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12월 18일 (아침에 비 올것 같더니 오후에 갬)

누구랑: 북한산연가팀 첫돌기념산행을 따라서....

 

북한산하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중, 고등학교시절 소풍으로라도 가게되는 산이다.

전철역에서 접근이 용이하여 교통이 비교적 편리하고

당일산행으로 사랑받는 가까이 있는 산....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풍으로도 몇번을 다녀 왔었고

그 후에도 취사가 허용되던 시절에는 북한산장 앞

뜨락에서 취사를 하며 청춘남녀들의 자리를 주선하기도

여러번이었다.

그때는 왜 산에서 남녀가 만났는지.....

그 무거운 먹거리를 가지고도 진바지에 운동화차림으로 날았는지....^^*

 

이상한건 수 없이 북한산을 다녔지만

항상 4.19탑이거나 정릉 아니면 도선사코스였다.

 

요즘도 처가가 수유리여서 주로 아카데미하우스근처에서

올라 대동문을 거쳐 백운대, 도선사코스가 주류를 이룬다.

동장대나 백운대에서 조망을 하면 멀리까지도 보이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풍경이었다.

 

그랬던 나에게 엊그제 북한산행은 단정지어졋던 북한산의

개념이 완전히 새로워 졋고 그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 나는 역시 껄렁한 산꾼^^*"

 

내가 늘 보아 왔던 그 이면의 북한산은 내가 아는 북한산보다

훨씬 더 컸으며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었다.

내가 왜 지금까지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었을까?.......

습관처럼 익숙해진 코스만 선호해서?

주거환경 때문에?

핑계는 되겠지만 귀결은 역시 아직은 풋내기 산꾼.....

 

기자촌에서 오르는 이번 코스는 차치 해 두고라도

기자촌을 처음으로 가 보았다.

이곳도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생경하게 다가왔다.

같은 서울인데도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이라서

와 볼기회가 없었다.

 

서울은 넓기도 하구나....^^*

 

연가팀이 버스종점에 속속 모여 들고

나는 왠지 구면인 선배분들이 많긴 하지만 다소 서먹 하였는데

나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인사를 건넨다.

반바지 차림이 아니어서 잘 몰랐다는 분도 계시고.....

 

"한국의 산하 위력이 대단하군.   사진으로 노출 빈도가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연가팀들과 어울려 산행을 하였지만

지명 보다는 주위 풍광에 취해 마음은 환희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암릉과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렬....

문득 이 아름다움이 사람들이 있어 더 빛나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연가팀의 여성회원 분과 운해선배님의 릿지시범을 보고

암벽을 기어 오른다.

우회 코스도 있었지만 바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읽은 적이 있어

보약을 먹는 심정으로 바위에 붙었다.^^*

 

몸은 날렵하진 못하지만 겁이 없는 체질이라서 큰 무리없이 통과 한다.

사모바위 아래 아찔한 절벽을 아래로 내려서면서 운해선배님에게서

특별 개인레슨을 받고 올라 오는데 여성산님은 원래 릿지꾼아니냐고 묻는다.(어깨으쓱^^*)

 

"오만은 금물!!!"

 

주변엔 시들어 드라이 풀라워가 된 국화 꽃다발이 있었다.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산님이 계신것 같아 가슴을 아리게하고

안전산행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너른터에서 함께하는 식사는 장관을 연출한다.

왁짜하게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또 다시 문수봉 릿지구간

우회를 할 것인가?

릿지를 할 것인가?

산행대장님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내 발은 이미 릿지구간으로....

말로만 듣던 피아노구간도 겁먹지않고 통과

정상에서 보니 올라 온 코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 혹시 내가 스파이더 맨?"

 

대남문이 보이고 성벽을 따라 저 멀리 익숙한

예전의 북한산이 나를 보고 웃음 지으며 얘기한다.

 

" 잘 보았지 나는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답지?    잘 알고 다녀....."

 

" 네   제가 당신의 한쪽만 보고 이면의 아름다움은 모르고 있었나이다.    앞으로  사랑 해도 될까요?"

 

대남문에서 구기동으로 하산하여 1주년 기념식과 뒤풀이를 하였다.

그 집은 내가 가끔씩 가는 곳이라서 익숙하였고 연가팀들이 살갑게 대해 주어서

불콰해 질때까지 즐거운 여흥은 이어졌다.

 

이 자리를 빌어 북한산연가팀 첫돌을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산001선배님 이하 운영진, 연가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고

북한산을 사랑하게 될것 같은 즐거운 예감을 갖고 산행을 마친다.(설악산에 가시거든 소문 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