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신년맞이 남도 산하 대가족 합동산행

 

산행일 : 2005. 1. 2(日). 맑음

함께한 사람들 : 1500산님외 22명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선암사 매표소 (09:18) 

  ☞승선교 (09:31)

  ☞삼인당 (09:36)

  선암사 (09:46~09:49)

  ☞마애여래입상 (09:52)

  ☞대각암삼거리 (09:57) 

  ☞비로암, 장군봉 갈림길 (09:59~10:03) 

  ☞비로암 (10:46~10:51. 해발 약 560m전후) 

  ☞배바위 (11:49~11:51)

  ☞조계산 정상 장군봉 (12:00~12:13. 884m)

  ☞장박골 삼거리 (13:10)

  ☞보리밥집 (14:10)

  ☞아래보리밥집 (14:17~15:38)

  ☞선암(큰)굴목재 (15:58)

  삼인당 (16:45)

  ☞선암사 매표소 (17:00)

총 산행시간 : 7시간 42분 (6시간이면 충분함)

구간별 거리 :

매표소→ (0.7km)→삼인당 →(1.7km)→작은굴목이재 전 갈림길→ (0.7km)→장군봉→ (1.8km)→장박골 삼거리 →(1.8km)→보리밥집→(0.5km)→선암(큰)굴목재→(2.3km)→삼인당 →(0.7km)→ 매표소

총 산행거리 : 약10.2km 

산행지도


 

산행기

  어제 금전산 산행 후유증 때문인지 갑자기 아내가 조계산행을 포기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설득에 나서지만 오늘은 만만치가 않다. 오르다가 힘들면 중간에 보리밥집으로 내려간다는 조건하에 겨우 따라나서는 아내다. 그래도 고맙다.

 

  둘째아이를 걸스카우트에서 실시하는 에버랜드 2박3일 캠프에 아침 일찍 떠나보내고 서둘러 조계산으로 향한다.

제일 가까운데 사는 사람이 지각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국도를 버리고 고속도로를 탄다. 겨우 약속 시간에 맞추어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 그래도 지각은 하지 않았다. ㅋㅋ

이미 다들 와서 우리를 맞아주니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반가운 만남은 여수 MT사랑님 가족이 도착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대가족이 길을 가득 메우고 새해 새날 아침에 희망찬 출발을 한다. 삼인당에서 마지막으로 합류하신 따라가기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선암사로 들어가기에 선암사를 구경하고 올라가는 줄로 알았는데, 선두가 해우소 뒤를 지나 대각암가는 길로 접어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암사로 들어오지 말고 곧바로 대각암길로 오를 것이지 이상한 산행을 시작한다.

                                                        힘찬 출발

 

                                                   장승들이 마중하고

 

                                             보물 400호 선암사 승선교

 

호남 한국의 산하 가족들. 왼쪽부터 히어리 가족, 첨단산인님 가족, MT사랑님 가족, 가운데 앉은이가 공명님, 백운산님 가족, 삼인산님, 최선호님, 1500산님.

 

                                                    선암사 해우소 뒷부분

 

                           

                       마애여래불.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매우 정교하게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각암

 

  최선호님의 제안대로 비로암코스로 오른다. 잠시 헤매던 후미조가 걱정이 되었는지 앞서가시던 공명님이 내려오셔서 우리를 이끌어 주신다.

초입부터 힘들어하는 아내 때문에 제일 뒤에 처진다. 바로 앞에 MT사랑님(지난주 지리산 종주하시다 무릎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서 물리치료중이신데, 기꺼이 참석하시어 아픈 무릎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오르시느라 맨 뒤에 서게 되셨다.) 과 그의 자녀들이 앞서가신다.

        비로암 오르다 올려다본 배바위(왼쪽)와 장군봉

 

                                                                  

                                                                       목마? 비로암 가다가 이런 형태의 나무를 세개나 보았다.

 

  비로암코스는 경치도 별로이고 지루하기만 하다.

아내 때문에 계속 처지기만 하는데 저만치 위에 비로암이 보이고 일행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린다. 비로암 입구의 약수로 목을 축이고 비로암에 올라서니 아무도 안보이고 모두 떠나갔다. 불과 1,2분 사이에 가버린 것이다.

정적만이 흐른다.

 

                                                     아무도 없는 비로암

 

  앞서가던 MT사랑님이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치고 올라오라고 소리를 지르신다.

어! 이 길로 가면 작은 굴목재가 아닌데. 이정표도 없고 길도 뚜렷하지도 않다.

작은 굴목재 안 거치고 배바위로 가는 지름길인가?

모두들 이 길로 올라간 줄로만 알고 오르려는데 아내가 죽어도 더 이상 못가겠다고 주저앉는다.

  할 수 없이 인범이 MP3와 간식 조금, 윈드자켓을 작은 배낭에 넣어주고 헤어진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다니, 여보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길 바라오. 아내는 코앞에 있는 작은 굴목재를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 뒷모습이 그렇게 기운차게 보일 수가 없다. 보리밥집에 가서 실컷 잠이나 자라고 했으니, 서로의 마음의 짐을 덜어버려서 홀가분할 것이다. 

 

  점점 길이 희미해지더니 아예 길은 없어지고, 겨우 사람이 지나간 흔적만이 보인다. 경사도 몹시 급하다. 너덜길 아니면, 산죽 숲이다.

생각 같아서는 되돌아 내려가고 싶지만, 앞에서 열심히 오르시는 MT사랑님과 자녀분들 생각하면 섣불리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갑자기 MT사랑님의 큰아들 우준이(7살인데, 이미 지리산을 세 번이나 종주한 대단한 산꾼이다.) 가 주저앉고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길이 없는데 왜 올라가느냐”는 것이다. 역시 대단한 아이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주관이 뚜렷한 것이다. 아빠가 겨우 달래서 다시 올라간다.

이번에는 내가 선두에서 개척(요즘 많이 쓰는 알바. 정체불명, 국적불명의 알바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을 하며 오른다. 오르는데 방해가 되는 것(산죽, 잔가지)은 모두 제거를 하면서 오르니 아이들(우준이, MT사랑님 큰 딸, 첨단산인님 딸 예진이, 인범이)이 오르는데 조금은 수월할 것이다.

 

                        길도 없는 곳을 개척하며 오르느라 아이들이 고생을 하였다.

 

  위쪽에서 갑자기 호각소리(아마 공명님이 우리 소리를 듣고 불었을 것이다.)가 들린다.

“여기, 여기!”

앞서가던 일행들이다. 힘겹게 그들과 조우를 한다. 잠시 잃었던 길을 벗어나고 정상적인 배바위 오르는 길로 올라선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오늘 처음 뵈었지만 평소 존경하던 따라가기님과 산행기 사진에 대해서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누며 오른다.

배바위를 지나고 드디어 정상이다.

최선호님,

“어이 히어리, 정상석 방향이 바뀌지 않았는가?”

듣고 보니 방향이 오른쪽으로 틀어져 있다.

“그러게요. 오른쪽으로 틀어져 있네요.”

무슨 이유로 틀어져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장박골 삼거리에서 보리밥집으로 탈출하기로 하고, 어른들은 연산봉으로 해서 송광굴목재를 거쳐 보리밥집에서 최종적으로 만나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각자 기념촬영을 하더니 순식간에 썰물 빠지듯이 하산을 한다.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북쪽 능선길은 눈 때문에 매우 미끄럽다. 급경사 눈길을 벗어나니 이제는 시커먼 진흙길이다. 얼마 가지 않아서 막내 녀석 바짓가랑이와 양말이 진흙투성이로 변해 버렸다.

일행들이 범바위 부근에서 간식으로 요기를 한 후 막 출발하려는데, 미끄러운 등산로에 서있던 히어리, 왼쪽으로 꽈당하고 멋지게 넘어진다. 창피하기도 하고 해서 얼른 일어나서 옷을 터는데 왼쪽 새끼손가락이 약간 아프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출발을 하여 가는데, 조금씩 아파오면서 붓기 시작한다. 눈을 뭉쳐 냉찜질을 가끔 해주니 통증이 가라앉는 것도 같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별로 안 아프던 손가락이 상당히 아파서 난생처음 정형외과엘 가보았다. 의사가 가리키는 엑스레이 사진을 자세히 보니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것은 아니고, 아주 작은 뼛조각이 떨어져 나와 살 속에 박혀 있었다. 앞으로 3주 동안 알루미늄부목을 풀지 말라고 당부를 하신다. 전치 3주라.... 부러지거나 금이 간 것하고 똑같이 회복되는데 같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단다.)

                                             장군봉 북쪽 능선 연산봉 가는 길

 

휴식 중인 1500산 김정길님. 호남 산님들 신년산행에 멀리 경기 안산에서 참석하시어 산행을 빛내주셨다. 올해 안으로    1500산을 완등하실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산꾼. MT사랑님의 큰아들 박우준군과 누나. 이미 지리산을 세번이나 종주한바 있다.

 

                                    

                                                          휴식중인 가족들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산죽길. 산사랑방님 오시면 좋아서 뒤로 넘어지실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뒤 돌아본 장군봉

 

 

                                                       아름다운 산죽 길

 

                                                       산죽과 산친구

 

  장박골 삼거리에서 2차 탈출(1차는 아내)을 한다. 무릎이 좋지 않으신 MT사랑님이 자연스럽게 후미를 맞고 7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장박골로 내려선다. 선두그룹 본대는 연산봉을 향하여 힘차게 능선을 치고 오른다.

장박골코스는 경사가 완만하여 특히 무릎이 안 좋으신 MT사랑님에게 좋은 길이다. 게다가 장박골 계곡을 감상하면서 내려가니 지루하지도 않아서 더더욱 좋다.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면서 내려가는 모습에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난다.

MT사랑님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내려가니 말재주가 없는 히어리는 주로 듣는 편이지만 재미있는 산 이야기가 오고간다.

장박골 삼거리. 왼쪽으로 내려가면 장박골. 직진하면 연산봉으로 간다. 이미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다.

 

                                                   장박골 내려가는 길

 

                                                         

                                                                                               장박골

 

                                                              장박골

 

                                                     개울 건너 보리밥집으로

 

 

                                      선암굴목교가 보이면 보리밥집이 지척이다.

 

  얼어버린 물레방아를 지나 개울건너 아래 보리밥집에 들어선다. 아들 녀석이 엄마를 부르며 뛰어가니 방안에서 아내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약 20분쯤 지나 본대가 도착한다.

그렇게도 개울건너 아래보리밥집이라고 강조했건만 윗집에서 헤매다 내려온 모양이다.

방이 좁아서 할 수 없이 따끈한 온돌방을 버리고 비닐하우스로 자리를 옮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가족소개를 한 후 일제히 잔을 들고 축배를 외친다.

“위하여!”

늦은 점심이라서인지 보리밥을 맛있게들 드신다. 아이들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워 버리니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도 흐뭇하다. 곁들이는 동동주가 더욱 흥을 돋우니 하우스 안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이다.

                                                윗 보리밥집의 물레방아

 

                                             아이들이 좋아서 난리다.

 

                                         아래 보리밥집과 장군봉(왼쪽 봉)

 

 

                                                 "한국의 산하를 위하여!"

 

  배웅 나오는 주인장을 뒤로하고 산하 가족들은 선암굴목재로 올라 선암사로 하산을 한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는 모자의 뒷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보리밥집옆의 작은 폭포

 

                                   

                                                         선암(큰)굴목재

 

                                삼림욕하기에 좋은 아름다운 편백나무숲

 

                                   모자

 

                                

                                                           배바위

 

                                                                            

                                                                                             승선교의 용두

 

                                

                                                 선암사 부도 상단부 1

 

선암사 부도 상단부 2

 

                                    

                                                    선암사 부도 상단부 3

 

 

                          선암사 부도 상단부 4

 

  주차장에서 아쉬운 이별을 해야만 한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져야만 하는 게 인생이던가.

산은 항상 거기에 있고,

우리는 또 만날 수 있으니까,

우리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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