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5일 (수요일)

◈ 산행일정

서울역(06:00)
대전역(06:49)
덕곡제(08:09)
등산로입구(08:40)
지능선(09:42)
향적봉(10:43)
설천봉(10:58)
1232.0봉(11:43)
검령(12:08)
두문산(12:58)
폐묘(13:16)
사거리안부(13:20)
891봉(13:29)
안성치갈림봉(13:39)
845봉(13:47)
단지봉(14:28)
치목치(15:12)
전망대바위(15:45)
적상산성(16:16)
1005봉(16:21)
안렴대(16:28)
향로봉(16:52)
서창매표소(17:56)
대전역(21:40)
서울역(22:40)

◈ 산행시간
약 9시간 47분

◈ 동행인
높은산, 곰발톱

◈ 산행기

- 덕곡제
교통편이 여의치않아 몇해전부터 미루어왔던, 덕유산과 적상산을 연결하는 산행을 고속철도를 이용하여 당일로 하기로 한다.
대전역에 먼저 도착한 높은산님과 만나 곰발톱님의 승용차로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무주인터체인지로 빠져 나간다.
19번국도를 타고 동엽령의 입구가 되는 안성으로 향하다 두문리로 꺽어들어가 덕곡제가 시작하는 비포장도로에 도착하니 이제서야 아침이 깨고있다.
넓직한 임도를 올라가면 다리가 있는 곳에 관리사무소에서 철망으로 막아놓은 들머리가 나오고 작은 계곡으로도 맑은 옥수가 퀄퀄 내려온다.
1232.0봉으로 이어지는 왼쪽 소로로 잘못 들어간 곰발톱님을 20여분 기다리다가 산으로 들어가니 비어있는 텐트 한동이 나오고 산죽지대가 시작된다.



▲ 덕곡리 계곡


- 향적봉
잔돌 밟히는 등로를 올라가면 곧 첫 계곡을 만나며 갈림길이 나오지만 표지기들이 붙어있는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서 산죽사이로 완만한 길을 따라간다.
돌탑이 서있는 옛 집터들을 지나고 계곡을 한번 건너니 물줄기는 끊어졌다 나타나고를 반복하며 점차 수량이 적아진다.
정적에 묻혀있는 고즈넉한 산길을 이리저리 돌아 올라가면 완전히 말라버린 계곡으로 등로가 이어지고 가파른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구슬땀을 흘리며 쓰러진 거목들을 넘어 저수지의 오른쪽으로 뻗어나가던 지능선에 오르니 너른 산죽지대가 나타나고 덕곡제가 내려다 보인다.
좁은 공터 삼거리에서 소주 한병으로 추위를 달래고 산죽숲을 따라가면 암봉을 우회하며 등로가 이어지지만, 바위들을 잡아가며 암릉을 오르니 덕유 주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고사목사이로 덕곡리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잡목과 소나무들을 헤쳐가며 암릉들을 오르내리고 잔설이 깔려있는 너덜지대를 타고오르면 앞이 트이며 향적봉과 산장사이의 헬기장이 나온다.
찬바람 불어오는 향적봉(1610.6m)에 올라 주위의 산봉들을 둘러보니 아득하게 보이는 남덕유산이 손짓하는듯 하고, 적상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너머로는 뭉게구름이 아련하게 피어 오른다.



▲ 암봉에서 내려다 본 덕곡제



▲ 헬기장에서 바라 본 덕유 주능선



▲ 향적봉 정상



▲ 향적봉에서 바라 본 수많은 산봉들



- 1232.0봉
나무계단을 타고 미끄러운 진흙길을 내려가 리프트스테이션이 있는 설천봉으로 가보면 스키장 시설로 마구 깍여져 나가고 수려했던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산객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보며 휴게소뒤로 목책을 넘어가면 리프트옆으로 다시 산죽길이 이어지고 간간이 표지기들도 보인다.
헬기장을 지나고 밧줄이 설치된 바위지대를 넘으니 등산로안내판이 나오며 계속 이어지는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뚝 떨어지면 경고판이 서있는 주목지대가 나오는데, 몇백년 자라온 멀쩡한 주목들은 하찮은 스키장을 만든다며 다 죽여버리고 이제사 몇그루 안남은 주목을 지킨다고 난리이니 정말 후손 대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전망대휴게소가 있는 1232.0봉으로 내려가니 평평한 곳에 삼각점이 있고, 골프장의 푸른 잔디밭이 있는 검령을 지나서 두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잘 보이며, 적상산은 너무나 가까워 종착점에 금방 도착하리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 1232.0봉


- 두문산
서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아름드리 적송군락들이 보이고 능선이 애매한 펑퍼짐한 산길을 타고 내려가니 이정표가 서있는 검령이 나오는데 덕유산까지 3.5km, 시설지구까지 8.5km로 적혀있고 적상산까지도 아직 13.5km나 남아있다.
바람 잔잔한 곳에 앉아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물을 끓여 더운 커피도 한잔씩 마시니 움추러들었던 몸도 풀리고 기운이 나지만 흐린 날씨가 이어지며 숲은 을씨년스럽다.
소나무지대를 따라 참호와 교통호들이 파여있는 봉우리들을 넘고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두문산(1051.0m) 정상에 오르니 억새들이 가득하고 삼각점너머로 우뚝 솟은 적상산이 보인다.
평평한 풀밭에 서면 향적봉에서 내려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김해산으로 갈라져 나가서 성지산과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길다란 북동능선은 조만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 검령



▲ 두문산 정상에서 보이는 적상산



▲ 두문산에서 바라 본 향적봉



- 단지봉
북서쪽으로 꺽어져 낙엽덮힌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면 폐묘를 한기 지나고 또 다른 묘를 지나서 두문리와 장자동을 잇는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넘는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힘들게 오르고 묘지 한기가 있는 891봉에 올라서니 국립공원 표시석이 쓰러져있고 특징없는 잡목숲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녹슨 이정판이 서있는 안부를 넘고 노전봉과 안성치로 이어지는 봉우리를 지나, 멀리서부터 흙더미가 보이던 845봉에 오르니 허물어져 가는 묘지가 있으며 평평한 단지봉이 비로서 앞에 모습을 보여준다.
잡목들을 헤쳐가며 801봉을 넘고 노송들이 서있는 736봉을 지나서 삼각점이 있는 단지봉(769.3m)에 오르면 벌목이 되어있어 조망이 좋으며, 적상산은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이지만 급경사를 이룬 능선에 일단 기가 죽는다.



▲ 845봉에서 바라 본 덕유산 북릉



▲ 단지봉 정상



- 적상산
베어진 나무들을 피해 정면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니 다시 지루한 낙엽길이 이어지고 발밑으로는 웅웅거리는 차량소리와 함께 49번 지방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잘 보인다.
치목터널이 지나가는 안부를 넘어 성황당처럼 돌무더기들이 쌓여있고 참나무 고목 두그루가 지키고있는 치목치를 지나면 적상산을 향하는 마지막 오르막이 시작된다.
쭉쭉 미끄러지는 낙엽들을 밟고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가면 바위지대들이 나타나며 절벽같은 급사면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진땀을 흘리며 앞이 탁 트이는 전망대바위에 올라서니 지나온 산줄기가 한눈에 들아오고 귀목리일대의 도로와 마을들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낙엽에 빠져가며 암봉들을 휘돌아 오르면 적상산성이 나타나고, 완만해진 산길따라 1005봉 바위절벽에 서니 고사목너머로 석양에 물들어가는 덕유산 북릉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이정판이 서있는 안국사 갈림길을 넘어서 감시카메라가 있고 의자들이 놓여있는 안렴대에 오르면 가야할 향로봉이 눈앞에 보이고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반질반질한 등로를 따라서 지형도상의 적상산(1029.2m) 정상으로 생각되는, 통신소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서창 하산로를 넘으니 참아주었던 빗방울이 한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 적목치



▲ 전망대바위에서 바라 본 덕유산



- 향로봉
산 꼭대기에 있는 특이한 적상호를 내려다 보며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향로봉(1024m)에 오르면 1034m라 쓰인 정상판이 서있고 서창쪽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김밥 한줄에 남은 소주를 마시며 오동재로 내려가 694봉을 오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등로가 편한 서창으로 내려가기로 합의한다.
갈림길로 돌아가 컴컴해진 등로를 따라 장도바위로 내려가니 후두둑거리며 차가운 겨울비가 제법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정표들을 보며 이리저리 휘어지는 산길을 따라가면 텅 빈 매표소가 나오고 음식점앞의 수도가에서 땀에 절은 얼굴을 대강 딱는다.
서창마을에서 마음씨 좋은 농부의 차로 적상면소재지로 내려가, 차량회수를 위해 택시를 탄 곰발톱님을 기다리며 허름한 가겟집에 앉아 찬 캔맥주를 마신다.



▲ 향로봉의 정상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