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모든 것 지도에 담았죠… 입체지도 만드는 이재곤·김홍국 부부  
“지도에 그려넣을 수 있는 물체들마다 모두 반가운 친구들 같아서 나홀로 백두대간 타는 일이 조금도 외롭지 않았어요. 저와 만나는 이런 것들이 모두 남편이 그리는 지도의 귀중한 재료들이었으니까요.”

지도 제작 전문가 겸 산악인인 이재곤(60) 김홍국(56)씨 부부가 최근 백두대간 전부가 산수화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입체등산지도 ‘백두대간24’를 펴냈다.

‘고산자 김정호의 후예’라는 아내 김씨가 2003년부터 무려 3년6개월 동안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진부령까지 GPS로 샅샅이 측정하며 완주했고,이 자료로 남편 이씨가 한국 최초의 입체등산지도를 완성했다.

40년 전 교과서용 지리부도 제작 일을 하면서 지도 제작과 인연을 맺은 이씨는 1980년에 지도제작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특히 1984년 월간 ‘산’의 등산지도 제작을 전담하면서 20여년간 등산지도만 그렸다. 그동안 책상 앞에서만 500개를 넘는 산의 지도를 그리던 이씨가 직접 산을 타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산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등산지도를 그렸기 때문에 오류가 많았어요. 그래서 직접 현지 답사를 통해 산행 루트 등을 확인하기로 했지요.”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도 남편을 도와 함께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고산자 의 후손이라고 항상 자랑하던 김씨의 재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내가 산을 더 잘 타니까 저와 아내의 역할이 분업화되더군요. 집사람이 산에 올라가 GPS로 정보를 수집해오면 저는 집에서 지도를 그리고…. 저는 또다시 책상물림이 된 거지요.”

이씨 부부는 1992년에 등산지도 제작회사인 ‘고산자의 후예’(www.gosanja.com)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입체지도 제작에 나섰다. 3D그래픽을 지도 제작에 활용한 것도 아내의 생각이었다.

‘백두대간24’는 백두대간이 24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구간당 가로 52㎝×세로 37㎝ 크기로 모두 붙여놓으면 길이만 3m를 넘는 거대한 지도가 된다. 앞면에는 등고선을 바탕으로 산행 루트의 높낮이와 구간거리,그리고 각종 이정표 삼각점 철탑 등은 물론 무덤의 개수까지 상세하게 실려 있다. 특히 지도 뒷면은 지난해 5월 특허를 받은 입체지도 기법인 ‘새처럼 보기’를 사용해 마치 몽유도원도를 펼쳐놓은 듯 백두대간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미 축적된 정보로 휴대전화나 내비게이션용 동영상 지도도 만들 계획입니다.”

부부가 한목소리로 다짐한다. 역시 부창부수다.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