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4일 화요일 날씨 맑음.
민주지산 1242m : 충북 영동, 전북무주, 경북김천.
도마령 - 각호산 - 민주지산 - 석기봉 - 삼도봉 - 물한계곡 - 한천주차장.
산행시간 : 5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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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지산은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을 거느린 명산으로
옛 삼국시대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루었던 산이기도 하다.
민족화합을 상징하는 삼도봉(三道峰·1,177m)은 민주지산(岷周之山·1,242m)의 한 봉우리로

충청, 전라, 경상도를 아우르는 분수령. 북에서 내려온 산줄기를 받아 한줄기는 대덕산으로

가르고 다른 한줄기는 덕유산으로 갈라 지리산과 맥을 이어준다. (한국의산에서 일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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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말이 가까워오며 12월에 장거리 산행은
이제 마무리가 되어야겠기에 아쉬운 맘에 전날 늦은 예약을했다.

새벽에 일어나기 싫어 꿍깃꿍깃;; 이젠 점점 게을러져 산에도 못 다닐라나보다.
버스에 올라 이리꿉뻑,저리꿉뻑, 둔한 아지매 앉아서 잠도 잘 잔다.
꼬불거리는 길 모양새로 보아 목적지에 거의 다 온 것같다.
사돈 남 말 했더니 이번엔 내가 부시럭거린다, 신발끈도 묶고, 모자도 눌러쓰고,,, ㅎㅎ~

10시.
고자리재(도마령)에 내려 나무계단을 밟고 오르니 새로지은 팔각정이 단청을 기다린다.
밑그림을 그린걸로 보아 아마도 따뜻한 봄이오면 오색의 화려한 옷을 입을거같다.
힘든척 안하구 가뿐 숨도 감춰보구, 씩씩한 척 오르는디 이삔숙녀^^* 다 따라잡는다.
새로 산 스틱을 잡고가면 산 잘 탈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넹~;;

" 남들은 좋은 신발 신었더라" 애들아빠한티 얘기했더니

잘허믄 사 줄것도 같던디 " 관두소"  해야 할꺼같다.

비싼 신발신고 맨날 꼬래비 줄에나 서믄  존심 상할거 아닌가베;;

한땀 흘리고서 암릉의 각호산에 올라서니 기분 '짱' 이다.
내 컴 스승이(울 딸래미) 쓰다 준 중고 고물 디카! 햐;; 이게 워디여,
앞 주머니서 꺼내 요눔을루 증표두 냉겨본다.
밧줄타구 몇군데 불편하게 내려오니 그다지 높지않게 오르락 내리락 길로 이어진다.

이런길도 힘들어서 쩔쩔매는 아지맬, 차마 두고 못 가시는 윤사장님.
" 아저씬 이 시대의 멋쟁이 신사셔유~!"

여기서 지도를 잘 봤어야 했다.
아침에 나눠준 지도엔 마애불과 샘물 표시가 알기쉽게 되어 있었는데,,,
석기봉을 얼마 앞두고 왼쪽으로 암벽에 얼음이 꽁꽁 얼었고 로프가 걸쳐져있다.
선두 이대장님이 깔고 가신 캠프 표지는 오른쪽 방향으로 얌전히 깔려져있고,,

예까지 오느라구 진풀 다 빠져버렸다. 몇 발자욱 내려가다 고개를 쭈욱~빼고 낼다보니,
산죽 길바닥은 녹아서 질펀했고 그길은 돌고~ 돌아서 더욱 길게 보여 힘들것 같았다. 하여,
소녀 : 아저씨! 그럼 이 왼쪽길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유?
아저씨 : 글쎄~;; 그럼 아까 그길로 다시갈까?
소녀: (좋아서) 넵!!

얼음은 생각보다 엄포만 줫을뿐, 옆으로 비켜가니 하나두 안 위험했다.
응달이라 길도 질퍽하지 않았다. 그리구 쉽게 올라왔다.
" 선두 두 아마 요리루 올라가구 이정표만 조리루 깔아놨을껴;;" ㅋㅋ. 나두 약았지 땡 잡았당,
석기봉에 올라가니 태극기는 바람이 없어 펄럭이지도 못하구 축 늘어져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며 흠흠;; 거리고 있는데 내앞을 훨씬 앞질러가신 아저씨가
그제서야 올라오시며 우릴 보시더니 어느새 올라 왔냐구,,, 의아해 하신다.

그래서, '땡' 잡은 얘기를했더니, 그 아저씨가 오신 그쪽 길엔 마애불도 있고 

이 높은 곳에 어떻게 샘이 있는지 물도 마셨다고,,,  오잉?
에구;;  요놈의 잔머리;;
마애불이야 이담에와서 보면 된다지만 그 아까운 샘물 한바가지 퍼 마셨더라면
내 오늘

아퍼죽것는 위장병이 뚝;; 떨어졌을꺼인디,,,   내 아까운 보약 한사발 우짜믄좋노~! ;;

제멋대로 다니는 말 안듣는 오십소녀, 뉘우치면서 복창한다.
" 난 왜 이럴까, 난 왜 이럴까, 난 왜 이럴까, "
" 담 버텀 안 그럴꼬얌, 담 버텀 안 그럴꼬얌, 담 버텀 안 그럴꼬얌, "

석기봉 밑 팔각정 대피소엔 식사를 하는 산님들로 가득하고,,,
삼도봉에 동그란 석공이 올려진 탑이 보이면서 내 오금은 걷는다는 자체가 귀찮아진다.

일나기 싫은 새벽잠 설치고설랑 이 무슨 고생바가지 인고,

평평한 삼도봉엔 산에 있기엔 이색적으로
우리동네 공원에있어야 어울릴것같은 탑이 근사하게 앉아있었다.
충청,전라,경상, 삼도를 돌아보니 첩첩산중이 아스라하다.
얕은 오르, 내리막의 산행길, 오길 참 잘했다.

대체로 하산은 급경사를 이루던데 황룡사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완만하고 편하다.
계곡 물소리들으며 몇번 건너 가다보니 우측으로 철망이 쳐져있다.
그 물들은 " 우린 보호받고 있는중이야 " 하며 귀한듯 흘러간다.

하산 마지막 전나무숲!
쭉쭉뻗은 나무들이 장가간 울 아들내미덜 같이 미끈하게 잘 생겼다^^* 호호~~~
폭신한 카펫 길을 걸으며 마지막 아름다움을 선사받는다.
3시40분, 황룡사를 지나 한천주차장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