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5만6천여 명, 십시일반으로 무등산을 사다
무등산의 자연훼손 막기 위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결실
화암계곡 등 무등산 자락 땅 53만3,000㎡ 구입해 등기 마쳐

무등산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시작한 내셔널트러스트(국민신탁) 운동이 광주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기증이나 기부로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을 확보, 영구보전하는 시민운동이다.


무등산공유화재단은 9월 20일 “무등산 공유화운동에 시민 5만6000여 명이 2억여 원의 기금을 조성해 45만3,000여㎡에 이르는 토지를 매입했고 8만1,000여㎡는 직접 기증받아 등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 1998년 군부대 이전 후 식생을 복원한 무등산 중봉 일대.

무등산 공유화운동이 이런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까지 18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무등산은 도립공원이지만 광주시와 전남 화순, 담양 등에 걸쳐 있고 사유지가 많아 난개발의 표적이었다. 1991년 순환도로 건설과 고층 아파트단지 조성 등으로 개발이 시작되자,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이하 무보협) 산하 58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무등산 보전운동이 시작됐다. 그 동안 시민들의 십시일반으로 2억 원을 모아 땅을 구입했다.


무보협은 1999년 무등산운동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을 ‘무등산공유화운동과 내셔널트러스트’라는 주제로 개최하면서 전국의 환경단체들과 연대한 본격적인 공유화운동을 시작했다. 그 동안 회원단체는 ‘무등산 땅 한 평 갖기 1000원 모금운동’ 등을 통해 자연과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 희귀 동식물 서식처와 상수원 보존지역 등을 우선 매입했다. 이들이 사들인 곳은 평두메계곡 13만여㎡, 화암계곡 11만여㎡, 화순군 이서면 일대 1만8,843㎡ 등 45만2,366㎡에 달한다.


기부된 땅도 8만847㎡에 이른다. 2000년 김복호씨가 기증한 동조골 일대 땅 1,408㎡를 시작으로, 2003년에는 진재량씨와 조건국씨가 원효계곡과 용추계곡에 각 3만1,835㎡와 1만6,000여㎡를 기부했다. 2004년에는 우산학원 설립자인 고 최기영씨가 화암계곡 1만9,000여㎡를 내놨다.


무등산 공유화운동 이후, 무등산 정상 일대 군부대가 이전(41만여㎡)하고 원효사지구 원주민촌 철거(3만7,000여㎡), 광주호생태공원 조성(18만4,000여㎡) 등으로 63만여㎡가 복원되기도 했다.


무보협 관계자는 “무등산 사랑운동은 아시아의 문화도시 광주를 대표하는 시민·환경운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긴 했지만 무등산 공유화운동은 초창기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에 비해 최근 몇 년간 답보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관계자는 “이 운동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행정, 기업, 언론, 시민사회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