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새해 첫날 수락산에 올라 
 


 

2005.01.01(맑음)  

수락산역(11:00)→235봉→463봉→암릉→철모바위(13:00~50)→정상(638)→608봉→기차바위→524봉→508봉→동막골→주공APT(16:30, 사우나) →회룡역(18:40)

 

한국의 산하:수락산의 이모저모 
 

새해 첫날 구름이 많다던 예보가 있길래 조용히 가족과 함께 나도 늦잠을 잔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밖을 보니 예상외로 맑은 날씨.

이렇게 좋은 날 집에서 첫날을 보낼 수 없지 않은가 곧바로 산행채비를 서두르는데 디카가 없다. 아들 녀석이 동해 일출 보러간다며 선점했으니 눈 사진기만으로 집을 나선다.

  

이 시간대에는 역시 청계산이 적합한데 수락산 신령님을 뵙고 싶다.
벌써 10시가 넘었고 이동시간만 해도 1시간정도 소요될 텐데....

결국 발걸음은 수락산으로 정해지면서 7호선 전철을 탄다.

  

수락산 전철역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와 앞서 가시는 산님 한분에게 들머리를 물어보니 바로 옆이란다. 그분은 한적한 길로 가신다며 그 분 가는 길을 추천해 주신다.

새로운 길도 알아둘 겸 그 분을 따라 조금 가니 대로 옆에서 곧바로 오르는데 역시 돌하나 없는 비단길이고 한적하여 빠른 걸음으로 올라간다.

  

숲속길을 40여분 오르니 드디어 시야가 트이며 바로 맞은편으로 도봉산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로 앞의 암릉을 보니 그 옛날 총각시절에 올라본 기역이 난다.

  

그때의 이곳 암릉은 전문 산악인만 찾을 정도로 험난했고 장비가 없으면 오를 수 없었는데 곳곳에 난간대와 로프도 설치되어 일반등산로가 되어버린 듯 하다.

  

부모와 함께 올라온 어린아이서부터 초중고생까지 그야말로 많은 분들이 늘어서 있다.

나도 힘들고 위험을 느끼는 구간이 많은데 그분들의 용기를 나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모래알이 간혹 보이는 암릉 길은 자칫 목숨을 담보해야 할 정도인데 아무리 새해 첫날 호연지기를 함양시킨다 해도 일반 운동화에 복장과 차림새도 그렇고......

겨울인데도 눈은 전혀 보이질 않고 오로지 찬바람만 살랑살랑 불어대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곳 바위 능선은 도봉산과 달리 커다랗고 둥근 바위면의 연속인 것이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한다.

  

드디어 철모바위 부근까지 올라와 이름모를 커다란 바위밑 양지쪽에 자리 잡고 홀로 활동에너지를 채우고 있는데 암벽을 타고 산님들이 내 앞으로 가끔 올라오신다.

중년 여성분들도 남성분 못지않게 담력이 좋아지셨는지 전혀 겁도 없이 바위 면을 이리저리 잡으며 잘도 오르신다.

  

커다란 무명바위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불암산 능선이 가깝고 저 멀리 한강을 따라  예봉산 검단산 남한산성 아차산 청계산 관악산들이 안개구름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북쪽으론 불곡산과 그 넘어로 소요산이 가물대고 동으로는 광릉수목원 넘어로 천마산에서 철마산과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선명하다.   

  

철모바위같이 이곳 바위들은 큰 바위에 또 다른 큰 바위가 올려져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기할 뿐이고 나의 조그마한 지혜로는 생성과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바위마다 들러 인사드리고 정상을 향하여 이동하는데 이곳저곳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모두 정상으로 향하는지라 좁은 급경사지는 몹시도 붐비고 흙먼지가 자욱하다.

애완견까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괴로워한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을 뒤로 하고 장암동 가는 갈림길을 지나 기차바위로 이동하니 평탄한 바위 면을 따라 로프 두개가 상하행선을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로 사각형으로 움푹 파인 바위면도 위에서 아래까지 이어져 있어 참으로 신기하다.

  

동막골로 하산하려는 생각으로 계속 봉우리 두개를 오르락 내리락 하니 드디어 의정부 시가지 모습이 바로 가까이 다가온다.

바로 아래 민락동과 장암동을 연결하는 도로도 최근에 새로 조성되어 개통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새로 건설된 고가도로 램프 바로 밑에 위치한 지하통로를 빠져 나가니 아파트가 보이는 동네 길로 이어진다.

  

수많은 분들이 새해 첫날 어둠 속을 뚫고 솟구치는 일출을 바라보며 저마다 기대와 설램으로 소원을 빌었을 텐데 나는 오늘 하루 그저 덤덤하게 걸었다.

  

전쟁과 테러, 지진과 해일, 가뭄과 홍수, 태풍 기근 등으로 온 지구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무엇보다 자연계의 균형유지가 최우선적인 소원인 것 같고 우리의 몸과 마음 역시 균형을 유지하여 변함없는 산처럼 늘 평온하길 바랄 뿐이다.

  

때로는 비바람 몰아치고 태풍이 바다를 휘젓고 지나가도 이내 해맑은 햇볕이 온 사방을 비추며 생명을 키워내고 있으니 우리는 그저 자연에 순응하며 감사해야 할 것 같다.

항상 맑은 날만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바램일뿐 자연의 섭리는 우리와 다른 것 같다.

 

산하가족 여러분

을유년 새해에도 좋은 산행 추억 많이 쌓아 가시길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