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05년 1월 9일

어디로                  대구 팔공산

누구와                  장수산악회 따라

 

차량이동로           마산(06:40)-구마고속도로-현풍휴게소-대구 팔공산 한티재(08:50)

산행 경로             한티재(09:00)-파계재(09:30)-파계봉-서봉-동봉((12:20)-신령재(13:30)-동화사(14:50)-주차장(15:20)

 

산행기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울것이라는 기상캐스터의 예보에 맞춰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처음으로 동행해 보는 장수산악회다

버스에 올라 면면들을 대충 보니 산꾼 냄새가 풍겨져 초보 솔나루 은근히 기죽는다

감기기운이 약간 있어  두유와 함께(찬물이 없어) 감기약을 먹어 둔다

새벽 3시에 먹었는데 너무 빨리 먹는것 아닌가(제사 참례하느라 3시에 취침했음)

약기운 때문인지 잠이 쏟아진다

현풍에서 잠시 눈을 떠 보지만 이내 잠속으로 빠져든다

한티재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선두를 따라 가뿐하게 능선으로 올라선다

바스러진 솔갈비의 감촉이 푹신하게 발바닥에 전해져 온다

엷게 뿌려진 포근한 신설과 멋들어진 입석들이?나를 환영하는듯 듬성듬성 도열해 있네

눈부신 햇살이 정면에서 비치는걸 보니 동쪽으로 진행하나 보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첫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11시 방향에 비로봉과 통신탑이 우뚝하니 솟아 있다

 

파계재에 내려 서니 숨어 있던 칼바람이 갑자기 몰아친다

내 짧은 소견으론 능선쪽의 바람이 더 쎌것 같은데

어찌된 셈인지 움푹 꺼진 재에 바람이 더 쎄네

파계봉 오름길 음지의 강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묵묵히 오름짓만을 계속하며 추위와 맞서 본다

일행들은 다들 앞서 가고 나 혼자서 능선길을 걷는다

정면에서 비치던 햇살이 어느틈엔가 1시 방향에 있는걸 보니

능선이 동북으로 꺾였나 보다

 

멋진 암봉과 분재 작품같은 소나무가 조화롭게 늘어서 있다

그늘진 우회로를 마다 하고 바위 능선을 타본다

바위를 안고 돌고 기어 오르며 앞으로 나아 가니

어라!!! 길이 끊겼네

내려 서기가 애매하다 .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아깝다

이리 저리 재어 보니 다리를 뻗으면 건너편 바위에 닿을수 있을거 같아

일단 스틱을 아래로 던졌다

조심스레 다리를 쭈욱 뻗으며 손을 놓았다

허공을 핑그르 돌면서 손으로 뭔가를 잡았다

손을 살짝 놓으면서 가뿐히 안착은 했지만 내다리는 생각보다 짧았다

휴우~~  다리를 약간 긁힌것 외엔 별일 없긴 했지만 후회막급이다

무모함을 반성 또 반성하면서 나아 간다

서봉에 도착해서 안내판을 보니 그곳이 칼날능선인것 같다

 

서봉엔 많은 산객들이 붐비고 있었지만 일행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긴 아는이가 없으니 옆에 있어도 모를테지만....

한무더기의 산객들이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혹시나 싶어 살짝 물어 보니 한백산악회란다

 

서봉에서 동봉으로의 바위너덜겅을 조심스레 건너 간다

몇햊해전 케이블카로 올랐던 낯 익은 길이다

그때 처음으로 벌깨덩굴을 만나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던 감동이 되살아난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갈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언가가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동봉으로의 힘겨운 계단길을 한발한발 올라간다

양지바른 곳엔 군데군데 점심상이 펼쳐져 있다

정상 조금 비껴난 양지쪽 바위위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찰떡과 바나나, 귤 그리고 진한커피에

코코아가루를 듬뿍 넣은 나만의 달콤한 점심이다

속은 따뜻해졌는데 이마가 아려 온다

이마는 다치지 않았는데....

손을 대보니 세상에나!!  땀에 젖은 스카프가 잠시의 휴식에 얼어붙어 버렸다

스카프를 바꿔매며 서둘러 출발한다

 

이제부턴 북사면의 얼어 붙은 내리막길이다

발바닥에 힘이 들어 간다

왼쪽 아래로는 절벽구간이라 심심찮게 주의 팻말이 서 있다

따뜻한 남쪽에 사는 나로선 추위때문에 쉴 수도, 조망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팬의 기능이 과도하여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사정없이 체온을 뺏어 버린다

 

오른쪽 아래로 내려다 보니 고래등같은 기와 지붕이 동화사인가 보다

은빛으로 빛나는 저수지도 보이지만 어디쯤인지 가늠해볼 여유마저 없다

진행방향에 마주 보이는 골프장은 산의 7부능선까지 점령해 있다

누렇게 바랜 잔디가 팔공의 속살같아 마음 아프다

 

신령재에 닿으니 13시 30분이다

시간은 충분한것 같아 안전만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내려 온다

계곡 아래쪽엔 얼음이 두껍게 얼어 붙었다

짓이겨진 낙엽 아래 복병처럼 숨어 있는 얼음과

제멋대로 흔들리는 돌덩이를 피해 살금살금 내려 온다

계곡을 수도 없이 가로질러 건너며 동화사에 도착한다

동화사 대웅전은 보수공사중이라 임시법당이 차려져 있다

통일대불은 높디높은 계단이 무서워 생략한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따끈한 어묵국물로 몸을 녹이고

버스에 오르자 말자  잠속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