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단상 11> 우문(愚問)-어느 산이 제일 좋은 산일까? (검단산 해맞이 가족산행)


 

 어제는 홀로 송년 산행지로 운길산-예봉산을 다녀왔다. 그런데 오늘 새해 첫 날 우리 가족 넷이서 오랜만에 새해 해맞이 산행을 검단산으로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출발이 조금 늦어 마음이 바쁘다. 그런데다 산 아래 공터나 도로가에는 해맞이 주차로 좀처럼 자리가 없다. 검단산 정상에서 새해 일출을 보기에는 가족 넷이 동시에 맞기에는 10분 쯤 늦을 것 같다. 산을 오르는 페이스가 나와 다르니 일출시각 맞춘 해바라기는 포기하고 차라리 가족의 끈끈한 유대를 택했다. 


 

 호국사를 지나 헬기장 윗 오름 길을 막 오르는데 해맞이 산객들이 해맞이를 끝내고 돌계단 길에 나래비 줄을 서서 내려오는데 그 줄이 끝이 없다. 두 사람이 비켜서기에도 어려운 위험한 오솔길을 오르기가 힘겹다. 하산하는 산객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돌계단을 버리고 샛길로 정상에 도착하여 늦은 해맞이를 한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산을 오른 것 같다. 산 정상의 바람은 매섭고 땀이 식으니 한기가 든다. 녹차 한 잔씩으로 가슴 속을 데우고 곧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내려오는 길이 더 춥다. 하지만 가족들과 하는 산행이라 마음은 훈훈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이 길을 내려올까? 가족의 소중함이라도 느낄까? 아니면 산을 오르내리며 저희들의 인생길에 도움을 주는 교훈이라도 얻어 갈 수 있을까?


 

 산을 내려오며 ‘자신에게 어느 산이 제일 좋은 산일까?’라는 어리석은 질문이 갑자기 엉뚱한 생각으로 밀려왔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의 가치와 관점에 따라 좋고 나쁜 태도나 견해를 갖는 평가기준이 있을 것이다. 이를 이름 하여 가치관이라 정의해보자. 더 풀어 말한다면 자기만의 생각이나 느낌, 판단 기준이나 행동 양식 등을 총체적으로 일컬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느냐에 따른 판단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물은 대답은 의외로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나온다. 바로 경기도 하남시와 광주 소재 ‘검단산’이라는 대답을 한다. 이유인즉 ‘본인이 가장 많이 자주 찾는 산’이며 시간과 공간 그리고 경제적인 비용 등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자신이 제일 접근하기 쉽고 취향에도 맞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다른 산객에게 질문했다면 이에 대한 대답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갑은 금강산, 을은 설악산 병은 지리산 등등 그 대답은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또는 본인이 체험한 산행 감정으로 동네 소재 무명산을 대답할 수도 있다. 암벽을 타는 산악인에게 동네 산은 관심 밖일 것이고, 산 초보에겐 북한산 숨은바위 절벽 길은 그림의 떡이 아닐까?


 

 평소에 자주 다니는 산이 검단산이라고 해서 그 산을 제일 좋아 한다는 대답을 해 놓고는 그져 웃어본다. 산은 늘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건만, 인간이 변덕을 부려대며 호(好), 불호(不好)를 논하다니!


 

  오늘은 우리 가족 넷이서 모처럼 오랜만에 새해맞이 산행을 검단산으로 하며 덕담을 주고받은 행복하고도 기억되는 날이 될 것이다. 이렇게 즐거운 날  생산적이지도 못한 이런 생각들을 대체 왜 한단 말인가. 요즘 들어  쓸데없는 생각들이 많아졌다. 다음 산행 땐 정리를 해야지.(200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