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05. 1. 1. 토요일
▣ 참여인원 : 홀로 산행

눈이 왔습니다.
무조건 산으로 가고 싶은데 무등산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갈 것이고 그래서 썩 내키지 않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빙판길을 걱정하며 차를 몰고, 보이지 않는 길을 짐작으로 또는 선행자들의 리본을 보면서 홀로 아무도 가지 않은, 오직 멧돼지와 토끼의 발자국만 있는 길을 누비며 이리 저리 다니다보니 총 산행시간이 7시간 40분이나 소요되었습니다. 다리가 제법 뻐근한데 그래도 기분은 어찌 표현할 수 없으리만치 좋습니다.

빙판에 벌써 길옆 개울가로 쳐박힌 차량을 보면서 조심 조심 초입에 도착하니 가야할 들머리 봉우리가 보입니다.



기도원 옆길을 끼고 들어서니 개사육장에서 수많은 개들이 정신없이 짖어댑니다. 개소리 하지 말라고 한들 들어먹지 못할것이니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개소릴 들어가며 저수지 뚝 우측으로 접어드니 소나무위로 소복히 쌓인눈들이 파란하늘빛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누가 지나간 흔적이 전혀없습니다. 뒤에 누군가 따라오게 될지는 모르나 아직은 오직 혼자서 호젓한 산길을 거닐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후발자가 있을지 모르니 가지위의 아름다운 눈을 떨구지 않기위해 몸을 숙이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며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고 즐겁게 옮깁니다.


 



저수지를 반바퀴 돌아 오르니 갈림길이 나옵니다. 재넘어에서도 오르는 길이 있나 봅니다. 여기서 움푹 패인길이 올랐던길. 그리고 좌측 능선이 올라야할 길이고 등뒤가 다른 쪽에서 오르는 길인 듯 합니다.


소복히 눈을 얹고 늘어진 솔가지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와 호수가 아름답습니다.



 



멧돼지 발자국이 보이네요. 몇마리가 장난을 친 듯 발자국 흔적이 요란한 곳도 있습니다.



길은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짐작으로 가고 그나마 다행인게 가다보면 선행자들이 달아놓은 리본이 있어 그 리본을 보고 옳게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던길을 되돌아 보니 능선이 제법 길어졌습니다.



하얀 눈이 덮힌 능선너머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어울어져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이 구간이 가장 위험했던 것 같습니다. 로프를 잡기전부터 경사가 너무 가파라 미끄러지면서 추락할 수 있어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 결국 더듬더듬 조심조심......



힘들게 내려서 다시 완만한 능선을 찾아오르니 마음을 진정시켜 주려는 듯 귀여운 토끼 발자욱이 그리고, 고사목이 산나무 못지않은 아름다움으로 반깁니다.

 



 

마치 여인네의 젖가슴같이 부드러운 곡선의 방장산이 보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리고 뒤돌아 보면 오직 내가 지나온 흔적만이 남아 있습니다.



하늘은 한없이 푸르고, 맹감나무는 빨간 열매를 떨구고 대신 목화꽃을 피워 즐겁게 하고, 단풍나무는 빨갛게 마른 잎새위로 눈을 실어 바람을 막으며 병풍처럼 드리우고,  눈부신 눈길에는 낙엽 세잎 살짝 떨어져 조심히 산행하라 이릅니다.

 


 


눈부시게 햇살이 빛납니다. 반짝이는 소나무 사이로 y자 형태의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좌측길은 상행선, 우측길은 하행선.



바람도 잔잔합니다. 햇살도 눈부십니다. 그러다 보니 솔잎에 내려 앉은 눈들이 나른한 듯 서서히 녹아 내립니다. 그러나 솔가지 끝으로 이는 기온이 차가운지 땅으로 내려앉기고 전에 그만 얼어붙어 고드름으로 변하면서 투명한 고드름은 점점 길어져만 갑니다.



수직 절벽에 붙어 무엇으로 버텄는지 홀로 독야청청합니다.



바위가 눈이 덮여 마치 부화한 알처럼 보입니다. 누가 나왔을까???? 혁거세는 아닐거고, 올 한해 흥부 대박터진 것처럼 대박 터지라고???



삼거리 입니다. 좌측길은 방장산....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니 드디어 갓바위가 보입니다.



눈이 산죽을 무겁게 내리 누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이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짐작으로 뚫고 나가면 수북히 쌓인 눈들이 머리위로 배낭위로 그리고 상의와 바지 등으로 온통 하얗게 달라 붙어, 산죽길을 통과하고 나면  눈을 털어내는 것이 일인데 산죽은 가벼워진 고갤 세우고 웃습니다. 오늘 이런 산죽길을 여러번 통과하였습니다.



싸리나무 위에 앉은 눈들도 아름답습니다. 마치 참새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집니다.



억새는 세찬 바람에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는데 이제 눈이 무겁게 덮어 누르네요.


오후 세시가 넘었습니다. 더 진행하면 날이 어두워져 고생할 수도 있어 그만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작합니다. 눈 덮인 계곡도 역시 아름답습니다.



마을로 내려서니 아직도 따지 않은 감이 추위에 얼어서 더욱 빨간색으로 변해 군침돌게 하지만 그래도 내가 따먹으려하면 주인이 호통을 칠것이므로 손을 내밀지는 못하고 구경만 하고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산행지를 세세히 기록하지 못함을 양해바라며 산하 회원님들 모두 새해에도 무탈 안산 즐산하시고 행복이 가득한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