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이야기(18) - 무등산(無等山)

부드러운 능선 곳곳에 기암이 얹혀 있는 광주의 진산, 무등산
 

 
 
▲ 서석대 능선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무등산

광주의 진산(鎭山)이자 모산(母山)인 무등산(無等山·정상 천왕봉 1186.8m)은 광주시내 중심에서 정상까지 직선거리 10km 안팎으로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그 무등산 자락이 낮게 흘러 길게 뻗어나간 곳이 광주시이기에 무등산을 보며 꿈을 키우고 슬픔을 삭이며 살아온 광주 시민들에게는 무등산을 벗어난 삶이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높이를 헤아릴 수 없고 견줄 만한 상대가 없어 등급을 매길래야 매길 수 없다는 뜻이 무등(無等)이다. 그렇다고 무등산은 결코 위압적이지도 거칠지도 않다. 동서남북 어디서 보아도 호남 들녘에 솟은 달덩이처럼 넉넉한 인상을 풍기는 산, 그것이 바로 광주인의 숨결이 서려있는 무등산이다.

광주뿐 아니라 화순과 담양땅으로도 산자락을 길게 뻗고 있는 무등산. 예로부터 산세가 뛰어나기로 이름나 있었는데, 이는 무엇보다 전형적인 육산 곳곳에 기암이 얹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등산은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의 삼대석경으로 유명하다. 저녁 노을에 반짝이는 광경이 ‘수정병풍’ 같다는 서석대(瑞石臺), 정교하게 깎아낸 돌기둥들을 세워놓은 듯한 입석대(立石臺), 옥을 깎아놓은 것 같은 절경의 규봉(圭峰) 광석대가 그것이다. 그외에도 임금의 옥새를 닮았다는 새인암(璽印岩), 그리고 산사면에 나무 한 그루 없이 큼직한 바윗덩어리들만 시원스레 널린 덕산너덜과 지공너덜 등 산 곳곳의 기암과 너덜이 산을 한층 멋스럽게 꾸며주고 있다.

기암괴석외에도 봄철 원효계곡과 용추계곡의 진달래, 여름철 증심사계곡 일원의 녹음, 가을철 장불재와 백마능선의 은빛 찬란한 억새 물결, 그리고 겨울철 가냘픈 억새 줄기에 피어나는 빙화(氷花)와 설화(雪花) 등 무등산은 계절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산이다. 전라남도는 이렇게 풍성한 자연자원을 보유한 무등산을 197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또한 아름답고 후덕한 무등산의 산세는 남도 문학을 화려하게 꽃피우는 데 큰 힘이 됐다. 조선 민간정원의 전형이라는 소쇄원(瀟灑園), 조선시대 가사문학을 대표하는 송강 정철이 시가를 읊은 환벽당(環碧堂)과 식영정(息影亭)을 비롯해 독수정(獨守亭), 취가정(醉歌亭), 풍암정(楓岩亭) 등 시인묵객들이 시심을 풀어놓던 정자들이 이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고 무등산이 시인묵객들의 보금자리 역할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고려 말 명장 정지(鄭地) 장군을 모신 경렬사(景烈祠), 간신의 모함으로 29세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충장공 김덕령(金德齡) 장군의 사당인 충장사(忠壯祠), 정묘호란 때 충신 전상의(全尙毅) 장군의 사당인 충민사(忠愍祠) 등 순국선열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적이 많이 있어 가히 문무를 겸비한 산이라 할 수 있다.

무덤 형태의 전형적인 홑산인 무등산은, 통일신라 때 무진악(武珍岳) 또는 무악(武岳)으로 표기하다가 고려 때 서석산(瑞石山)이란 별칭과 함께 무등산이라 불리었으며, 이 밖에도 무당산·무덤산·무정산 등 여러 산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참고 조선일보, 월간 산, 한국의 산하 등

 

   등산 코스
무등산은 대도시 산답게 거미망처럼 얼기설기 길이 많다. 무등산 산행기점은 광주 쪽 증심사·원효사지구(산장)와 지산유원지, 화순 쪽 수만리·안양산 자연휴양림, 이서초등학교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기점은 광주시내에서 대중교통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증심사와 원효사로, 다른 지역 등산객 역시 대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산행을 즐긴다. 화순 쪽 코스들은 시내 쪽에 비해 훨씬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으나, 접근 교통편이 불편해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정상인 천왕봉과 북릉을 거쳐 꼬막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군시설물 보호를 위해 입산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정상 산행은 접근이 가능한 최고 지점 서석대(1100m)를 목표로 잡는다. 무등산은 유난히 산중 곳곳에 샘이 많아 산행 중 식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①등산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증심사 기점 ② 무등산의 전모를 살피는 허릿길 ③ 장쾌한 조망이 일품인 중봉 능선길 ④ 원효사 기점 코스 등으로 다양하다.

 

 

MTMD-02.jpg

▲ 등산지도

일 시

2004년 12월 19일(일) 10:10 - 17:04 (6시간54분, 휴식 1시간35분 포함), 약13km)

날 씨

맑은 후 흐림

코 스

무향촌식당주차장(10:10)→증심사지구주차장(10:18)→문빈정사(10:28)→증심교갈림길(10:34)→토끼등(11:14-11:16)→봉황대(11:26)→천제단(11:30-35)→백운암터(11:47)→중머리재(11:59)→용추삼거리(12:28)→장불재(12:39-58)→입석대(11:07-23)→서석대(13:40)→서석대 아래 억새숲에서 점심(14:13-36)→중봉(14:50)→통신소(14:54)→동화사터(15:14)→토끼등(15:50-55)→약수터(16:02)→증심사(16:27-45)→문민정사(16:50-55)→무향촌식당주차장(17:04)

동 행

반려와 나

 

무등산으로 가는길

 

어제 밤 잠자리에 들기전까지만 하여도 오늘은 밀린 여행기나 정리하면서 집에 머물기로 하였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이미 깊어질 때로 깊어진 산사병(山思病)은 우리의 발길을 산으로 향하게 한다. 이번에는 광주의 무등산으로 초도 산행을 간다. 집을 출발하여 계룡IC로 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하다. "오늘 얼매나 따실라꼬 안개가 이리 마이끼노" 하면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다행히 안개가 걷힌다. 계룡과 벌곡사이의 고속도로 주변 산기슭의 나뭇가지는 밤새 서리를 맞아 눈이라도 내린 듯 하얗게 단장을 하고 있다.

 

광주톨게이트를 지나 동광주IC에서 직진하면 사거리를 2개 지나 제2순환도로로 접어드는데, 이 도로를 달려(두암IC로 빠지면 원효사 지구) 산수터널, 지산터널을 지나 학운IC(통행료 1,000원)로 내려 좌회전하여 조금 올라가면 주차장인데, 휴일이라 차가 조금 밀린다. 산행후 식사를 하고 갈 요량으로 주차장 가까이에 있는 식당에 주차를 한다.

 

 집출발(08:00)→계룡IC(08:15)→광주톨게이트(09:30)→동광주IC(09:43)→산수터널(09:49)→지산터널(09:50)→무향촌식당주차장(10:00)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무등산을 오르다.

 

무등산 등산로중 대표적이면서도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는 증심사 기점의 원점회귀식 산행을 하기로 했다. 남도 본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많은 산행객들과 더불어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증심사 지구에는 산길이 여러 가닥 나 있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개인의 취향이나 능력에 맞춰 걸으면 되는 곳이다.

 

증심사주차장 부근 식당에서 (10:10) 출발하여 증심교에서 산행 시작 (10:34) 휴일 증심사주차장 도로변에 오늘의 벗님을  기다리는 산행인파 사이를 지나 버스종점 약 500m 위의 증심교(해발 150m)에서 왼쪽 길을 따라가다가 바로 오른쪽 아치형 철다리를 건너 능선을 따라 토끼등으로 오른다. 토끼등으로 가는 길은 잘 정비된 계단길이다. 토끼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오늘의 하산로가 될 덕산너들과 805.2봉을 조망해보고, 오른쪽으로 허릿길을 탄다. 이 길은 봉황대약수를 거쳐 중머리재(586m)를 거쳐 장불재에 올라서는 길이다.

봉황대 약수(11:26)를 지나 사거리에서 200미터 지점에 있는 천제단을 둘러보고 잠시 휴식을 한 후, 중머리재로 향한다. 무등산의 여유로운 허리길, 풍부한 식수, 널찍한 휴식 공간을 보면서 호남의 넉넉한 인심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백운암터를 지나 해발 586미터에 위치한 중머리재(11:59)에 오르니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산행로가 여러갈래로 나누어진다. 중봉, 백마능선, 서인암, 서석대 방향을 조망한 후, 우리는 장불재로 향한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를 향하는 길도 대체로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여기서 약 30분 오르면 용추삼거리(12:28)인데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 된다. 용추삼거리를 지나 약 10분정도 오르면 장불재(12:39)에 도착한다. 장불재에 가까워지면서 중장비의 엔진음 속에서도 낭낭한 창(唱) 소리가 들린다. 역시 남도 예술의 본향이라는 생각이든다.

 

평원처럼 넓직한 장불재는 해발 900m대의 고원 능선으로 여름에는 초원으로, 가을에는 억새로, 겨울에는 설화나 빙화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장불재 남쪽 KBS 중계소를 지나 남동쪽으로 뻗은 능선은 가을철 억새가 활짝 팰 때면 광야를 달리는 준마의 허리를 보는 듯하다 하여 백마능선이라 불린다. 5월이면 철쭉이 화려하게 수놓기도 하는 백마능선을 따르면 수철리 쪽 등로나 안양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고 한다. 멀리 서석대와 입석대의 직벽들을 조망하니 "역시 절경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규봉의 광석대를 볼 수 없음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불재에서 기념과 휴식을 한 후 입석대로 향한다.

장불재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 약 15분 정도를 오르니 곧 입석대(13:07-23)에 도착한다. (해발 1,017 m/ 서석대 0.5K, 장불재 0.4K) 아래 장불재에서 볼때에는 입석대까지 꽤 먼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외로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 같다. "와아!" 정교하게 깍아낸 육각형 기둥 바위들. 옛날 가뭄이나 전염병이 극심할 때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곳!  이곳은 바람을 피할 수 있으며, 병풍같은 바위 바로 앞에 넓은 공터가 있는 지형적 특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입석대에서 기념을 하고 서석대를 향한다. 입석대에서 서석대까지도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능선길이 이어지며 약 15분 정도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서석대 능선 상부(13:40)에 오르니 산행길은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군사시설지역으로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북쪽으로 멋진 풍광의 무등산 정상 천왕봉(1,187 m)이 선명히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이곳에서 조망과 기념을 하고 서석대 기암군을 향하여 내려 간다. 가까이에서 서석대 주변의 기암군들을 조망하고 중봉을 향하여 내려가다가 늦은 점심 식사를 한다. 조금더 내려가면 옛날 군부대입구를 만난다. 여기서 중봉으로 가는 길은 억새밭길로 복원되어 있다. 중봉에서 주위를 조망해 본다.  중봉능선은 장쾌한 조망과 가을철 억새로 이름난 능선이다. 중봉(915m) 능선을 따라 통신소를 지나 805.2m봉 직전 삼거리에서 동화사터를 거쳐 토끼등으로 내려가는 산비탈에는 큼직한 바윗덩어리들만 널린 덕산너덜이 장관이다.

 

토끼등에서 증심사까지는 약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잠시 경내를 구경하고 아기자기한 재래식 식당과 상가를 지나 아래쪽에 있는 문빈정사도 둘러보고 식당주차장에 도착하였다.(17:04)

오늘 하루내내 무등산의 넉넉한 품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걸었다. 광주의 어머니 산은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남도의 멋을 간직한 풍요로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_^

 

 

 

 

▲ 증심교 들머리(토끼등 방향으로) ▲ 토끼등 오름길

 

 
 
▲ 봉황대 갈림길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천제단 모습

 

 
 
▲ 백운암터에서 중머리재로 오르는 허리길 등산로

 

 
 
▲ 중머리재(해발 586m) 이정표와 중봉 능선

 

 

 

▲ 중머리재에서 중봉과 서석대 조망

 

 
 
▲ 중머리재에서 서인봉 조망

 

 
 
▲ 중머리재 - 장불재 오름길에서 서석대 조망(줌인)

 

 
 
▲ 장불재 해발 900m

 

 

 

▲ 장불재에서 규봉(해발950m) 조망

 

 
 
▲ 장불재에서 서석대(좌), 입석대(우) 조망

 

 

▲ 장불재에서 입석대 조망

 

 

 

▲ 입석대 중심부

 

 
 
▲ 입석대를 지난 능선에서 장불재와 KBS, KT 중계소, 백마능선  조망

 

 

 

▲ 서석대 능선에서 천왕봉(정상) 조망

 

 
 
▲ 서석대 하산로에서 중봉(바위에 가려짐), MBC,KBC 통신소, 805.2봉 능선길 조망

 

 

 

▲ 서석대 아래의 기암군

 

 
 
▲ 가까이서 본 서석대의 모습

 

 
 
▲ 서석대 아래 하산로에서 중봉, MBC,KBC통신소 조망

 

 

 

▲ 서석대 아래 하산로에서 중봉(해발 915m) 조망

 

 

 

▲ 중봉에서 서석대와 천왕봉 조망

 

 
 
▲ 중봉에서 805.2봉(동화사터)으로 가는 능선길

 

 

 

 

 

▲ 너덜겅(동화사터-토끼등) 상부 모습 - 덕산너덜 ▲ 너덜겅(동화사터-토끼등) 하부 모습 - 덕산너덜

 

 

 

▲ 증심사에서 새인봉 조망

 

 

 

 

 

▲ 증심사 일주문 ▲ 증심사 대웅전(내부 보수중)

   

 

 

 

 

▲ 문빈정사 일주문 ▲ 문빈정사 대웅전

 

무등산을 뒤로하고

 

증심사 주변에는 유명한 보리밥집이 많은데 우리의 백마를 주차한 무향촌 식당에도 남도의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보리밥을 맛볼 수 있었다. 1인분 5천원에 먹을 수 있는 보리밥을 주문하면 산채나물은 물론이고 열무쌈, 파전 등 25가지나 되는 음식들이 나온다. 늦은 점심에도 불구하고 맛갈스런 남도의 음식으로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계룡으로 향한다.(18:00) 졸음 운전을 막으려는 반려의 재롱을 들으며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계룡에 도착했다.(20:00) 끝.

 

 

▲ 보리밥 저녁상

 

  흐르는 곡  :  김연숙 - 모닥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