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님 안녕하세요?

 

모처럼 이곳에 와서 글을 읽고, 하도 답답하여  글을 남김니다

 

저는 gosan21.net운영자로 한국의산하와는 이런 저런 인연이 있습니다. 아울러, 댓글을 올려주신 이광춘 선생님과도 몇번쯤 통화를 하였구요...

 

한솔님의 사연 참으로 딱합니다. 한솔님 말씀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말씀이시고, 댓글 올려주신 이광춘님의 글도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저도 그와 유사한 이유로 여러가지 문제 제기를 해보려고 하였으나, 현실적으로 관련 법규를 고치기는 쉽지 않아 그냥 순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러가지 할 말씀은 많지만 간단히 저의 의견을 올려보니 참고삼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한솔님의 산행은 엄연한 법규위반입니다. 입산금지 기간에 정규등산로를 벗어나 산행을 하셨으니 당연한 결과이지요. 이러한 기간중 극히 드물게 일부의 산악인들이 단속자들에게 걸려 억울함을 호소하게 됩니다. 똑 같은 경로로 산행을 하였는데, 왜 나만 걸려서 벌금을 내야 하는지... 정말 속이 터질 노릇이지요. 제가 똑 같은 경로로 산행을 하였어도 걸리면 똑 같이 벌금내야 합니다. 법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지요. 관리공단 직원의  선처를 바라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습니다. 제 이야기가 너무 야속하다 할지 모르나, 이것이 현실이랍니다. 대부분의 산악인은 입산금지 기간동안 숨을 죽여가며 몰래 산행을 해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기간에 당당히 법규를 위반하고 산행을 하다가 적발된다면, 어쩔수 없이 재수없는 셈 치고 벌금을 내는 것이 서로에게 편합니다. 좀 비싼 산행을 했다고 생각하는게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말씀입니다. 관리공단 직원 입장에서야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줄수 없는 문제이고, 안 걸리면 될텐데 걸렸으니 문제가 되는 거지요. 저도 과거 정말 산에가고 싶어 미칠때, 벌금 낼 각오를 하고 산을 찾았던적이 있습니다. 물론 잘 피해다녀서 다행히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관리공단은 제대로 법규를 준수하고 있는지... 감히 그렇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야간 산행금지 조치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야간 산행을 못하도록 하는 법규는 여러가지 모순이 있습니다. 설악산과 같은 큰 산에서는 이러한 법은 무용지물 입니다. 다들 새벽에 올라가지 않습니까? 서울의 명산 북한산 국립공원을 보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명산이자, 서울 시민들의 뒷산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게다가 야간산행 금지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냐 말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법이고, 상당수 지켜지지 않는 법입니다. 산불금지 기간도 마찬가지 입니다. 과연 이 기간동안 제대로 입산금지가 이루어지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입니다. 두발달린 사람이 어디로 갈지 알고 적발을 하고 입산을 막는다는 말입니까? 결국 재수없게 걸리는 사람만 벌금을 내게 되는 것 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입산금지 기간중 입산허가제(현재는 허가제로 보는것이 타당)가 아닌 방문객수를 제한하는 입산신고제의 운영을 건의해 보기도 하였는데, 이 기간중 합법적으로 입산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몇해전 춘천의 산을 가기위해 팩스로 입산신고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지켜보았으나, 대답은 No~ 결국 1년뒤 입산가능 기간에 산행을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냥 가도 되었을 테지만 배짱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죠 ㅠㅠ 걸려서 벌금을 물게 될까봐서요^^ 그 이후로 관계기관에 절대로 입산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몰래 가고 말지요....

 

1년중 1/4이나 되는 이런 입산금지 기간에 저는 어떻게 산행을 할까요? 우선 국립공원의 허용 등산로를 찾습니다. 두번째, 큰 도시의 뒷산을 찾습니다. 세번째, 자연휴양림이 붙어있는 산을 찾습니다. 네번째, 아예 이름도 없고 사람도 찾지 않는 오지의 산을 찾습니다. 이렇게 산행을 하는 이유는 최대한 단속자들을 피해 산행을 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이 어쩔수 없는 현실이고,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제가 공원급 산을 찾으면서 가장 보기 싫은 문구가 뭔지 아십니까? "과태료 00원", "등산로아님" 이런 표지판이 정말 싫습니다.

 

한솔님의 글을 보면서 안타깝고 관리공단 직원의 처사도 인간적인 면에서 보면 너무하다 생각될만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고 우리는 그 현실속에 사는 인간이라는 점이 이러한 사태를 더 안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결과적이지만, 한솔님께서 이번 산행을 하면서 이러한 부분에 좀더 신경을 쓰셨다면 하는 부분에대해 감히 말씀을 아래와 같이 올려봅니다.

 

우선 산행출발전 오늘 산행할 코스가 법규에 위반되는 코스라는 점을 인지하고 대응할 태세를 갖추었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 좀더 일찍 하산을 결정하셨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산로가 한번쯤 겪어본 길이라면 괜찮으나, 초행길이라면 좀더 하산결정을 일찍 하셨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세번째로, 119에 전화해서 등산로를 물어보거나, 관리사무소에 동일한 내용을 물어보는 것이 좀 비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위도와 경도, 고도를 알려준다고 해서 과연 몇사람이나 정확한 등산로를 안내할 수 있을까요? 정말 그 산을 잘 아는 사람도 위도,경도,고도를 알려줄 경우 등산로를 쉽게 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네번째로, 119에 전화하는 시점이 문제입니다. 핸드폰 밧데리 잔량을 인지했을때 빨리 핸드폰을 끄고, 계속 하산을 하다가 정말 어쩔수 없는 경우에 조난신고를 했어야 한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때, GPS의 전원도 꺼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면 더 좋겠지요. 최후의 조난시 GPS와 핸드폰을 켜고 119에 정확한 위치를 알려 조난신고를 한다면 쉽게 구조가 될수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119에 신고시 GPS좌표를 알려주지 말았어야 했고, 관리공단 직원과 말할때 종주했다는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가야산을 올랐다가 길을 잃었다고 했다면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도 한솔님께서 너무 순수하셔서 거짓말을 못 하신것 같습니다.

 

한솔님께서는 억울하고 국립공원측의 태도에 기가찰 노릇이겠지만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댓글중에 이의신청이나 구제절차를 밟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한솔님의 이번 산행은 인간적으로는 안타깝고 수긍이가지만, 법규를 위반했다는 점은 누가봐도 명백합니다. 종주 코스 자체가 허용 등산로가 아니고, 그러한 내용은 여러 경로로 공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몰라서 갔다고 하는 것은 참작할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법을 몰라서 위반했다고 위반 사실 자체를 없는 것으로 친다면, 이 세상에 어떤 법이 지켜지겠습니까? 게다가 입산금지는 하루이틀 된 법이 아닙니다.

 

한솔님의 억울한 마음이 저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가끔 그러한 문제로 대화를 하다보면 괜히 열이 올라 국립공원측을 욕할때도 있고 잘못된 법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악을 쓰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산림청에 글도 쓰고 이메일도 보내고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법을 바꾸기 전에는 변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산악인이 잘못되었다고 하지만, 현실의 법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쩔수 없이 지킬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생각나는대로 막 쓰다보니 벌써 자정이 지나버렸네요...

 

한솔님, 이번 사태를 비싼 돈을 들여 값진 산행을 하였다고 생각하시고, 빨리 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많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한솔님,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