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묵방산~성옥산~왕자산(호남06)

1:25,000지형도=능교

2004년 12월 12일 일요일  구름조금(2~13.1도)   일출몰07:33~17:20

코스: 초당골11:00<2.3km>묵방산12:00<5.4km>▲성옥산14:30<3.6km>▲왕자산16:00<2.8km>윗보리밭마을17:00

[도상14.1km/ 6시간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전라북도 완주군과 임실군을 갈라내던 정맥길에서, 묵방산 직전의 350m분기봉을 마지막으로 완주군과 만경강과는 작별이다.

정읍시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남녘 옥정호는, 이별이 서러운 듯 끝까지 따라와 주고, 북녘으론 동진강 상류수가 새로이 맞이하는, 이번 코스 최고봉은 묵방산(墨防山538m)이다. 필설로 외침을 막았다는 뜻의 이 산에선 특별한 조망이 트이질 않는다.

성옥산 가다 본 묵방산
   성옥산 가다 본 묵방산
 

묵방산 이후로도 계속 함께하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옥정호반 저 멀리로 내장산 국립공원의 실루엣이 아련하고, 진행해야할 야산 구릉들이 마루금을 그으며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을 수도없이 넘어야만 하는 성옥산(388.3m)과, 면계선과는 상관없이 이어가는 마루금 따라서 가파르게 치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왕자산(444.4m)도 아름답다.

난구간....! 왕자산
  난구간....! 왕자산 
 

산행 초입의 분기봉에서 북쪽의 모악산(793.5m)을 향하는 능선이 만경강과 동진강의 분수령인데, 여기서 발원한 동진강은 호남정맥을 넘질 못하고 김제평야를 적셔주다가 서해의 새만금지구로 흘러든다.

옥정호반에 기대어 사는 산촌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이번코스의 남쪽 물들은 옥정호로 모여들었다가 섬진강따라 광양만으로 흘러간다.

마지막으로 보는,옥정호반의 최후
   마지막으로 보는,옥정호반의 최후
 

가는길: 대전이나 임실, 순창쪽에서 27번국도로 달려와 운암삼거리 초당골에서 올라가는 정맥길 초반은, 순탄한 송림숲길이 반긴다.

[묵방산1.3km/모악산15.8km]이정표가 있는 분기봉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묵방산 오름길은 무척이나 가파르고 미끄럽다. 정상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고, 빼곡한 잡목 틈새로 몇 개의 리번만이 진행방향을 가리킨다.

분기봉의 이정표
   분기봉의 이정표
 

시야가 트이는 하산길은 황갈색의 활엽수림에서 진초록의 침엽수림으로 바뀌면서, 옥정호반을 끼고 돌아나가는 정맥길 구릉들이 낮으막하게 앉아있다. 저 멀리 내장산군의 첨봉들이 하늘금을 그으며 새로운 장면으로 부각된다.

가파르게 내려 선 마암마을 참예수교회 뒤편으로 언덕길을 따르면 널널한 무덤에서 산길은 갈리는데, 희미한 날등길 따라 능선상 [갈담436]삼각점의 283.5m봉을 넘어, 가는정이 마을로 내려선다.

묵방산 아래서 본 가야할 정맥길의 초반부
  묵방산 아래서 본, 가야할 정맥길의 초반부
 

가는정이마을 삼거리에선 포장길 따라 옥정호산장을 지나쳐 잡목 우거진 능선길로 접어들면, 무덤이 차지한 334m봉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장 흔적이 남아있는 앞봉우리 하나 더 넘어서 산판도로 공사 현장을 지나치면,  또 다른 330m봉으로 올라서게 된다. 다시금 산색은 송림숲길의 푸루름으로 바뀌고, 바로 아래 벌목지역에선 묵방산이 뚜렷하다.

성옥산 가는길
  성옥산 가는길
 

성옥산까지는 작은 봉우리 서너개 더 넘어야 하는데, 울창한 송림아래로 가끔씩 나타나는 덩굴숲지역엔 까마귀밥여름나무가 무성해서 이색적이다.

[갈담24]삼각점의 성옥산 정상은 조망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선답자들의 안내문따라 향하는 묘지에서는 조심해야한다. 서쪽의 날등을 헤쳐가야 방성골 뒷산으로 연결이 되는데, 좋은길따라 가면 윗마룰마을이다.

성옥산 내림길서 본 가야 할 내장산 구간
   성옥산 내림길서 본, 가야 할 내장산 구간
 

포장길 소리개재를 건너뛰어 밭뚝을 타고 공동묘지에 이르면, 방성골을 끼고도는 울창한 소나무 숲속을 한참 진행해 나아간다. 도중에 왕자산이 보이면 지체없이 남쪽 마을길로 내려서야 한다.

정맥과는 상관없이 면계선 따라 잘 나 있는 오솔길은, 그대로 왕자산으로 연결 되 있어서, 수많은 선답자들의 상습 방황구간이기 때문이다.

방성골 뒷산에서 본 왕자산
   방성골 뒷산에서 본, 왕자산
 

방성골 뒤편으로 해서 밭뚝을 건너가면 빼곡한 가시덤불이 잠시 귀찮게 하는데, 울창한 송림숲길로 접어들어 410m분기봉까진 한참을 가파르게 치올라야 한다.

잠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금 치오르는 왕자산 오름길엔,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바위가 있어 뒤돌아보면, 난해하기만 했던 방성골과 성옥산 하산길이 일목요연하게 조망된다.

왕자산 오름길에 돌아본 난해한 정맥길
   왕자산 오름길에 돌아본, 난해한 정맥길
 

[갈담 453]삼각점의 왕자산 바로 아래엔 널찍한 봉분이 있어 쉬어가기엔 딱이지만, 아직도 윗보리밭마을로 내려서는 무래실골 고갯마루까지는, 봉우리 서너개 더 넘어야 한다.

마지막 봉우리에서는 진행방향의 최고봉을 무시하고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혹여 계곡으로 빠지는가 의심이 나지만, 정맥길은 윗보리밭마을을 말굽처럼 한 바퀴 휘돌아 나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하산길에 본 다음구간과 윗보리밭마을
  하산길에 본, 다음구간과 윗보리밭마을 
 

산행후기: 황량한 도시를 벗어나 산 속으로 파고 들어도, 눈 없는 겨울산에서의 산행은 을씨년스럽기조차 한데, 가슴 속으로 고독이 스며든다.

그런 것들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땀이 날 정도로 부지런히 걸어보지만, 나는 왜 이 숲속을 헤매는 걸까? 새삼스레 자문 해본다.

을씨년스러움과...!
   을씨년스러움과...!
 

제각기 페이스가 다른 산행길에서, 나와 보조를 맞출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체력이 다르고, 관심분야가 다르고, 식사시간이 다른 것은 물론, 등산 철학도 다르다.

같은 산을 타고 있어도, 우리는 제각기 다른 목적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산에는 왜 갈까? 건강 혹은, 그 무엇을 위해서...?

 푸르름...!
    푸르름으로...!
 

사실 나는, 등산 그 자체의 순수함이 좋다. 순수한 모습의 산사람들이 너무 좋다. 가만히 있으면서도, 나의 움직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산! 그 산이 좋다.

아니, 숲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숲 속에 피고 지는 생명들이 더 좋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꽃 향으로, 송진 내음으로, 낙엽 태우는 냄새를 실어오는 그 기류가, 바람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백당나무 단풍
   백당나무 단풍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눈이 오면 눈이 와서, 태풍이 오면 태풍 불어, 몸이 아프면 몸이 아파...! 그래서 산을 못가겠다는 분들을 더러 봤었다. 왜 그럴까? 내 경우 그럴 땐, 더욱 더 산에 가고싶던데...!

저 꺾여진 백당나무 한 그루가, 늦봄이면 탐스럽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초가을엔 빠알간 열매로 치장하다가, 최후까지 저리도 고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까마귀밥여름나무 열매
   까마귀밥여름나무 열매
 

어느가을날, 그리도 우렁차게 울어대던 매미들이, 한 날 한 시에 울음을 뚝 그치는,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왜 어느날 갑자기 모든 지렁이들은 땅 속에서 기어 올라, 집단자살을 할까?

궁금증은 끝도없이 물고 늘어지지만, 그 것들에 관해서 깊이 있게 파고 들 생각은 없다. 그저 신비해 하면서 의문점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광대나물
   광대나물
 

계절과는 상관없이 양지바른 무덤가에 피어난 저 광대나물이, 왜, 코딱지나물로도 불려지는지? 왜, 사람들은 한 곳의 산에다, 제각기 다른 이름들을 갖다 붙이는지, 나로선 관심 밖이다.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양 발의 이동에 의한 등산행위는 한 발만 쉬어도 더 이상은 진행할 수가 없다. 그것은 사회생활에서의 현실이기도 하다.

노인과 갈비
   갈비 끌어모으는 노인
 

방성골 뒷산에서 요즘은 낯 선 장면을 보게된다. 몇 분이서 나무 그루터기를 줏어 모아 땔감을 수북히 쌓고 있는 한편에, 노인장 한 분이 갈퀴로 갈비를 끌어 모으고 계시다가, 카메라 들이대자 빙그레 웃어 주신다.

젊은이들이 다 떠난 농촌에서, 꿋꿋이 고향을 지키는 할아버지의 여유가 좋다. 도시에는 산에 미쳐서(?) 결혼 못한 젊은이들도 많던데...^^**

농촌의 현실...팽개쳐진 무우
      농촌의 현실  
 

아련한 향수가 떠 오른다. 어릴적엔 학교갔다 오면 책보따리 끌러 놓고,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뒷산에 올라, 솔새로 불려지는 마른 풀을 한 짐 가득 베어서 지게 지고 해 날랐었다.

그 풀들이, 오늘 코스에 유난히도 많은 무덤가에 웃자라,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그 때 낫에 베인 손가락을, 모르는 할아버지가 옷고름 찢어 칭칭 동여매 주시던 기억이 새롭다.

솔새
   솔새
 

이번 길에는, 한겨울에만 꽃을 피운다는 한란이 줄곧 따라다녀, 호기심을 보이는 분들이 더러 계신다.  그들의 손길이 두려운 나는, 그냥 야생잡초라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보리밭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윗보리밭마을 논뚝엔 구기자 열매가 자주 눈에 띈다. 어릴적 아버지가 구해온 구기자 나무는, 우리동네 전체에 퍼져서, 집 집 마당마다 구기자가 심어졌었다.

구기자 열매
   구기자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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