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입장료 폐지해야


이번 4월 역시 문화재계는 잔인한 달이었다. 낙산사를 화마로 잃었고, 4월의 마지막 주에는 영국사마저 화마에 소실될 수 있다는 소식에 걱정으로 며칠을 보냈다. 다행히 영국사 스님들과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 월급을 몇 배로 올려줘도 아깝지 않을 소방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인 영국사를 보존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시 5월이 왔다. 세상 돌아감에 어지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산에서 신록을 즐기라고 손짓하기에 5월 첫날 지방의 국립공원을 찾았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가는 곳마다 사람구경, 차구경이 먼저다.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저들의 주머니 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에서 넉넉하지 않은 우리 서민들이 문화생활, 여가생활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곳이라곤 산이 있고, 들꽃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있는 국립공원이 제격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한다. 입장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입장료를 내는 사람들의 질문과 항변이 잇따라서이다. “산에 왔지 문화재를 보러 온 것이 아닌데 왜 무조건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다 내야 하는가” 또는 반대로 “문화재만 보러 왔지 산에 온 것이 아닌데 관람료와 입장료를 다 내야 하는가”라는 항변에 국립공원 쪽은 법과 규정에도 없는 상부 지시임을 녹음테이프처럼 반복하다 보니 계속적으로 시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국적으로 23개 국립공원(해상 포함)의 1년 관람객은 전 국민의 1/5이 넘는 약 880만명이며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의 강제 합동징수’액은 2004년 기준으로 국립공원 입장료 11'8'억원이고 문화재 관람료는 14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경주의 한 사찰은 문화재 관람료만 100억원이 넘으며, 군립, 도립 공원 내 강제 합동징수 내역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강제 합동징수’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1962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기 시작했고, 70년 속리산에서 공원 입장료를 징수했으며, 87년부터 모든 국립공원에서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강제로 합동징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 합동징수는 관련 부처와 기관 간의 일방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지 시민의 여론이나 정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즉 정부기관과 사찰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된다. 또한 문화재 관람료는 해당 문화재의 보호와 수리 등에 사용되어야 하지만 62년 이후 문화재 관람료의 정확한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된 적은 없다.

토요 휴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경제적으로 빈곤한 서민들이 손쉽게 갈 곳은 적은 비용으로 부담 없이 가서 휴식할 수 있는 국립공원이다. 여기에 꼭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지,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책임운영기관으로 해서 돈을 벌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국립공원의 관리상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입장 예약제나 쓰레기종량 무게만큼 비용을 징수하면 될 것이고, 민간 활동가를 활용해도 될 것이다. 더구나 국립공원 관리 인력 대다수가 국립공원을 보존·관리하기보다는 매표와 주차관리에 매달리는 사실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책임운영제라는 천박한 명분이 시민의 문화와 자연 향유권을 막아버리는 통제권으로 남발되어서는 안된다. 한 해 11'8'억원의 국립공원 입장료 수입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전체 예산의 1/10에 불과하다.

국립공원 관리비용은 정부 예산으로 집행해야 한다. 그러면 불교계도 문화재 관람료에 의지하는 욕심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황평우/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출처:한겨레신문 5.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