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을 무시한 매서운 추위가 열흘 이상 맹위를 떨치다가 그 기세가 수그러든 1월 2일 낮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우면산에 가 보기로 한다

 14시 20분에 집을 나서서 3호선 전철의 남부터미널역 4번 출구를 나오니 15시 20분, 직진해서 걷다가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서 횡단보도가 있는 곳까지 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오던 방향으로 조금 되내려오니 오늘의 우면산 들머리인 서초약수터가 나온다. 등로를 오르니 이 산은 청계산과 대모산, 구룡산처럼 등로의 정비가 잘 돼 있고 이정목도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들 만큼 충분히 설치돼 있다.

 주변에 낙엽이 잔뜩 깔린 나무계단길을 오른다. 신정연휴라서 그런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꽤 많다. 배낭을 멘 산행객은 드물고 대부분 운동삼아 산책을 하는 동네 주민들이다.

 나무계단길과 함께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숲의 상쾌한 지릉길을 걷는다. 완만한 등로는 단조롭지 않게 진행되면서 군데군데 설치된 가로등에서 야간의 산행을 배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우면산 들머리 - 서초약수터.



등로의 정경 1.



등로의 정경 2.



등로의 정경 3.



등로의 정경 4.


 철탑을 지나니 바로 예술바위가 나타난다. 바위에 섬세하게 자연적인 무늿결이 잡혀 있어서 예술적으로 보인다고 하여 예술바위라고 이름붙인 듯하다. 바위에 올라 자세히 살펴 보니 바위의 결이 인공적으로 조각을 한 듯이 다듬어져 있다.

 다시 등로를 오른다. 소망탑이 있는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완만한 등로를 느긋하게 오르니 좌측의 전망대와 우측의 소망탑으로 갈라지는 전망대 삼거리가 나온다. 일단 10 미터만 올라가면 나온다는 좌측의 전망대로 오른다. 전망대에는 지적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한 복판에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운치있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정자와 나무벤취, 약간의 운동기구 등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전망이 그리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은 못 된다.



예술바위.



등로의 정경 5.

 

전망대(10 미터)와 소망탑(150 미터)으로 갈라지는 전망대 삼거리.



전망대의 지적삼각점.



전망대.

 

 전망대에서 다시 되내려와 소망탑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평범한 돌탑인 소망탑은 십여년 동안 노구들을 이끌고 아침 일찍 등산을 하면서 돌을 주워 모아 쌓은 탑이라는 건립비문이 인상적이다. 우면산은 해발 293 미터인 정상에 공군부대가 있기 때문에 출입이 통제되어 이 소망탑이 이 산을 찾는 산행객들에게 정상으로 대체되고 있다.

 소망탑에서 북쪽의 정상을 올려다보니 군부대가 있는 두 봉우리가 좌측은 소의 머리와 비슷하게 보이고 우측은 평평하고 긴 능선으로 이뤄져 있어서 소의 잔등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산을 잠자는 소의 산, 즉 우면산(牛眠山)이라고 이름붙였나보다.

 소망탑에서 10분 정도 머물다가 올라온 반대편의 지릉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소망탑으로 오르는 길.



소망탑 후면.



우면산 조기등산인들의 소망탑 건립비문.



정상에 공군부대가 있기 때문에 산행시 정상으로 대체되는 소망탑 전면.

 


소망탑에서의 하산길.


 소망탑에서 동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깔딱고개라고 이름붙여진 지루한 오름의 나무계단길이다. 내려가는 게 아니라 반대쪽에서 올라온다면 깔딱고개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곳이다.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가볍게 내려가니 운치있고 변화가 많은 지릉길이 펼쳐진다. 그리고 바위고개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고개가 나타난다.



우면산 하산길 1.



우면산 하산길 2.



우면산 하산길 3.



우면산 하산길 4.



바위고개.


 바위고개에서 수분간 더 나아가니 덕우암약수터가 나온다. 그리고 덕우암약수터에서 십분 정도 더 가니 유점사약수터가 나온다. 유점사약수터에서 오르막길을 십분 정도 오르니 공군부대 정문 앞이 나오고 이정목은 되내려가는 쪽으로만 표기돼 있어서 다시 내려와서 우측의 등로로 진행하니 등로는 완연한 내리막길로 바뀌고 오르막길을 오르면 남태령과 송동마을로 가게 된다는 이정목이 설치돼 있어서 다시 오르막길로 오른다. 오늘의 하산예정지는 남태령고개다.



덕우암약수터.



우면산 하산길 5.



우면산 하산길 6.



우면산 하산길 7.



우면산 하산길 8.



남태령과 송동마을행 이정목.


 오르막길을 바쁘게 오르니 다시 방금 되내려온 등로가 나오고 공군부대 앞으로 다시 오게 된다. 그 곳에서 비포장도로를 2분 정도 내려오니 비포장도로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좌측과 우측의 능선길로 갈라진다. 우측의 능선길로 향한다. 이미 일몰시각이 임박한지라 걸음이 빨라진다. 어둠이 밀려 오는 지릉길은 완만한 부분을 지나자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을 듯한 거치른 길이다.



되오른 공군부대 정문 앞의 비포장도로.



좌측의 비포장도로와 우측의 능선길로 갈라지는 삼거리.



낙엽이 두텁게 깔린 지릉길.



길게 이어지는 지릉길 1.



길게 이어지는 지릉길 2.


 여태까지의 친절한 이정목이 단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은 지릉길이 길게 이어진다. 약간 거치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다보니 우측으로 꺾어지는 샛길이 보였지만 되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좌측의 능선길을 고집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우측으로 꺾어지는 샛길이 남태령으로 하산하는 길인 듯하다.

 지릉길은 좁지만 뚜렷이 나 있고 가끔 아까 좌측으로 갈라진 비포장도로가 내려다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비포장도로가 보이는 내리막의 능선길에서 갑자기 푸드득 하는 소리가 나서 놀라 앞을 보니 갈색의 새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서 날아가고 있다.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다보니 도시의 불빛이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능선길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좌측으로 꺾어져서 비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비포장도로의 좌우로는 비닐하우스가 많이 설치돼 있고 가로등이 설치된 비포장도로를 이삼분 걸어 내려오니 차도가 보인다. 차도변의 행길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서 버스정류장에 닿으니 버스정류장 이름은 송동마을 입구라고 적혀져 있다. 이 곳에서 4424번 버스를 타고 선바위역에서 내려서 전철로 갈아 타고 귀가하니 19시가 넘은 시각이다.

 2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초행길의 우면산은 다양한 등산로가 있고 단조롭지 않으며 정취가 있는 육산이었다. 낮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군부대가 있기 때문에 넓고 평평한 정상을 가 보지 못 한 게 크나큰 아쉬움이다.



길게 이어지는 지릉길 3.



길게 이어지는 지릉길 4.



길게 이어지는 지릉길 5.



길게 이어지는 지릉길 6.



우면산 날머리 - 송동마을 입구(공군부대 입구).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