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05년 1월 3일 오후 3시

누구랑 : 홀로

어디로 : 청계산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새해의 해가 뜬지 3일째를 맞았지만 별다른 감흥없이 물끄러미

텅빈 사무실에 앉아 찌푸린 하늘에서 내리는 찬비를 멍하니 본다.

 

옆 사무실에서 점심겸 새해맞이 이슬이를 마신터라 약간은 불콰해진

그는 담배를 한대 피워 물고픈 강한 유혹을 애써 참아내며

지난 해 연말 금연 선언을 상기 시킨다.

 

금단현상인지 머리는 지근거리고 자욱한 담배연기의 환영이 지나간다.

 

비내리는 겨울풍경에서 갑자기 담배의 유혹보다 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옥녀......

 

사실 그는 옥녀를 찿아 나선지가 꽤 오래 되었으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가슴않이를 하곤 했었다.

 

옥녀를 처음으로 찿아 나선길은 오래전 친구들이 남해의 어느섬에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 부터이다.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어느 해 이른봄 그는 밤을 새워 부두에 도착하고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서 옥녀를 찿았다.

 

배에서 들은 옥녀의 소식은 흉흉 했으며 천륜을 어긴 그의 아버지에 의해

옥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천인공노할 소문.....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른 그곳엔 그때 흘린 핏자국이 선명한 바위 뿐

그녀는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어 구천을 떠 돌고 있었고 핏빛으로 물든 참꽃만

그 때를 기억하는지 해풍을 머금고 화사했다.

 

참담한 소식에 삼천포 어시장에서 그는 쓴소주로 아린가슴을 풀었다.  (사량도 지리망산 옥녀봉)

 

 

그렇게 그에게서 잊혀졌던 옥녀는 어느날 설악의 봉정암근처에서

보았다는 소문을 듣고 그길로 다시 그녀를 찿아 나섰다.

 

신록이 우거진 6월 어느날 봉정암에 올라 소리쳐 불러 보았으나 대답은 없고

대신 사나운 기세로 물어 뜯을 듯이 이빨을 드러낸 용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옥녀를 찿아야한다는 일념으로 그는 용기를 내어 용과 사투를 벌였다.

먼저 찿아나선이 중에는 사고를 당한이들도 있었으나 그는 굴하지않고

싸워서 만신창이가 되긴 했으나 기어이 그녀를 찿았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그녀를 잠깐 품에 안고 다음을 기약한뒤

아픈 다리를 끌고 이별하였다.

그녀를 바라보며 수렴동 맑은물에서 다리를 치유하던 그때의 초여름이

아련하다. (설악산 용아장성구간 수렴동근처 옥녀봉)

 

옥녀는 서울에도 살고 있어서 보고 싶을 때 쉽게 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있어서인지 잊고 살 때가 많다.

 

오늘처럼 겨울비오는 날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울의 옥녀를

만나러 홀로 나선다.

 

비오는 산길엔 아무도 없고 홀로 옥녀를 만나다는 설레임으로 그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이슬이는 순식간에 몸을 빠져나가고 옥녀는

반가이 그를 맞는다.

 

옥녀!!!  새해에도 자주 찿아 오리다!!!!  (서울 서초구 소재 청계산 옥녀봉)

 

아름다운 남해 사량도의 옥녀는 너무 멀리 있고.....

설악의 깊은곳에 숨어 있는 옥녀는 만나기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만나다 걸리면 50만원을 지불해야 하니..

청계산의 옥녀.... 그 곳에서 영원하길......

 

 

옥녀봉에서 매바위를 보니 그곳은 비대신 눈이 내리고 벌써 흰모자를 쓰고 있다.

늦은 오후이긴하지만 발걸음을 재촉하여 오르고 눈길을 홀로걷는 재미는 쏠쏠하다.

매바위 표지석을 지나 매봉에서 구름사이로 내민 해와 장엄한 해넘이를 보았다.

 

해넘이인지 해돋이인지 모를 풍경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다

어두워져서야 아이젠을 착용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해돋이를 보지는 못했지만 내일이면 다시 떠 오를 해를 향해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게 해 달라고 빌어 본다.

 

랜턴을 꺼내지않고 어두운 숲속길을 내려오는 그의 이마엔 뜨거운 겨울비가 내리고

도시에도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 그는 올해 45세가 되는 남자이며 때때로 옥녀를 찿아나서는 로맨티스트(?),바람둥이(?)^^*

* 다른 곳에서 옥녀를 보신 분 연락 주세요 후사하겠습니다.


 
                     벌써 봄을 보았슴돠!!!!

 

                     잣나무는 푸르르고 매봉엔 눈이 내립니다.

 

                     새해엔 가정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토끼샘인데 눈씻고 봐도 토끼는 없더군요...^^*

 

                    돌문바위.. 문을 통과해서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해서 한 바퀴돌았습니다.

 

                    옥녀의 남자친구 응석(매바위)

 

                    매봉에서 본 해넘이 (내일이면 다시 뜰거라서 해돋이로 알고 올 한해 소원을 빌었습니다.)

 

 

 

* 별첨 : 새해맞이 북한산행도중 백운산장부근에서 입을 앙다물고 완강히 버티던 나의 산친구.. 결국 포기(나중에 아쉬웠다고 고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