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정책 해부 / 입산통제 부추기는 산악계의 자연보호행사

검증 없는 산불예방캠페인, 휴지 줍기는 입산객 통제정책 유도
텅 빈 새집 보고도 새집 달기 운동해

▲ 도봉산 매립 쓰레기 발굴 현장. 북한산시민연합과 국립공원시민연대 회원 100명은 90개의 마대를 발굴, 하산시켰다.(2005년 10월)
인공새집달기와 산짐승먹이주기 운동을 보자. SBS 2003년 5월 5일 8시뉴스 ‘등산객들 소음에 박새 번식 못해’는 등산로 변에 설치한 인공새집에 둥지를 틀었다가 알을 낳아놓고 등산객 소음에 버리고 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공단 황보현 연구원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변의 인공새집에서는 박새가 알에서 깨어나는 비율도 떨어진다”라고 인터뷰했다.

그런데도 북한산 북한산성마을 진입차도변에는 인공새집들이 매달려 있다. 1일 수백 대의 통과차량과 1만 명의 탐방객이 내는 소음에 새집 속에는 박새가 한 마리도 없다. 북한산성 마을 입구에는 ‘소리치지 마세요. 산새가 떠나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1년 내내 걸려 있다. 산새는 인공새집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바위틈이나 숲속에 둥지를 만들 줄 안다. 산새는 의학연구용 모르모트가 아니다.

인공새집에서는 1년에 한번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부화를 해서 새끼가 자라면 둥지를 떠난다. 1회용인 것이다. 2~5년 이상 된 새집이 지붕과 벽과 바닥이 떨어져 나간 경우를 볼 수 있다. 전국 등산로변에 수천 개가 될 것이다. 산악인들은 빈 새집과 지붕이 떨어져 나간 새집을 보면서도 철거는커녕 새집을 줄줄이 매달고 있다.

겨울철 산새 등 산짐승 먹이주기를 보자. 헬기로 마대에 담은 먹이를 공중에서 떨어뜨리면 눈 속에 묻혔다가 이듬해 눈이 녹으면 드러나 썩는다고 한다. 더구나 항생제를 처리한 먹이를 먹게 하여 깊은 산중의 산짐승도 오염시킨다. 돼지고기 등 먹이를 나무에 매달아 결국은 고양이를 산속으로 유도하여 산새·다람쥐 등 산짐승을 공격하고 산새 알과 산새 새끼를 훔쳐 먹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관청은 행사 날짜를 미리 정하고 폭설 여부와 관계없이 먹이를 뿌리고 있다. 야생 짐승은 폭설에도 먹이를 찾아내는 생명력이 있다. 폭설이 내리면 밀렵방지를 강력히 시행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야생동물 보호운동일 것이다.

이제 산에 휴지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휴지줍기는 어깨띠 두르고 봉지 하나 들고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리면 된다. 등산행사를 겸해서 인원 동원이 가장 수월한 행사다. 또한 쓰레기 치우기라면 국민들과 언론의 호응을 받기 쉬운 일이다.

방송과 신문은 전국 산과 유원지, 해수욕장 등이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는 쓰레기가 별로 없는데도 구석에 쌓여 있는 약간의 쓰레기를 확대 보도한 것이다. 아파트단지 등 주거단지에서 나오는 도시 생활쓰레기를 보고는 등산객도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피서철에 서해 해수욕장을 취재한 모 방송기자는 “밤새 뒤져도 해변에 쓰레기가 별로 없었다. 겨우 억지로 방송 나갔다”고 말했다.

▲ 도봉산에서 열린 환경보호캠페인. 참가자들은 등산로변에 휴지가 없어서 빈 봉지를 들고 하산했다.
등산로변의 쓰레기줍기 운동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 그보다는 땅속을 오염시키고 있는 매립쓰레기를 파내서 하산시키는 일이 급하다. 과거 국립공원사무소가 쓰레기를 하산시키지 않고 매립했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진달래능선 위에 위치한 대동문 일대에서 엄청난 매립쓰레기를 발굴, 하산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시민연합과 국립공원시민연대 회원 100여 명은 도봉산에서 2005년 10월 매립쓰레기를 마대로 90개나 발굴, 하산시켰다.

구기동 대남문코스에서 커피장사를 했던 노인은 이렇게 증언했다. “산속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에게 월요일쯤 공원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며 “공원사무소 직원과 같이 산으로 올라가 산속에 숨겨 둔 삽과 곡괭이로 파묻었다. 사무소 직원은 얼른 파묻으라고 독려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산악계의 자연보호활동은 엉뚱한 제한 조치를 야기시키고, 정당화해주고 있다. 샛길출입금지, 특별보호구 출입금지구역 설정, 산불경방기간 입산금지, 입산예약제 시행, 1일 일정인원 입산제. ‘등산은 미개인의 활동’ 간주로 이어지고 있다.


모범사례

변산반도국립공원관리사무소 “봄가을로 개방해도 아무 문제 없죠”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장 김용무)은 부안군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구분되며. 대표적인 종주코스가 말재~신산봉~관음봉~옥녀봉 코스다. 댐, 폭포 등과 격포·고사포해수욕장이 있다. 이렇게 방문여건이 다양하다. 금년 8월 말 기준으로도 작년에 비해 38%가 증가한 122만 명 정도가 변산반도를 방문하였다.

산불과 안전사고, 샛길출입 등이 예상되었으나 산불경방 기간에도 직원들이 구역분담을 하고, 119구조대와 20개의 자연 마을주민과 긴밀히 협조한 결과 입산을 개방한 작년부터 올해까지 사고는 없었다.

새만금방조제가 금년 말에 개방될 예정이어서 탐방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한 직소폭포 에코트레킹, 내소사 역사문화체험, 바닷가에 형성된 채석강과의 만남 등을 진행하고 있다.


▲ 글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