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관악산 산행기

 

산행일 : 2004. 1. 13(목).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들머리 (서울대 신공학관) (09:51)

  ☞ 연주샘 (10:01)

  ☞ 제3깔딱고개 (10:36)

  연주대(관악산 정상) (10:56~11:12. 629m)

  ☞ 연주암 (11:20~11:27) 

  ☞ 제3깔딱고개 (11:32) 

  ☞ KBS 송신소 전 안부 네거리 (11:44~11:48) 

  ☞ 549봉(태극기봉 1) (12:50~12:55)

  ☞ 육봉 최고봉(태극기봉 2) (13:10~13:15)

  ☞ 산불감시초소 (14:28~14:31)

  ☞ 성묘 (14:44)

  ☞ 날머리(아치형 나무다리) (14:45)

총 산행시간 :  4 시간 54분

구간별 거리 : 이정표가 거의 없어 거리 산정 불가능

산행지도


 

산행기

  일부러 관악산에 가려고 상경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찌어찌하여 서울 간 김에 관악산엘 가게 되었다.

며칠 전 1500산님(경북 상주지역 산행 중이셨음)에게 관악산 최고의 코스를 알려 달라 전화하였더니, 낙성대역에서 내려서 500m쯤 걸어가면 관악산 안내판이 나오니 그리로 올라서 육봉능선으로 내려가면 된단다.

자운암쪽 능선으로 오르라는 것이냐며 재차 물어보았지만 확답은 못하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연주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바로 자운암쪽 능선을 말씀하신듯하다. 자운암쪽 능선이라 확실히 말씀해주셨으면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일어난 불쾌한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낙성대역에서 내려 지하도를 빠져나가려다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다가오시기에 잘됐다 싶어 관악산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어보았다.

“어느 코스로 가고 싶은데?”

다짜고짜 반말이다.

“ 경치가 제일 좋은 코스요.”

“ 나만 따라와.”

아침부터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지만 목마른 놈이 샘 판다고 무작정 따라간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바로 큰 길이 나오고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여기서 서울대 신공학관 가는 버스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돼.” 하시고는 그 옆 제과점으로 들어간다.

같은 반말이라도 교양 있는 분이 내뱉는 기분 좋은 말투의 반말이 있고, 아랫사람에게 하대하는 듯한 거만한 말투의 아주 듣기 싫은 반말도 있다. 이 아저씨는 듣기 싫은 반말에 속한다.

“감사합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맨 뒤의 아가씨에게 물어본다.

“버스비가 얼마입니까?”

“550원요.”

옛날 같으면 간첩으로 오인 받아 신고했을 것이다.

마침 버스 뒷유리창에 신공학관이라고 써있는 버스가 서있어서 냉큼 올라탄다.

 

  사진과 뉴스에서 많이 본 서울대 캠퍼스를 버스는 한참이나 지난다. 동승한 사람들 대부분은 서울대생이겠지. 그런데 보통사람들하고 똑같이 생겼다.

신공학관에서 내려 등산화 끈을 조이고 있는데, 아까 그 아저씨가 저 아래서 올라온다.

‘ 어! 저 사람도 같은 버스에 탔었나? ’

“ 이 버스 타셨었어요? ”

“ 응, 이제부터 나만 따라오면 돼. ”

“ @#$%^&* ”

들머리에서 20여 m쯤 올랐을 때다.

앞서가던 그 아저씨, 아는 사람을 만났는가보다.

“ 오셨어요? 먼저 올라갈까요?”

존대말을 하기에 산에서 알게 된 친구 분이나 만난 줄 알았다.

“ 예, 먼저 올라가십시오.”

길옆 바위에 앉아 있는 분과의 대화였다. 그런데 그분을 보니 어림잡아 4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아니 나보다 한 참 어린사람한테는 깍듯이 존댓말을 하면서 처음 본 나에겐 다짜고짜 반말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 하도 기분이 나빠서 그 초로의 아자씨를 빠르게 추월하여 오른다.

  왼쪽은 능선, 직진하면 계곡으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머뭇거리다 그 아자씨를 또 만날 것 같아 얼음이 얼어있는 계곡으로 내려가서 계곡을 따라 쉬지 않고 오른다.

    

                      산행 들머리인 서울대 신공학관 위. 왼쪽의 노란 배낭 맨 사람이 바로 그 아자씨.
 

  계곡이 몽땅 얼어있다.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다. 연주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다시 쉼 없이 오른다. 이미 1500산님이 알려준 코스는 아닌듯하다. 저 위 마루금에 거대한 구조물이 괴물처럼 내려다보고 있다.

볼 것도 하나도 없는 계곡이다. 이정표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산이다.

그럴듯한 나무 계단이 나오고 깔딱고개에 오른다. 주능선에 이렇게 쉽게 올라오다니 너무 시시하다는 생각도 든다. 중간에 사진 촬영 없이 오른다면 30분이면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깔딱고개에 올라서서야 이정표 다운 이정표를 처음 본다. 그나마 내가 어디서 올라왔는지 조차도 잘 모를 이상한 곳(제4야영장)을 표시해 놓았다.

                                                                                  

                                                                                                        연주샘

 

                              온통 얼어붙은 계곡

 

                                                           

                                                                             처음 본 이정표. 그나마 떨어져 있었다.

 

   

                                                              저 위가 깔딱고개

 

  왼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다 보니 다른 산행기에서 많이 보았던 연주대가 보인다.

소나무들이 까만 먼지를 뒤집어써서 그런지 몰라도 푸른빛은 찾아보기 힘들고 모두가 무채색이다.

“솔”

우리말의 솔은 위에 있고, 높고, 으뜸이란 의미(上, 高, 元)이면서 나무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라고 누군가 그러던데, 이곳의 소나무는 먼지와 스모그와 기타 공해로 찌들어서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

100년 후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멸종될 것이라는 신문기사도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민족의 상징이자 기상이기도 한 소나무. 안타깝다.

     

                                                                      오른쪽 수직 암벽이 연주대
 

  온통 바위인 능선을 타고 오르다보니 갑자기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뒤돌아 내려가다 보니 아래쪽으로  연주대 가는 길이 보인다. 먼지 날리는 흙길이다.

연주대로 가까이 갈수록 실망이 점점 커지기만 한다.

‘저 멋진 바위 위에 저 암자를 꼭 지어야만 했을까’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만약에 저 암자가 없었더라면 더 멋진 절경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전선이 사방에 늘어져 있어서 수려한 경치를 더욱 반감시킨다.

    

                                              온통 전선과 전신주에  가려있는 연주대

 

     

                                             연주대 가다가 내려다 본 연주암

 

    

                                                삼성산쪽 조망과 독수리 닮은 바위

 

   

                                                  서쪽 능선의 기암 (줌 촬영)

 

  관악산 바위 정상에 올라서서 한강쪽을 내려다보니 북서쪽에서 올라오는 수려한 능선이 보이고 많은 산님들이 그곳으로 올라오고 있다. 아마도 자운암코스인가보다. 1500산님이 알려주신 코스인 듯한데, 후회해봐야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

   

                                                      관악산 정상 (629m)

 

    

                                                        연주대를 바라보며

 

   

                                             연주대에서 바라본 송신소쪽 바위

 

  연주대위의 암자에 내려가 보니 등산화를 벗고 치성을 드릴자만이 들어갈 수가 있는가보다. 입장료가 일 만원인 셈이다. 등산화 벗기도 싫고, 치성 드리는 성격도 못되는지라 되돌아 나와서 연주암으로 내려간다. 

    

           연주대 암자의 치성드리는 사람들, 그리고 열혈남아(반소매차림의 빨간티). 당시 연주대는

           영하 5도에 바람도 상당히 불었었다.

 

   

                             자운암에서 올라오는 마지막 정상 바로 전 구간으로  멋진 암릉이다.

 

                             

                                     관악산 정상에서 찍은 서울의 하늘. 스모그로 뒤덮힌

                               아랫쪽 서울의 하늘이 윗쪽의 파란하늘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암자가 너무 크다. 엄청 큰 대웅전까지 있다. 남향의 커다란 건물 대청마루에는 많은 산님들이 앉아서 따뜻한 태양 볕을 쬐고 있다.

높다란 활엽수 나목에 있는 까치집이 멋있어서 사진을 찍으려 다가가는데, 아까 산행들머리에서 헤어진 아자씨가 나를 쳐다보며, 한술 더 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기까지 하면서 또 한마디 하신다.

“ 뭔 젊은이가 그렇게 빨리 올라가! ”

약간 화가 들어간 말투다.

드디어 울화가 치밀어 한마디 한다.

“ 어르신! 오늘 아침에 싸라기밥만 드셨니?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려서부터 경로사상이 투철하게 몸에 밴 히어리.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투덜대면서 한 마디 한다.

“ 알려주려면 제대로 알려주셔야지, 제일 경치가 나쁜 코스를 알려주면 어떡합니까? ”

할아버지,

‘ 띠용~~~~ ’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나는 늙어서도 젊은이들한테 절대 반말하지 않으리라. 처음 대하는 젊은이들에게 공손하게 존댓말을 하는 멋진 노신사가 되리라. )

추측컨대 그 아자씨는 깔딱고개에서 바로 연주암으로 내려온 모양이다.

그리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자운암코스 들머리는 버스 종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나온다는걸 알았다.

    

                                                                연주암의 산님들


     

                                           복잡한 서울만큼이나 대웅전도 복잡하다.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라 다시 깔딱고개에 올라서 왼쪽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오른다.

앞서 오르는 여자 분이 빈손이지만 너무 가볍게 오른다. 좌우지간 서울분들 대단하다.

10분정도 남쪽으로 가다보니 갑자기 사거리 안부가 나온다. 지도에도 없는 사거리이다. 배낭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고도계시계의 나침반도 추위 때문인지 작동이 되질 않는다. 나침반을 하나 더 갖고 다녀야겠다.

곧장 가면 송신소가 있고 좌우길은 내리막길이다. 이정표만 있으면 육봉능선쪽으로 거침없이 나아갈 텐데, 기다리다가 지나는 산님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 짐작했던 대로 송신소 쪽이 육봉, 팔봉능선 가는 길이다.

                                      

                                                        다시 올라온 깔딱고개


     

                              깔딱고개 왼쪽의 수직 암벽, 저 여자분 너무 쉽게 올라가더라.

 

    

                                                            되돌아 본 연주대

 

    

           이정표도 없는 사거리 안부. 직진을 하여 송신소쪽으로 올라가면 육봉, 팔봉능선쪽으로 갈 수 있다.

 

  송신소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드디어 능선이 나타난다. 얼마인가를 가다가 육봉능선이 보이는 양지바른 아래쪽 바위로 내려가서 뜨거운 보리차물과 행동식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말 그대로 점심이다.

다시 능선을 탄다. 멋있는 바위가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정말 멋진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그래! 바로 이거야.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멋진 바위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팔봉능선. 왕관바위는 보이질 않는다.

 

    

                                                        주능선상의 기암들

 

    

                                                            기암과 기암사이

 

                             

                               마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듯한 기기묘묘한 바위. 주능선상의 최고의 기암이었다.

 

  팔봉능선이 시작되는 태극기 휘날리는 549봉에 올라선다. 왜 태극기가 여기서 휘날리지? 하나도 아니고 두개씩이나? 저 아래에 육봉능선쪽에 또 하나가 있다. 대단히 애국적인 산이다. 팔봉능선에는 왕관바위도 있던데, 그걸 보러 촌놈이 또 올라올 수도 없고, 그냥 육봉능선쪽으로 내려가자니 아쉽기만 하다.

                                      

                                                              549봉 정상

 

                                       

                                              549봉의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549봉에서 바라 본 육봉능선

 

   

                                               549봉 지나서 바라 본 팔봉능선

 

   

                                                         주능선상의 소나무

 

   

      육봉의 대장격인 제일 높은 봉. 역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여기서 계속 바위능선타고 내려가면

      되는데,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우회하여 올라갔었다.

 

계속 능선을 따라가면 육봉능선으로 올라설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오른쪽으로 돌아 아래로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두 번째 태극기 봉으로 올라간다.

육봉 첫 번째 봉우리에는 온도계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두 번째 봉우리를 내려서서 왼쪽으로 보이는 지나온 관악산을 보니 무수히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산이 관악산이다.

                                    

                                        육봉 최고봉의 온도계. 영하 4도를 가리키고 있다.


   

                                            육봉 최고봉에서 내려다 본 남쪽 능선

 

   

                                          물개 두마리가 앉아있는것 같다. (줌 촬영)

 

   

                                            두마리의 물개 바위까지 내려왔다.

 

   

                                                왼쪽에 육봉 최고봉이 보인다.

 

몇 번째 봉우리인지 몰라도 수직암벽을 내려가려하니 상당히 위험하다. 배낭만 없어도 쉽게 내려갈 것 같은데, 배낭을 밑으로 던져놓고 내려가자니 높이가 너무 높아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일단 내려가 보자하고, 한발 한발 내려서다보니 중간쯤은 내려간 것 같다.

배낭이 제법 큰 부피를 차지하고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도저히 더 이상 내려갈 수가 없다. 녀석 때문에 무게 중심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 할 수 없이 다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그리고 내려갈 암봉들을 바라보니 앞으로 이런 구간이 계속 될 것 같다. 오른쪽 육산 능선쪽으로 방향을 돌려 하산을 한다. 그리 사람들이 많이 다닌 코스는 아닌듯하지만 길은 뚜렷하다.

   

                                        이 바위를 내려오지 못하고 우회하였었다.
 

  한 참을 내려가다 보니 멀리 위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아까 내가 포기한 그 암벽을 많은 산님들이 아무런 장비도 없이 아주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몇몇 산님은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우회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계속해서 육봉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서울분들 대단하다는 생각에 혀를 내두른다. 

                               

               한참을 내려가다 되돌아보니 많은 산님들이 내가 포기한 암벽을 내려오고 있었다. (줌 촬영)

 

암벽을 내려오는 사람들, 관악산 전경 동영상을 보시려면 여기( http://blog.joins.com/pil6994 )를 클릭하십시요. 로그인이나 회원가입없이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봉우리에 올라선 산님들 (줌 촬영)

 

    

                                       또 그 다음 봉우리에 올라선 산님들 (줌 촬영)


     

                                              관악산에도 작은 여성봉이 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관악산을 마지막으로 한바퀴 휘돌아 본다.

갑자기 낙엽이 많이 쌓인 넓은 평지가 나오고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도 이정표가 없어 잠시 망설이다가 왼쪽 계곡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곡을 건너니 지금까지의 하산로 중 가장 넓을 길이 나온다.

어느 종교의 교주가 묻힌 것으로 보이는 성묘를 지나니 아치형의 나무구름다리가 나온다.

이것으로 산행은 끝이다.

테니스코트가 잘 조성되있는 건물군을 왼쪽으로 하고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그 건물들은 산업자원부 소속 기술표준원이었다.

                                     

                                                               산불감시초소

 

                                      

                                            아치형 나무다리에 이르면 산행은 끝이다.


     

                                               날머리에 세워진 관악산 종합 안내도

 

    

                                               기술표준원 앞에서 올려다본 육봉능선

 

  정부 주요부처가 모여 있는 과천 땅이다.

기술표준원에서부터 정부과천청사앞을 지나 코오롱빌딩 지하의 지하철까지는 걸어서 약 2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정부과천청사에서 바라 본 관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