거리가 가까운 관계로 2시간20여분만인

   9시50분이 조금 안되어 영동면 용화면 도마령고개에 도착하였다.


 

   6년 전에 민주지산을 다녀온 나로서는 생각지 못했던 각호산까지 덤으로

   산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게 해주신 기사님께 마음속으로 대단히

   고마움을 느꼈다.


 

   오늘 산행은 당초 계획에도 없었던 도마령고개에서 시작하여 각호산-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을 둘러보고 물한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대략 14km정도 되지 않나 한다.


 

   오늘 같은 날은 각호산 산중척에 위치한 도마령고개(해발800고지)에서

   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힘도 덜 드리고 정상에 오를 수 있으며

   거기에 능선 길을 따라 오래 걸을 수 있기 때문에 껑 먹고 알까지

   먹을 수 있는 여름 산행코스로는 제격인 셈이다.


 

   버스에서 앞서 내린 일행은 어느새 줄행랑을 쳐버려

   숲이 우거지고 일기까지 불순한 관계로 많은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난 항상 그러했듯이 버스에서 내리자 잘은 보이진 않지만

   주변경관은 물론이요, 산행관련 안내문, 등산지도 그림까지 두루

   살펴보고 도마령 바로 위에 건축된 상용정(정자)에 올라

   나그네의 심정까지 토로하고 산에 오르려니 시작부터 허우적거린다.


 

   마음속으론 제발 비나 떨어지지 마라다오 빌면서 꾸물꾸물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시작한 산행은 헉헉거리는 숨을 가르며 30여 분만에 각호산

   7~8부 능선에 위치한 전망 좋은 바위까지 줄에 메달리어 올라 설 수

   있었다.


 

   바위에 올라서니 먼저 도착한 延산벗께서 몸에 좋다며 복분자술 한잔을

   가득 따라주신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달착지근한 한잔 술은

   기분을 한층 상쾌하게 돋군다.

   

   거기에 辛산벗께서도 고량주라며!  한 컵을 가득히 따라 주며

   막무가내로 쭈-우-욱 들으키란다. 하는 수 없이 주~욱 마시니

   술 맛이야 고량주가 최고라지만!

   목을 타고 들어간 술은 <<취후첨배불여무(醉後添盃不如無)요,

   주불취인인자취(酒不醉人人自醉)>>라고 나의 정신을

   금새 혼미하게 만든 듯 기분이야 그만이지만 다리가 후둘 거린다.


 

   동행한 산객들을 먼저 내려 보내고 정신을 가다듬은 후 마지막으로

   찬찬히 내려가고자 조망을 살피며 숨까지 고르고 한참 만에 내려가려니

   앞서간 일행도 10여m 부근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머믓거리며 내려갈 순서를 기다리고 서있다.


 

   후미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난 일행과 휩슬려 후둘 거리는 다리를

   다스리며 20여분 가까이 걸어

   민주지산 능선을 잇는 첫 봉우리 각호산(해발1,176m)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각호산에 도착한 일행들과 정상 표지석을 살피며 기념사진도 찍고

   가지고 온 요기 거리를 나누며 일기는 불순하지만 오길 잘 했다며

   서로서로를 격려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간단한 휴식을 마친 우린 민주지산을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시작이 좋은 관계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리지 않을 예감 속에.....

   구름과 안개로 산속을 휘감아 조망은 좋지 않지만 햇빛이 찌지 않아

   뜨겁지도 않고 거기에 정상을 향하는 능선 길 내내 가슴이 시원할 정도로

   우거져 있는 숲은 걷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었다.


 

   산행한지 1시간 50여 분만에 민주지산(해발 1,241m) 정상에 도착한

   대부분의 산객들은 정오가 채 안되어 점심 먹기가 이른 탓에

   석기봉까지 올라 점심을 먹겠다고 서 두른다.


 

   난 늘 동행하는 산님께서 베푸는 초고파이와 양파쥬스로

   허기를 채운 후 하는 수 없이 3.2km에 달하는 석기봉까지 향하고자

   발걸음을 뛰어 놓기 시작하였다.


 

   몇 발짝을 뛰어 놓았을까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먼저가신 일부

   산객들께서 점심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이 밥을 먹는 것을 보면 허기가 드는 것일까,

   아니면 떡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것일까, 동행하시던 총무님께서

   석기봉까지 가려면 1시간 가까이 더 가야 하는데 허기가 지니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자신다.


 

   동행하는 모두가(4명) 누가 머랄 것도 없이 점심 먹기 좋은 곳을 찾아

   전을 벌린다.


 

   꼬깃꼬깃한 신문지를 상보로 깔고 준비한 음식과 반찬을 그 위에 펼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에서 먹는 밥의 맛이란?

   각자 준비한 한 두어 가지씩의 푸성귀 반찬에 짱아찌 등등 그러하지만

   옛날 임금님이 드시던 진수성찬에 산해진미의 맛도 이만은 못하였으리라

   믿는다.

 

   점심까지 맛나게 마친 일행은 가속 폐달을 밟는다.

   30여분을 달리니 앞서간 일행도 석기봉 못미처에서 허기가 져서

   못 가는지 늦은 식사를 하고 있다.


 

   앞서가던 일행을 뒤로 따돌린 탓에 마음에 여유가 생긴 난 20여m의

   줄을 타고 올라간 바위를 타고 앉아 지나쳐 온 기나긴 길을 뒤 짚어

   보며 앞으로 가야할 길과 산 아래 펼쳐지는 한가한 시골마을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긴다.


 

   산행을 시작한지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대략 10여년을 넘게 하다 보니 기운은 많이 떨어졌지만 마음만은

   여유가 생겨 그럭저럭 즐기고 싶은 것은 다 즐기고 다니는 편이다.


 

   오후가 되면서 구름과 안개가 바람에 빠르게 실려 감에 따라 어두워

   보이지 않았던 산천경개가 한눈에 드러나니 마음까지 상쾌해져

   산행한지 3시간30여 분만에 석기봉(해발1,180m)까지 단숨에 올랐다.


 

   바위가 쌀겨처럼 괴이하게 생겼다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유래되었다는 石奇峰 민주지산의 주능선 중에서

   경치가 가장 빼어나고 조망이 좋은 곳 !!!!!


 

   석기봉에 오른 산객들은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날리지만 난 삼도봉을 향하기 위하여 석기봉 바위벽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와 또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삼도봉까지는 1.4km정도의 가까운 거리로 불과 30여분만에

   도착하지 않았나십다.


 

   삼도봉에 도착한 난 화합의 기념탑에 쓰여 있는 기본적인 내력을

   죽-욱 살펴본 후 동행한 산객들을 꼬드겨 삼도의 안녕과 번영을 비는

   야호 삼창을 힘차게 외치고 내려가기로 하였다.

   먼저 경상북도 김천시를 향하여 산객 5명 정도가 구령에 마쳐 힘차게

   야호소리 외쳤으나 빨리 내려오라는 총무님의 말씀에 따라 급하게

   내려가는 바람에 전라도 무주군과 우리도 영동군을 향한 야호소리는

   질러보지도 못하고 4.4km 남은 내리막길 물한계곡(황용사)쪽을

   향하여 마지막 갈 길을 재촉하였다.


 

   삼마재골 갈림길까지 내려와 물한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비가 자주

   내린 탓에 길이 질퍽질퍽하여 바지가랭이를 더더욱 지져분하게 만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의 바지는 남보다 항상 두 세 곱은 흙 구덩텅이에

   빠진 듯 궂은 날 산행 시에는 늘 흙투성이이다.


 

   1시간여를 내려 왔을까 마침내 힘차게 흐르는 계곡물은 나의 마음을

   뒤 흔들었다. 계곡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등산화를 풀고 물속에 발을

   깊숙이 집어넣는다. 산골짝에서 흐르는 물은 시원함이 가슴속까지

   진동하지만 물속에선 좀처럼 나가기가 싫다.

  

   뒤 꽁다리에 쳐져 어슬렁어슬렁 내려가지만 발은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탓에 한결 부드러워졌다.


 

   늘 그렀지만 동행한 산 벗은 어딘가의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은 탓에

   내려오며 계속 주위를 살핀다.


 

   그럭저럭 내려오니 계곡수를 보전하고자 아래로 내려가며 계속하여

   계곡 변에 철망을 쭉~ 쳐 놓았다.

   그러한 관계로 오늘은 날씨도 우중충하고 발 담근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역시 찾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나 할까,

   계곡물이 만나는 합수 점에 도달하니 철망이 쳐져있지 않은 곳을 발견

   하게 되었다.


 

   계곡을 따라 10여m를 내려가니 그 곳엔 역시 멱 감기에 안성마침인

   용소(목욕소)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훌러덩 풍덩, 계곡물은 차다 못해 시리다, 들어간 지

   몇 분도 안 되어 추워서 못 견디겠다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니 나도 그만하고 대충 나가야지.


 

   목욕까지 마친 우린 좋은 기분으로 마지막 남은 잣나무 길을 통하여

   오순도순 애기를 나누며 여유 있게 내려와

   먼저 내려온 산악회원들의 뒷풀이에 참석하여

   국직국직하게 쓴 땃땃한 두부에 컬컬한 말걸리 한 대포로 회포를 풀며

   6:30분에 걸쳐 1,000이상 고지를 4개나 넘나드는

   태산준령의 민주지산 종주산행일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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