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桂芳山  1,577.4m)   

 

2005.1.28-30

코스 : 운두령~계방산~동역골~방아다리(척천리)  / 약16km (도상)

참가 : 부산山사람들 8명 

 

 

(계방산 일반정보)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진부면의 경계에 위치한 계방산은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높이 뿐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여느 산에 뒤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이웃한 오대산의 명성에 가려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부드러운 능선을 자랑하는 계방산은 밋밋하지만 때묻지않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능선 가득 들어찬 산죽과 주목군락, 깊숙한 계곡, 빽빽한 원시림등이 철따라 다른 멋을 뽐낸다. 특히 계방산의 겨울은 고지대 설산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바다바람과 대륙의 편서풍이 부딪쳐 눈이 쏟아지듯 내리고,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내린 눈이 녹지않는 지형적 특성으로 주목과 고사목이 어우러진 설경의 아름다움은 고산지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다.

 

계방산 산행의 들머리인 운두령(1089m)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올라가는 가장 높은 고개이다. 운두령에서 정상까지의 표고차는 488m에 불과하여 고산이면서도 비교적 수월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쪽으로 자리잡은 설악산 점봉산, 동쪽의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 운두령너머에 우뚝 선 회령봉과 태기봉 등 백두대간의 육중한 줄기와 태산준령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강기맥(漢江岐脈)

백두대간 두로봉(1421.9)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한 산줄기는 오대산 상왕봉(1493), 비로봉(1563.4), 호령봉(1560), 그리고 계방산(1577)을 솟구치고, 운두령을 넘어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두물머리)까지 이어지며 도상거리 약 167km의 마루금을 이룬다.

 

오대(五臺)란, 

오대천 계곡을 삼면으로 둘러싸고 있는 호령-비로-상왕-두로-동대 다섯봉우리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과 또 동대(관음암), 서대(수정암), 남대(자장암), 북대(미륵암), 중대(사자암)의 다섯고찰을 품었다고 해서 그러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계방산은 만만치가 않다. 요즘은 도로사정이 많이 나아져 당일로 뛰는 안내산악회도 더러 있으나 차량운행거리가 긴만치 산행거리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산악회의 코스는 운두령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찍고, 주목삼거리에서 노동리 이승복 생가터로 하산하는 3~4시간의 코스다.

작년, 재작년에 그랬듯이 올해도 연초에 한라산이나 울릉도가 논의되었으나 ‘말로만’으로 그치고, 마침 방아다리골에 터(?)를 잡고있는 통나무님의 주선으로 계방산으로 일정이 잡힌다. 통나무님은 매년 겨울철에는 아예 평창 雪國으로 주거를 옮기는데,  ‘현지화’가 다 되어 거의 원주민 수준이다. 현지에 가보니 통나무팬션이란 간판이 여럿 보였는데 자신의 필명도 여기서 딴게 아닌가 싶다.


 

1.28(금)

 

자근차든 조은차든 한대로는 모자라 두 대로 가기로 한다. 좀 더 큰차 한대로 줄일까도 생각 했지만 마눌님이 각화사엘 가시면서, 내려갈 때 모시러 오라는 오더가 있는지라 천상 내차는 안갖고 갈 수가 없다. (마눌님 명령에 감히 '쎄'를 댈 수가 있나?)

20시 서면을 출발, 구마, 중앙, 영동고속도로 진부IC를 나와 통나무님의 전화 중계를 받으며 한치의 헛질없이 단번에 ‘방아다리꼴’ 민박집에 이른다. -24:30

 

날짜가 바뀌었다고, 자정이 넘었다고 그냥 누울 사람들이 아니다. 깔아논 이불 다 걷어내고 신문지 깔고, 굽고 디비는 전야제가 조촐히 치러진다.


 

1.29(토)

 

(시간표)

10:23 운두령

12:20 계방산 정상

13:20 주목삼거리 [정상0.5 제2야영장 5.2km]

14:40 갈림길 / 국립공원 경계석(시멘트 말뚝)

16:20 방아다리 입산통제소


2박3일의 먹거리는 시그리가 준비했다. 숟가락도 필요없다더니 정말로 꼼꼼히도 챙겨왔다. 아침메뉴는 된장국이다. 준비물은 ‘엄마’가 다 챙겨주셨다지만, 그 어머니에 그딸 아닐까봐 조리솜씨도 예사롭지 않구마는 아직도 잡아갈 귀신이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

 

부산서 온 일곱에 통나무님이 합류하고, 혹 길이나 잃을까봐 현지에 계시는 한분이 길안내 역할까지 맡아 아홉명이 출전을 한다. 운두령까지 운반은 통나무님과 합숙중인 강쌤이 수고를 해 주시고. 통나무님의 세심한 씨나리오를 읽을수 있다. 출발과 동시에 눈발이 날리는데 척천리에서 방아다리 약수를 거쳐 노동리로 넘어가는 가릿재(가리치)가 만만찮다. 눈이 얇게 깔리기 시작한 터라 남쪽에서 온 우리 차로는 택도 없겠다.

 

 


운두령(雲頭嶺  1,089m)


 얼마나 높았으면 구름머리라 이름을 붙였노. 차가 올라가는 도로중 가장 높단다. 이미 고갯마루는 차들로 빽빽하다. 적설에 대비한 장구도 없이 차를 올렸다가는 오도가도 못할 신세되기 십상이다. 많은 무리들이 오르고 있고 또 오를 준비들을 하고 있다. 고개에서 쳐다보이는 봉우리쪽은 눈보라 속에 잠겼다. 철도용 침목으로 보강된 계단길을 힘차게 오른다.

 


정상까지는 들머리 계단길과 또 그만한 경사 두세군데를 제외하고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고개마루에서 정상까지의 고도차는 불과 500도 안된다. 부산의 백양산 오르는 정도밖에 안되지만 이어지는 능선길이 있어 거리는 4km에 두시간은 잡아야 된다. 능선에 올라서니 기온은 물론이고 바람도 만만찮아 자켓틈새를 여미고도 땀은 거의 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채 다른 산행객의 흐름에 따라 이동할 뿐이다.


출발 한시간반. [운두령2.9 정상0.9km] 이정표가 나오면서 헬기장인 듯한 공터에서 잠시 쉬면서 후미를 기다린다. 모자 밖으로 노출된 머리카락은 하얀 상고대로 변하고 콧물이 흘러 내리는걸 의식도 못한다만 태백이나 소백의 칼바람만큼은 아니다.


 

계방산 정상  (桂芳山 : 계수나무계 꽃다울방 = 계수나무 향기)


오대산 비로봉을 넘어 점봉, 설악까지의 조망은 물론 사방팔방으로 조망을 기대하며 인터넷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림 미리보기까지 익혀 왔건만 오늘은 전혀 ‘아니올씨다’.  분대병력 밖에 안되는 내 식구 찾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래도 예는 올려야지. 정상 돌무더기 앞에 제물이랍시고 채리는데 증명사진 박는 사람들은 우에 그리 줄을 잇는지. 소주한잔에  ‘국태민안~’ 삼배를 올린다.

 


국내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산인데 어찌이리 반듯한 정상석하나 없나. 정상석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자. 정상석을 관리하거나 담당하는 국가기관은 없는 것 같다. 산 관련단체나 개인, 혹은 해당 지자체에서 마음 내키는대로 설치를 하고 있고, 관심없는 지자체나 신경쓰는 이 없는 산은 정상석이 없는게 현실정이다. 요즘 도로 이정표는 얼마나 잘되어 있나. 벽촌 시골마을 뒷길이 아닌 다음에야 웬만한 곳은 지도책 펴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가 있다. 지리산의 동쪽 함양군에서는 깔끔한 자연석 형태로 크기도 아담하게 규격을 통일하여 주변 산마다 정상석을, 가야산에는 합천군과 성주군이 서로 정상이 자기꺼라며 경쟁하고 있고, 영남알프스 몇 곳은 지자체에서 뽐내기라도 하는 듯 크기도 만만찮은 정상석을 올려놓았다. 한봉우리에 거창하게 두개씩이나 있는가 하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여기처럼 정상석인지 뭔지도 모를 대리석 말뚝하나 꽂혀있는 이런 곳 또한 한두군덴가.


나의 짧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산꾼들이 나서서 각 지역별 해당 지자체에 민원으로 건의를 하면 의외로 수월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평창군에 거주하시는 산꾼님이 계시면 꼭 그리 해주십사 -내가 할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지역주민이 - 부탁드립니다. (홍천군에서 먼저 한다카더라... 정보(?)를 흘리면 아마도 바로 시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부산山사람들 역시 백두대간길의 그냥 모른척 하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봉우리에 정상석을 올릴 계획을 하고, 이미 상당부분 진척을 보고 있다.


정면으로 맞짱 뜨기엔 버거운 눈바람 속에, 뵈는것도 없으니 따로 머무를 필요도 없다. 정상 돌무더기 건너편으로 넘어가는데 선두에서 아래쪽으로 향한다. 식당을 찾는거란다. 여러 무리들이 군데군데 바람을 피하여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정상부 몇걸음 아래 자리를 잡고 식당을 채린다. 추운날에는 암만해도 뜨신 국물이 들어가야 제격이다. 휘발유와 가스. 두팀으로 나누는데 가스쪽은 암만해도 뭐가 제대로 안되는지 시끄럽다. (12:25~13:10 점심식사)


정상에서 채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갈림길이 나온다. 거대한 주목 한그루가 있는 노동리 갈림길이다. 이정표가 있고 [정상0.5 제2야영장5.2km], 흔히들 ‘주목삼거리’라 부른다. 넓게 펼친 주목가지 아래 많은 사람들이 눈을 피해 모여 있다.

 

여기까지가 계방산 일반등산로다. 대부분의 산행객은 운두령에서 출발하여 여기 주목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하산하여 이승복생가터를 거치는, 계방산 등산 최단거리이기도 하다. 삼거리에서 직진을 하면서 비로소 분위기가 달라진다. 많은 사람이 삐댄 흔적으로 누렇던 길이  하얗게 변하면서 설화가 만발한, 온통 하얀 눈나라로 들어간다. 맨 앞에서는 발자국을 새로 낸다. 발목까지 소복소복 밟힌다. 눈 쌓인 비탈길은 무릎까지 빠지면서 제대로 된 눈길산행에 다들 흥을 낸다.

 

내리는 눈도 제법 눈송이 모습을 하고 있다. 시야는 가려 조망은 없지만 눈송이를 맞으며 눈길로 빠져드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숲속 외길에는 신나게 내빼다가 트인 공터에서는 숨을 고르며 보조를 맞춘다. 길은 전반적인 내림길이다. 선두에서는 방아다리 하산 포인트 찾기 바쁘지만 발자국따라 오는 후미조는 정신없이 떠들어 댄다. 희미한 시야지만 군데군데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멋진 모습의 주목이 군데군데 그 자태를 드러낸다. 계방산 정상부 주목군락지다. 보호수목이란 번호표를 달고 있다.

 

출발 30여분만에 우측으로 리본이 걸린 하산길이 나타나는데 시간상 아직은 아니라는 판단에 계속 직진한다. 여기부터는 등산로의 모습이 전혀 구분이 안된다 드문드문 희미한 리본 몇 개로 ‘한강기맥’ 길임을 확인한다.

 

1462.3봉을 우측사면으로 우회한 후 무심코 직진능선길을 따르는 선두를 세웠다. 좌측 내리막에 붙은 리본을 못봤더라면 그대로 갈 뻔했다. 독도주의 지점이다. 정면으로 뻗은 능선은 방아다리 약수에서 노동리로 넘어가는 가리치(加里峙, 가릿재)로 이어진다. 소위 주왕지맥(주왕산 1376.1m : 가리왕산 좌측) 혹은 계방지맥으로 불려지는 산줄기다.

 

좌측 내리막은 급경사로 한참을 떨어지더니 안부에 이른다. 주목삼거리에서 1시간20분이다. 건너편 오르막 시작점에 국립공원 경계석(시멘트 기둥)이 있다. 정확한 판단은 아니지만 여기서 하산하기로 한다. 오대산국립공원에서 발행한 지도를 보고 국립공원 경계임을 확인한다. 오대산 국립공원은 대간길 선자령을 넘은 매봉에서 시작하여, 신배령을 지나 끝이 나고, 한강기맥길에서는 여기서부터 공원구역이 시작이 된다.

(손목고도 1,205m)

계방산에서 두로봉까지는 도상거리 20km가 되므로 당일로는 무리다. 두로봉에서 하산시간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내림길 초입에 리본이 몇 개 있을 뿐 산죽밭을 헤친 이후 전혀 길은 식별이 안된다. 눈(雪)이 없으면 희미하나마 눈(眼)에 뜨일수도 있겠지만 무릎까지 사정없이 빠지는 눈길에서야 오직 나침판 하나에 경험과 통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래로 향하는 계곡이고, 물마저 꽁꽁 얼어붙어 아예 물길을 따른다는 생각으로 내려간다. 바로 우측 능선이 좀전의 1462.3봉에서 가릿재로 뻗은 능선임을 알겠고 내려선 계곡은 동쪽을 향한다.

 

30여분 만에 좌측에서 내려오는 지계곡과의 합수점을 지난다. 눈이 두껍게 덮힌 얼음판을 무심코 디디다가 미끌어지고 엎어지기도 하지만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기만 하다. 그리 험하지 않는 완만한 내림길이고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는 건드리면 툭툭 부러져 어려움이 없다.

 

(동역골)


다시 10여분 후에 비닐움막을 만나는데 눈의 무게를 못이겨 지붕이 내려 앉았다. 한두사람 비박하기에 적당한 크기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뚜렷한 길과 발자국 흔적을 찾는다. 모두들 이쪽으로 등산코스를 잡길 잘했단다.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 벗어 나기도 했지만 애초부터 ‘이승복생가’ 라는데는 관심이 없었다. 요즘 시대의 시각으로 다시보기를 하면 가당찮은 한편의 소설같이 들릴 뿐이다. “나는 죽어도 공산당이 싫어요”... 

혹자는, 공산당이 오기는 왔는데 콩사탕과 깨사탕을 들고 와서는 이승복이 한테 콩사탕을 내밀자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 하는 소리를 밖에 지나가던 노인이 잘못들었다는... 물론 할일 없는 작자가 지어낸 얘기겠지만, 당시의 반공사상 고취를 위한 소설같은 ‘교육용 자료’가 어디 한둘인가.


 

두 번째 비닐하우스는 제법 크고 사람의 흔적이 있다. 우측 둔덕위에 비닐하우스가 한 채 있고 농사를 짓는 터도 나온다. 여기부터는 눈이 덮혀 있지만 임도의 형태가 나타난다. 막판이 되니 눈도 그치고 해가 나온다. 키 큰 전나무 숲 따라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개울을 건너면 이내 도로가 보인다.

 

(방아다리 입산통제소)

 


입산통제소.

방아다리 약수와 척천리 중간지점. 가릿재로 이어지는 도로다 (2차선 아스팔트) 바리케이트를 돌아 나오면 국립공원의 입산통제소가 있고 왼쪽에 다리가 있는데 다리이름이 ‘방아다리’다

우리가 내려 온 길이 동역골이다. 지도에 미리 그어놓은 대로 정확히 내려온 셈이다. 도로는 눈이 내려 빙판이다. 제설차가 지나간다. 민박집까지 얼마 안되는 길이라,  걷자했지만 통나무님이 차를 부른다.

 

 

( 산행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