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까지 짓밟힌 지리산 종주능선
노고단~천왕봉 구간 회복불능 지경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 인근 등산로가 4일 산행객들의 발길에 파인 채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김인수 기자
# 여름휴가철엔 수십만 몰려

노고단~천왕봉 간 지리산 종주 능선이 여름휴가철에 집중되는 수십만 산행객들의 발길에 짓밟혀 상처투성이가 됐다. 지리산 관리공단 측은 "이대로 두면 회복 불능 상태"라고 진단했다.

4일 오후 노고단 고개에서 삼도봉까지 5.7km 구간. 등산로 노면이 산행객들의 등산화에 쓸려 토사가 유실되면서 주변 곳곳의 나무가 뿌리까지 노출돼 있다. 또 등산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은 곳도 등산객들이 계단을 피해 주변 흙길을 이용하면서 노면 경계마저 사라지는 등 주변지역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등산로만 봐서는 이곳이 국립공원인지, 야트막한 도시주변 야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 노고단 정상은 아예 민둥산

노고단 대피소 주변과 정상부는 광범위한 지역이 벌겋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은 지리산 종주를 위한 시발점인 데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야생화 경관탐방으로 인파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샘물이 솟아나 등산객들이 목을 축이고 한 번씩 쉬어가는 곳은 주변환경 훼손 정도가 '파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연하천 일대와 임걸령 주변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 훼손면적도 덩달아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노고단에서 주능선을 따라 8.9㎞가량 떨어진 반야봉 일대. 정상부는 등산객 출입을 막은 지 10여 년이 지나 각종 초본류들이 되살아나면서 생태계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주변 등산로는 사정이 다르다. 등산로 곳곳이 파이고 노면의 흙이 흘러내려 길인지 사태가 난 곳인지 구별이 어려운 상태다.


# 중산리~천왕봉구간 '신작로'

지리산 종주의 시·종점이자 천왕봉 등반의 최단코스로 이용되는 중산리~천왕봉 구간도 등산로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몰려드는 등산객들로 흙길 등산로가 사라져 아예 돌계단을 설치해 놓은 곳이 많지만 이들 지역 주변마저 성한 곳이 드물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남부사무소는 종주 능선 실태조사 결과, 과도한 등산객들로 인해 1차로 훼손된 지역이 복원될 틈도 없이 폭풍우 등 자연적인 영향으로 훼손 지역이 크게 확대되는 등 2차 훼손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리산남부사무소 관계자는 "성삼재 도로 개통 이후 노고단을 통해 종주하는 산행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리산 남부쪽 주능선이 회복 불능 상태로 훼손되고 있다"며 "등산로 정비와 주변 복원공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무소 측은 지난 7~8월 2개월 동안 80여만 명의 등산객이 지리산을 찾았으며, 이 가운데 4분 1가량이 종주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주능선 훼손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제는 지리산 주능선을 종주하는 산행객 총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기사등록일자 [2006/09/04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