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산님 

편안하신지요?

요즘도 계속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고 계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정모회장님 어총무님 그리고 태달사 산우님들 모두 별고 없으신지요?

백두님 근력 여전히 짱짱하시구요?

요물님과 주왕님  여전히 바쁜 나날 이시겠지요 .

 

가끔 생각이 나지요

웅석봉의 달빛과 백두님의 노랫소리

태극종주길에 만났던 귀한 인연들.

 

 

산을 바라보면 답답해져서 한국의산하 나  동호회 까페는 발길을 뚝 끊었습니다.

 

사실 배가 좀 아프기도 하구요

모두들 거친 산길을 종횡하며 살아가는 날의 기쁨에 젖어 있을 때 전 잿빛도시 한가운데서 답답한 하루를 보내야 하니.

 

 

칩거하다 보니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소식도 궁금하던 차 이렇게 한자 올립니다.

 

살다 보면 이런 저러한 일들이 많이 겪게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건강 하나는 자신했었는데 사고를 당하고 보니 그것 또한 세상일처럼 함부로 장담할게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돌아보는 기쁨과 열정만으로도 만족스럽고 즐거운 세월 이었는데  그 소박한 기쁨도 제겐 분에

 넘친 것이었나 봅니다.

갑자기 멈추어 선 발길이 몹시 당혹스럽더군요

 

 

늘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봄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금씩 산으로 다가 갔습니다.

삼개월이 지나고 나서 사월에 두어 시간씩 산보를 다니다 지난 오월에는 많이 호전된 듯하여 중단했던 호남정맥

주유 길에도 합류를 했었습니다.

호남정맥 길 격주로 두 번 출정하고 딱 일주일 만에 홍도여행길에 올랐다가 다시 허리가 덧나 버렸지요.

 

거의 나아가는 줄 알았다가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로 다시 아파져서 너무 놀랬습니다.

병원에서는 뼈도 잘 아물고 있고 별 이상 없다고 하는데 몸은 여전히 좋지 않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병원에서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처방 받아 먹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예전처럼 산속을 헤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가 컸습니다.

벌써 반년이 되어 가는데 그 때 받았던 충격으로 원상회복이 어려운 건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자신의 몸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답답합니다.

다 자신의 부족함과 조급한 때문이지요

 

4주째 주말을 가만히 집에서 보냈습니다.

올 해는 거친 산길의 추억은 잊기로 했습니다.

세월을 기다리면서 좀 회복되면 마눌과 천천히 명산주유나 할 생각입니다..

 

나의 행복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너무 슬퍼서 오랫동안 나는 그것을 불행인 줄 알고 내던졌다

아이리스 머독이 한 말입니다..

 

다 지나고 나면 한 순간 스치는 바람 같은 것 이고 모두 소중한 세월인데

후회와 한탄에 실어 보낼 수 만은 없는 일이지요.

 

그리운산님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조심 하소서

신문을 보니 영국에서 건강한 신체가 가져다 주는 행복의 긍정적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니

년간  5억 5천이라 하더군요

결혼이 9800만원 밖에 안 된다고 하니 대단한 가치죠.

전 올해 삼억쯤 손해 본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으로 돌아가 

심산 깊은 곳 인적 없는 산길에서 다시 만나 뵙는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