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산행기  (강원 정선군 : 1573m)

 

     1.언제 : 2004.12.12.(일)

    2.어디로: 화방재(10:25) →수리봉→만항재→정상(12:35)→중함백→제2쉼터 (13:40~14:05중식)

                 →적조암 방향→민가→정암사(15:10)

    3.누구랑: 짝지와 안내산악회를 따라

  

  

     어젯밤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안내산악회 홈페이지 주소를 찾아보니 산행예정지로 나와 있던 소백산 두솔봉

     산행을 하고 싶어 신청을 해보는데 희망자가 없어 산행계획이 취소 되었다 하니

     할 수 없이 태백산과 함백산 둘 중 선택 할 수 있는 산행 예약을 해두었다.

     태백산까지는 대구에서 지리적으로 멀기도 하지만 근래 몇번 안내산악회를 따라 

     동행해 보니 또 다른 장점도 있어 심심찮게 애용하게 되나보다.

     산행계획만 있으면 잠못 드는 못된 ? 습관때문에 못다한 수면 부족을 채우기에도

     그나름의  장점이 있어 좋고 산행후 자가운전의 피로를 피할 수 있어 좋다.

     새벽6시에 시내를 출발한 관광버스는 10시반이 가까와서야 산행 초입인 해발 950m의

     화방재에 도착한다.

     같은  버스를 타고 왔지만 본인 희망에 따라 태백산과 함백산중 선택사양? 의 재량권을  

     누리게 해준 산악회의 재치 있는 운영의 묘는 칭찬 할 만하다.

      물론 도착전 오는 도중에 두 산의 장단점을 친절하게 안내지도와 함께 설명도 곁들여

     소신껏  선택 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준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태백을 갈까? 하다가 눈없는 태백산의 산행이 어쩐지 아쉬움이

     남을것 같아 다음 기회에 꼭 다시오리라 약속을 혼자 다지며 함백을 가기로 결정한다.

     회원중 4~5명만 태백을 택했고 다수는 같은 함백으로 동행했다.

     휴게소 오른쪽 민가가 있는 안내리번을 따라 오르자 마자 왼쪽엔  마을이 있고

     고랭지 곳곳 채소밭에는  아직도 거두지 못한 배추가 지천에 깔려 있어

     보는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꽤나 경사가 급한 오름길이 산행 시작과 동시에  20여분간  키작은 산죽과  키큰

     낙엽송이  어우러진 오솔길을 따라 계속되는데 초반부터 영 컨디션이 엉망이다.   

     감기몸살 기운에 몸은 휘청,

     머리가 어질 어질하니 제대로 산행을 끝낼수는  있을까?

     앞서가는 회원들을 놓칠세라 안간힘을 쓰며 힘겨웁게 따라간다.

     고도가 더 할 수록 희미한 잔설의 흔적은 있건만 겨울산행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방사성물질 경고 표지판과 철망으로 보호되고 있는 군사 시설물을 지나고

     평평한 신작로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곧 이어 만항재란 휴게소가 나타난다.

     여기가  해발 1300m나 된다고 하는데도 고산지대라 그런지 전혀 고산다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각종 시설물들과 도로가 이어져 있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 표지판과 함께 나즈막한 야산으로

     철탑을 따라 길이 나있다.

     만항재를 지나서는 고도차이가 크지 않아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할 수 있어

     좋긴 한데  역시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본래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산행의 묘미를 

     떨어뜨리는 것 같은 아쉬움은 어쩔수 없다.

    제법 눈이 쌓인 오솔길을 몇분 지났을까?

    다시 아스팔트와 만나는데 우측은 대한체육회  태백분원으로 가는 방향이고

    정면엔 통신탑과 함백산의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와 있다. 

    

     삼거리에서 본 정상의 모습

   

     삼거리에서 정면 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또 다시 오른쪽 등산로가 정상쪽으로 나 있다.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 잘 다듬어 놓은 자연석 돌계단을 오르면 잡목사이로 구상나무가

    반겨준다.

    울창한 잡목지대를 지나면 거침없는 조망으로 이웃 태백산이이 지척거리에 있고

    이름 모를 산들이 그야말로 겹겹이 마루금을 이룬다.

   

    
  

          정상부의 모습    

  
 

   태백 선수촌

  

      정상에 오르니 얼마나 바람이 거센지 기념사진 찍기에도 벅차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정상부분의 통신 시설물이 발아래 펼쳐져 있고

     저만치 남쪽아래에는 선수촌의 현대식  정돈된 운동장과 현대식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거센바람으로 쉴 틈도 없이 간단한 기념 촬영만 끝내고 곧 이어 중함백으로 향한다.

     헬기장 옆 철조망을 끼고 아래로 내려간다.

     한쪽엔 주목을 보호한답시고 철조망을, 한편에는 개발이란 이름으로 이런 저런 시설물이 들어서

     있으니 "보호"라는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목보호구역

 

       단숨에 주목군락지를 벗어나 중함백을 넘어 제2쉼터로 향하는데 이곳은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

     녹지 않은 눈으로 다소 미끄러운 내리막길이다.

     능선길 내내 거친 바람소리가  귀를 울리더니 제2쉼터가 가까와지자 이내 수그러든다.

     휴식과 함께 식사를 끝내고 2km남짓한 마지막 하산길을 재촉한다.

     안내표지대로라면 1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은 짧은 거리다.

     다소 싸늘한 기운이 밀려오는듯한 완만한 내리막길을 10여분 지나 이내 따스한 햇살이 눈부신

     남쪽 적조암 방향으로 내려가는길은 약간의 가파른 내리막을 지날뿐 큰 무리 없이

     하산 할 수 있어서 여느 하산길과 달리 다리가 가볍다.

     민가를 지나 도로에 내려서서 다시 정암사 방향으로 15분여 걸어 내려간다.

     길옆 개울에는 남쪽에서는 볼 수없는 얼음이 그나마 겨울의 정취를 아쉬우나마

     채워주고 있다.

     키큰 전나무 숲을 울타리 삼아 청동기와집의 절이 나타난다.

     5대 적멸보궁중의  한 곳이라는 정암사 뒤편 수마노탑, 1300여년전 자장율사가 절을

     창건하시고 주장자(柱杖子-지팡이?)를 꽂아 신표를 남겼는데 죽은 나무에

     다시 새생명의 주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최근 들어 가장 멀리간 산행으로 이름 붙여질 함백산 산행-문명의 이기로 빛바랜

     산이기는 하지만 백두대간의 당당한 명성을 되찾을 수는 없을런지.

     하산길에서 원점 회귀산행을 한다면 아쉬우나마 자연그대로의 산행을 즐길수는 없을까

     나름대로 생각을 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