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우에는

휴일 날 별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어제는 송추의 도봉산에 갔었다. 11시 넘어 산행을 시작했으니

오봉에서는 점심을 먹어야 겠는데,

시원하게 조망이 터진 곳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그리하여 찬 바람이 없는 따뜻한 곳을 찾으려고 하면

누군가가 오붓하게 여자와 같이 따뜻한 점심을 즐기거나 아니면

혼자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등로에서 벗어난 한적한 곳은 사람이 없겠지 생각하고 올라가면

웬 인간이 양지바른 바위틈에 박혀 있었다.

마치 따뜻함을 갈구하는 애벌레처럼...


 

그래서 그곳을 지나 내려 오는데 마침 괜찮은 곳이 있어

보따리를 풀고 콩물하고 빵을 꺼내 짭짭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오늘 산에 같이 가자고 문자를 보냈는데

회신이 없었던, 술만 좋아하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얌마! 지금 뭐하고 자파졌냐?” 이렇게 도발적으로 지껄여 보는것도

아주 행복하다!

 


뭉게구름 사이의 하늘은 아주 푸르렀다.
점심 무렵 도봉산의 양지바른 바위틈에는 사람들로 들어차 있다.

간신히 봄햇살이 가득한 바위틈에 이 한 몸도 편안하게 짱박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목적이 없이 빈둥거리는 산행도 때로는 괜찮다 싶다.

이런 여행은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히 계획된 것이 아닌, 가고 싶은 대로 발길을 옮기며

양지 바른 바위틈에 애벌레 처럼 틀어 박혀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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