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토요일),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창동역에서 국철을 타고 청량리역에서 내리니 9시 30분. 청량리 현대코어 앞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마석행 직행 좌석버스를 기다려서 타니 9시 40분. 이 버스는 한 시간 후인 10시 40분에 마석의 버스 종점에 닿는다. 이 버스 종점에서 10시 45분에 출발하는 축령산행 버스를 타고 축령산 입구의 버스 종점에서 내리니 11시 20분. 다른 산행객들의 뒤를 좇아서 가다 보니 원래 계획했던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라서 다시 버스 종점에서 포장도로를 따라서 오르니 축령산 자연휴양림의 매표소가 나타난다.

 매표소에서 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포장도로를 오르니 왼쪽으로 가면 서리산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축령산이다. 축령산을 향해 오른다. 포장도로를 벗어나니 통나무집 몇 채가 보이고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매표소에서 35분 정도 오르니 암벽약수터가 나타난다. 암벽 밑의 이끼낀 바위 몇 군데에서 감질나게 물이 똑똑 흘러 내리고 있다. 보온병의 뚜껑으로 받아 보지만 한참 기다려도 마실 만큼 받을 수 없어서 목만 축이고 일어선다.

 다시 암벽약수터에서 30분 정도 올라 수리바위에 닿는다. 예전에 독수리가 많이 살았다고 하는 수리바위는 가파른 낭떠러지에 튀어나와 있는 바위이므로 추락의 위험이 있는 곳인데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다. 이 곳에서 주변의 산세를 디지털카메라의 파노라마에 담는다.



축령산 들머리 - 축령산 자연휴양림 입구 매표소.



약수가 암벽에서 똑똑 흘러 내리는 암벽약수터.



수리바위.



수리바위에서 바라본 주변 산세의 파노라마.


 수리바위에서 조금 더 진행하여 암릉의 로프를 잡고 오르니 다시 쇠로 만든 발받침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 바위가 나온다. 산 위로 오를수록 11월 하순에 내렸던 첫눈이 채 녹지 않아서 산비탈에는 눈이 깔려 있고 사람이 많이 밟고 다닌 지릉길은 눈이 녹아 진창이 되어 상당히 미끄럽다. 미끄러운 진창의 지릉길을 오르다 보니 남이바위가 나타난다. 조선 세조 때의 명장인 남 이 장군이 이 산에 오를 때면 이 바위에서 쉬었다고 하여 남이바위라고 불리우는 이 바위는 바위의 한 부분에 홈이 파여져 있어서 한 사람이 등을 기대고 앉아 있기 좋은 돌의자가 있다. 주변의 산세를 조망하다가 이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돌의자에 앉아 남 이 장군 행세를 해 본다.



로프지대.


쇠로 만든 발받침지대.



눈이 녹지 않은 산비탈과 눈이 녹아 진창이 된 지릉길.



남이바위의 돌의자.



남이바위.


 남이바위에서 20여분간 머물다가 축령산 정상으로 향한다. 헬리포트를 지나서 정상의 가파른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오르니 드디어 해발 879 미터의 축령산(祝靈山) 정상이다. 축령산 정상에는 정상표시석과 함께 돌탑, 지적삼각점과 태극기가 설치돼 있다. 사방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축령산 정상에서는 주변의 명산들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웅장하면서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축령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축령산 정상의 정상표시석과 돌탑, 지적삼각점 - 해발 879 미터.



축령산 정상에서 바라본 운악산.



축령산 정상에서 바라본 명지산과 화악산.



축령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리산.



축령산 정상에서 바라본 주금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올라와 있는 축령산 정상은 비좁아서 앉아 쉬기에는 적당하지 못 하다. 그리고 서리산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하므로 배낭을 벗지도 않고 십여분간 사진만 20장 정도 찍다가 절고개 쪽으로 내려선다.

 축령산에서 절고개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채 녹지 않아서 빙판을 이루고 있다. 조심스럽게 내려가다가 아이젠을 착용한다. 아이젠 덕분에 미끄러지지는 않지만 발에 꽤 큰 부담을 준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15분 쯤 더디게 내려가다가 로프지대가 나오는데 이 곳부터는 눈이 거의 다 녹아 있어서 아이젠을 벗고 진행한다. 아이젠을 벗으니 발이 꽤 가볍게 느껴진다.

 축령산 정상에서 30분 정도 내려오니 바로 밑에 절고개가 보이는 내리막길에 닿는다. 진창을 피해 내려가다가 낙엽 속에 숨겨진 진창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니 바지가 엉망이 된다. 면장갑을 갈아 끼고 조심스럽게 내려가서 절고개 삼거리에 닿는다. 이 곳이 축령산과 서리산을 나누는 분기점이다. 좌측으로 꺾어져서 내려가면 축령산 자연휴양림인데 비록 시간은 늦었지만 욕심을 내서 서리산 쪽으로 오른다. 절고개에서 방화선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내림을 반복하니 임도 사거리라고도 불리우는 억새밭 사거리에 닿는다.



절고개 쪽으로 내려가는 로프지대.



절고개로 내려가는 길.



절고개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 좌측으로 내려가면 축령산 자연휴양림.



절고개에서 서리산으로 오르는 방화선길.



서리산으로 오르는 방화선길.



진행방향의 억새밭 사거리를 내려다 보며...



억새밭 사거리의 방향표지판.


 억새밭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가평군 행현리로 가는 임도이고 왼쪽으로 꺾어지면 전망대로 가는 임도이다. 직진해서 바위의 로프를 잡고 올라 서리산으로 향한다.

 절고개 이후로는 한 사람도 볼 수 없다. 모두 절고개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서 매표소 쪽으로 하산하고 나만 홀로 호젓하게 서리산으로 향하는데 눈이 채 녹지 않은 등로에는 군데군데 빙판과 진창으로 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느려진다. 빙판과 진창만 없었다면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로를 여유만만하게 걸을 수 있겠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절고개부터는 방화선길 좌우로 겨울잠을 자기 위해 땅 속으로 들어간 뱀들이 파 놓은 것으로 보이는 흙무더기들이 자주 눈에 띈다. 서리산은 아무래도 여름과 가을에 가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잣나무숲 사이의 호젓하고 운치있는 방화선길을 걷는다. 낭만적이고 사색하기 좋은 호젓한 등로다. 서리산 오름길에서 뒤를 돌아보니 하얀 눈옷을 입고 있는 축령산의 모습이 눈에 삼삼하게 들어온다.

 서리산 쪽에서 수십 마리의 까마귀떼가 축령산 쪽으로 날아간다. 나는 모습은 멋있지만 울어대는 소리가 상서롭지 못 하다. 한참 걷다 보니 무인산불감시시스템이 나타난다. 드디어 서리산 정상이 눈 앞에 다가온다.



눈이 채 녹지 않은 등로의 정경.



겨울잠을 자기 위해 땅 속으로 들어간 뱀들이 파 놓은 흙?



잣나무숲 사이의 방화선길.



서리산 오름길에서 바라본 축령산.



서리산 정상의 무인산불감시시스템.


 무인산불감시시스템과 헬리포트를 지나니 정상표시석과 조그만 돌탑이 있는 해발 825 미터의 서리산(霜山) 정상이다. 가까운 거리에 보이는 철쭉동산과 운무에 쌓인 서리산 주변의 산세를 카메라에 담는다. 서리산 정상에서 쉬어 가려고 하였으나 일몰시간이 가까워져서 5분간 15장 정도의 사진만 찍고 철쭉동산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9분 만에 도착한 철쭉동산은 우람한 바위들 만이 그 면목을 유지하고 있다.



서리산 정상 - 해발 825 미터.



서리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운무에 쌓인 서리산 주변의 산세와 철쭉동산.



철쭉동산의 방향표지판.



철쭉동산 1.



철쭉동산 2.


 다시 화채봉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해 질 녘의 지릉길은 묘한 정취를 불러 일으킨다. 철쭉동산에서 8분 만에 화채봉 삼거리에 닿는다. 화채봉까지 90 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이 가리키는 길로 수 분 걸으니 화채봉이 나타난다. 내리막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데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사진만 찍는다. 그리고 화채봉 앞의 바위에 앉아서 간식과 음료수를 먹으며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오늘 배낭을 벗고 쉬는 것은 암벽약수터와 수리바위, 남이바위에 이어 이 곳이 네 번째다.



화채봉으로 가는길 1.



화채봉으로 가는 길 2.



화채봉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 제 2 주차장까지 1.89 킬로미터(사진에 보이지 않는 면).



화채봉.


 화채봉 앞에서 5분 정도 짧은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화채봉 삼거리로 돌아와서 제 2 주차장으로 가는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서리산은 육산이라서 다리에 부담을 주는 암릉길은 없지만 진창인 지릉길은 미끄러운 곳이 많아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하산길에 바라보는 석양이 황홀하다. 해는 서서히 서산 너머로 기울어 가고 있다. 서산 너머로 지던 해는 17시 10분이 지나자 붉은 노을만 남겨 놓고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자 갑자기 한기가 밀려 온다. 겨울산은 일몰 후에는 매우 위험하다.



지릉길의 정경.



서리산 내림길의 석양 1.



서리산 내림길의 석양 2.



서리산 내림길의 석양 3.


 어둠이 서서히 밀려 오는 하산길에 삼거리의 이정목이 나타난다. 시각은 17시 26분.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매표소까지 0.9 킬로미터이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주차장까지 0.7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두 길에는 모두 로프가 설치돼 있다. 좀 더 짧은 왼쪽길을 택해서 내려간다.

 하산길의 멋진 잣나무숲의 야경을 야경 모드의 느린 셔터 속도로 카메라에 담는데  손이 약간 흔들렸는지 흐릿하게 사진이 나온다. 야경은 원래 카메라를 삼각대로 고정시켜서 찍어야 하는데 삼각대가 없으니...

 마침내 17시 38분에 서리산 날머리인 산림휴양관 뒤편에 닿는다. 날머리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여유있게 걸어 내려오니 매표소가 보인다. 매표소를 지나서 버스 종점에 닿으니 18시 3분전. 18시 40분에 출발하는 마석행 버스를 타려면 4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5시간 가량의 산행을 예상해서 16시 35분 차를 타려고 계획했으나 200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고 빙판과 진창에 걸음이 느려지다 보니 6시간이 넘는 산행을 하게 됐다.

 버스 종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밀려 온다. 모과술 몇 모금과 치즈 한 조각으로 추위를 달래 본다. 18시 37분에 마석에서 온 버스를 타고 마석의 버스 종점에 도착하니 19시 20분. 화도파출소 부근의 비교적 번화한 거리에서 식사할 곳을 찾다가 뽕잎을 갈아서 밀가루 반죽에 섞어서 만든 뽕잎바지락칼국수를 먹으니 땀이 나면서 추위에 떨던 속이 풀리는 듯하다.

 20시 경에 화도파출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65-1번 버스를 타고 석계역에서 내려서 국철로 갈아 타고 창동역에서 내려 귀가하니 22시가 다 된 시각이다.

 축령산과 서리산의 특이한 멋과 함께 초겨울 산행의 정취를 만끽하고 온 새로운 값진 체험이었다.



하산길의 이정목.



울창한 잣나무숲의 하산길.



서리산 날머리 - 산림휴양관 뒤편.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