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정상 계단 설치로 편의 도모

노원구 불암산에 17억 원 들여 안전시설물·산책로·화장실 등 설치
          환경단체, “데크 설치로 인해 암릉 훼손 너무 심하다” 지적

서울특별시 노원구(구청장 이노근)는 9월 초 불암산 정상부에 17억 원을 들여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새 단장을 했다.


노원구는 불암산 거북바위 등 주요 명소에 명소 안내판을 세우고 수락산과 불암산 등산로 방향표지판과 위치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는가 하면 목재 데크길, 체육시설, 정자, 천병약수터 전망 데크, 친환경 화장실 등을 세웠다.


▲ 1.만든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으나 안전시설물 중간 와이어가 완전히 풀어져 있다. 2.정상까지 이어진 나무 데크 계단. 3.바위에 일일이 구멍을 뚫어 정상까지 이은 계단. 4.난간을 지지하기 위한 볼트가 빠져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 시설물이 무색하다.

이 밖에 노약자나 어린이를 위해 산기슭 덕암초등학교에서 양지초소와 학도암에 이르는 2.5㎞ 구간에 횡단형 산책로를 만들었다. 무분별한 산행으로 훼손된 샛길 복구를 위해 경계로프를 이용해 샛길을 차단하고 산 주변에 난립하던 각종 무허가 건물을 철거했다. 경작지 등은 보상 후 식재하는 형태로 산림을 복원했다. 덧붙여 탤런트 최불암씨를 불암산 명예산주로 위촉했다. 이는 불암(佛岩)이란 이름의 한자가 같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노근 구청장은 “지난해 수락산 안전시설물을 정비한 후 산악안전사고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수락산, 불암산을 국립공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암산 정상부의 안전시설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완공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철제 난간은 벌써 기둥 뿌리가 뽑히거나 볼트가 빠져 있었고, 난간 줄이 늘어져 있었다. 이에 대해 상계동 주민 김종철씨는 “이 정도이면 앞으로 몇 달 뒤에는 난간이 부러져 등산객이 다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안전시설물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불암산 정상부는 계단 설치 과정에서 계단을 받치는 기둥을 세우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뚫음으로써 암릉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환경단체의 비난과 함께 주민들의 지적도 나왔다. 정상 암릉이 잘 보이는 다람쥐광장에서 만난 공릉동의 김인숙씨는 “계단이 너무 눈에 띄어 산 모양이 바뀐 것 같다”며 “불암산만의 매력이 없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상에서 만난 김성철씨는 “올해 처음 아들과 등산을 왔다”며 “안전하게 오를 수 있어서 잘 만든 것 같다”며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전시설 설치로 인한 암릉 손상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불암산이나 수락산은 동네 주민들이 등산이란 개념 없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잦은 곳”이라며 “설치과정에서 암릉이 손상된 것은 안타깝지만 더 많은 시민이 안전하게 산행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 출처:월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