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금요일), 집에서 14시 20분에 출발하여 회현역 4번 출구를 나서니 15시 경. 출구에서 직진하니 고가도로 밑에 남산공원으로 오르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콘크리이트계단을 올라서 직진하다가 만난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 오르막의 돌계단을 오르니 남산공원이 나타난다.

 말을 탄 김 유신 장군의 동상이 보이고 돌로 만든 조각들이 설치돼 있다. 백범 김 구 선생의 동상도 오랜만에 보고 성제 이 시영 선생의 동상도 본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 남산타워가 올려다 보이는, 서울특별시교육연구원을 좌측으로 낀 긴 돌계단길을 오른다.

 돌계단길을 다 오르니 우측에 안 중근 의사의 기념관이 있다. 이토오 히로부미 한 명을 죽여서 일제가 이 땅에서 사라질 수는 없었겠지만 한국인들의 울분이 이 곳을 항일정신이 서린 민족의 성지로 만든 것이리라. 그러나 누군가의 지적처럼 임시정부의 수석이었던 김 구 선생은 저 아래에서 동상 한 개로 달랑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데 이 넓고 좋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안 중근 의사 기념관은 한국인들의 직설적인 반일감정의 명백한 표출에 다름이 아니리라.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이 곳을 찾는 일본인들도 있던데 그들은 과연 여기서 무엇을 느끼고 돌아갈까?



백범 김 구 선생 동상.



남산식물원으로 오르는 계단.



안 중근 의사 기념관 전경.



안 중근 의사 동상.



견이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受命) -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함을 보거든 목숨을 줘라.



안 중근 의사 기념관 근경.


 안 중근 의사 기념관의 맞은 편에는 서울특별시교육연구원 건물이 있다. 과거에 육 영수의 어린이회관으로 지어졌다가 국립 중앙도서관이 됐다가 현재에는 서울특별시교육연구원이 된 사연 많은 건물이다. 남산의 대표적인 명물 중의 하나이다.

 계단을 내려서서 남산공원 소동물원으로 향한다. 조류와 염소, 원숭이 등이 살고 있다. 소동물원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쭉 내려가면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 소월 김 정식의 소월시비가 있고 그의 시 ‘산유화’가 조각돼 있다. 쉬우면서도 정감어린 표현으로 시를 쓴 그는 분명히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린 시인으로 한국의 문단에 영원히 남으리라.

 소월시비 옆으로 남산으로 오르는 등로가 있다. 아까 계단을 내려서지 않고 남산식물원의 좌측으로 올라가도 등로가 있지만(결국 두 등로는 돌계단 삼거리에서 만나게 된다.) 이 길이 더 운치가 있고 들머리답게 느껴져서 자주 애용하는 길이다. 들머리에는 서울타워까지 1.17 킬로미터라는 이정목이 설치돼 있다.



어린이회관에서 국립 중앙도서관이 됐다가 현재는 서울특별시교육연구원이 된 사연 많은 건물.



남산식물원과 서울타워.



남산공원 소동물원의 염소.



소월시비.



소월시비 옆의 남산 들머리.


 한겨울의 등로를 오른다. 생태계와 산림을 보존하기 위해 돌로 만든 등로의 좌우로는 울타리를 설치해서 출입을 제한해 놓았다. 군데군데 복원된 서울성곽의 모습이 보인다. 가능하면 그 당시의 성곽을 보고 싶지만 유달리 외침에 의한 파괴가 많았었던 이 나라이기에 역사의 현장을 그 당시의 모습으로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겨울의 등로 1.



한겨울의 등로 2.



한겨울의 등로 3.



한겨울의 등로 4.


 돌계단길을 오르다보니 최근에 설치한 듯한 나무로 만든 전망대가 나타난다. 적갈색의 페인트를 칠해 놓은 전망대의 모습이 그럴싸해 보인다. 전망대에서 안산과 인왕산의 모습이 뚜렷이 조망된다. 그리고 북악산과 북한산의 모습도 보이고 우측 저 멀리로는 도봉산의 모습도 아스라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서울성곽을 낀 돌계단길을 다시 오른다. 오를수록 서울타워가 더 가까이 바라보인다. 이 서울타워는 해발 고도 479.7 미터로 해발 고도 537 미터인 모스크바타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탑이라고 한다. 고교시절 이 타워를 건설하는 현장을 까마득하게 올려다 본 기억이 나는데 남산의 으뜸가는 명물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산과 인왕산, 북한산.



최근에 새로 설치한 전망대.



서울성곽을 낀 등로 1.



서울성곽을 낀 등로 2.



서울성곽을 낀 등로 3.


 서울성곽을 낀 등로를 오르다보니 봉수대가 나타난다. 원래 남산에 있었던 다섯 개의 봉수대 중 한 개의 봉수대를 복원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봉수대에 오르니 북악산과 북한산이 가까이 보이고 저 멀리 도봉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니 수락산과 불암산의 모습도 조망된다.

 봉수대를 내려서니 바로 국사당터가 나온다. 남산의 산신을 모신다는 국사당은 현재는 인왕산의 한 자락(선바위 옆)에 옮겨져서 설치돼 있는데 조선시대의 범신론과 무속신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그리고 남산의 가장 높은 곳에 팔각정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삼각점은 팔각정보다 2 미터 정도 더 낮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지리와 측량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므로 이러한 삼각점의 위치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2등삼각점을 지나니 또 다른 목멱산 봉수대터가 나온다. 고려 때에 서울 일대의 지명이 목멱양(木覓壤)이었기 때문에 원래 목멱산(木覓山)이라고 불리웠던 산인데 조선 때부터 도성의 남쪽에 있는 산이라고 하여 남산이라고 불리워졌다고 한다.



남산 봉수대.



봉수대에서 바라본 북악산과 북한산, 도봉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수락산과 불암산.



국사당터 - 현재 국사당은 인왕산 자락으로 옮겨짐.



팔각정.

 


2등삼각점 - 팔각정보다 2 미터 정도 더 낮은 곳에 있음.



남산의 다섯 개의 봉수대 중 또 한 개의 봉수대터.


 이제 해발 262 미터의 낮은 산을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도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남동 등지에 사는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산이다. 도심의 매연을 흡수해서 정화하는, 도시의 허파 구실을 하는 고마운 산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하산길을 수분간 걸으니 장충동 쪽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좌측으로 갈라져 있다. 보도블럭이 설치된 그 길을 따라가니 시멘트로 거칠게 포장한 계단길이 나타난다.

 남산의 등로는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나 돌밭길이 없어서 아쉽다. 옛날에는 흙을 밟아 볼 수 있는 곳도 더러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게 유감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산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해야 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어릴 때부터 올라서 너무나 낯익은 등로를 감회에 젖어 내려가다보니 돌계단길이 좌우로 갈라지는데 우측으로 내려가서 나오는 조깅코스 겸 산책로인 아스팔트 포장도로에서 바로 밑의 공원이나 포장도로의 우측으로 가면 장충단공원으로 내려가게 되고 좌측으로 가면 조깅코스 겸 산책로인 긴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걷게 된다. 이 산책로의 초입부분은 긴 U자형으로 돼 있는데 이 U자형 산책로의 열린 부분을 가로질러 놓인 지름길이 이 돌계단 삼거리의 좌측길이다.



남산 하산길.



포장도로를 벗어나 좌측으로 갈라지는 등로.



하산길의 등로 1.



하산길의 등로 2.



하산길의 등로 3.



하산길의 등로 4.


 지름길인 좌측길로 내려서서 산책로를 한참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지나니 오늘의 남산 날머리인 도시철도공사 연수원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우측에 보인다. 이 곳은 옛날 악명 높았었던 중앙정보부 별관이었던 건물이다. 도시철도공사 연수원 건물을 지나 작은 터널을 통과하니 우측으로 구름다리가 나온다. 구름다리 위로 오르니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이 일목요연하게 내려다 보인다.



남산 산책, 조깅코스 1.



남산 산책, 조깅코스 2.



남산 산책, 조깅코스 3.



남산 날머리 - 도시철도공사 연수원을 거친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



도시철도공사 연수원을 지나 터널 속으로...



터널 통과 직후 우측의 구름다리를 건너...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전경.


 구름다리를 건너서 타임캡슐광장으로 내려간다. 서울 정도 600주년을 기념하여 1994년 11월 29일, 이 시대 문물 600점의 주머니를 담은 타임캡슐을 묻은 곳이다. 이 타임캡슐은 묻은 날로부터 정확히 400년 후에 - 그러니까 서울 정도(定都) 1000주년이 되는 해 - 개방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타임캡슐이 묻힌 곳을 보고 나오니 이 곳이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임을 알리는 거대한 표시석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초가지붕의 정자와 그 옆의 얼어 붙은 작은 연못, 인공으로 만든 개울의 모습이 운치있게 다가온다.



타임캡슐이 묻힌 곳.



타임캡슐이 묻힌 곳의 입구.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표시석.



초가지붕의 정자와 인공의 개울.


 조금 더 내려가니 남산골 한옥마을이 나온다. 그런데 겨울철이라서 관람시각이 17시까지인지 관리인이 문을 닫고 있다. 한옥마을 입구에는 천우각이라는 비교적 큰 누각이 있고 그 뒤편으로는 한 복판에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인공의 연못이 있는데 동장군의 위력으로 꽁꽁 얼어 있다.

 충무로역 쪽으로 내려가니 커다란 기와지붕의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의 정문이 제법 웅장해 보인다. 한옥마을을 나서니 바로 충무로역이 내려다 보인다. 충무로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남산골 한옥마을.



천우각.



천우각 뒤편의 얼어 붙은 연못.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의 정문.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