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7일 목요일 날씨 흐림.

유일사입구 - 태백산 천제단 - 망경사 - 당골주차장.

산행시작 : 11시.

산행종료 : 3시.

 

삼십년지기 친구따라 태백산을 다녀왔어요,

작년이랑 올해에 눈꽃구경을 못해 쌩병^^* 나다가

에이;; 내 복에 뭔놈의 눙꽃;; 허구서 맘 사그러 들 즈음에 횡재를한 셈이죠, 

 

친구가 몸 담고 있는 산악회는 매월 둘째주 목욜이랍니다.

그러나 이번달엔 설이 있어 셋째주로 산행을 한다네요.

여름에 자월도 테마여행 할때 따라가곤 해 바뀌었으니 이년만에 함께 한 셈이죠,

여기는 친목단체라서 형제들처럼 흉 허물없고 서로들 무지 반가워 하시더군요.

그래도 이쁜소녀^^* 라서인지 모두 반겨 주셨어요. 우엑;;

 

6시,

전날 저한테 일찍 나오라던 친구는 자기가 더 늦게 나와

버스안에 앉아있는 나를 안 온줄 알고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네요,ㅋㅋ.

남편이 운동나가면서 태워다 주는 바람에 좀 일찍 갔거든요.

이 친구하고는 걸음빨이 안 맞아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 가요.

둘이는 한자리에 앉아 오래토록  이야길 나누었지요.

 

전날 비가와서 도로는 간간히 얼어붙어 기사님이 힘 드실것 같았어요.

태백산 즈음에 거의 도달하니 산위에 상고대가 하얗게 보이기 시작하네요.

와~!! 오늘 내 눈이 황홀하겠구나~ 맘이 술렁이며 부풀어 오는데

제 친구는 옆자리서 히죽히죽 웃기만 할뿐 별 기대를 안 하는 것이에요.

그도 그럴것이,

얜, 정상까지 올라갔다 오면 무슨 벼슬이나 하고 온 것처럼 말하는 애 니까요.

그래서 " 오늘은 힘 들어도 꼭 올라가야 해! " 이랬더니 그런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앞서서 잘도 가더군요,

삼십분이나 걸었나~ 갑자기 옆으로 비켜서더니 벌러덩 누워 버리며

" 난 안되겠다 "  이러는 거에요, 어잉?

버스가 한시간쯤 기다렸다 당골로 이동 한다 했으니 문제는 없는데,,,

저 이쁜 눈산을 우찌 내 혼자 본다말이고;;

 

그러나 주위분들이 쟨 안 될꺼야, 하시니 막무가내로 델고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고 또 늦어서 하산에 지장을 주면 안되지 싶어

친구를 떼놓고 혼자 갈려니 참, 그렇더군요. (그래두 걍 델고 가 볼것을,,지금도 후회가,)

" 칭구야, 빨랑 살좀 빼그라 "

 

날씨는 봄날처럼 포근하구요, 바람한점 없구요.

초입부터 설경이 아름답기 시작이에요.

우람한 주목앞에 다달아 한숨 고르며 본격적인 사진찍기가 시작됬어요

그리곤,

예서제서 감탄사 역시 본격적으로 터져 나옵니다.

 

눈을 함빡 이고 서있는 주목의 근사함~

내 시집올때 울 엄니가 깻속살이(들깨 영글기 직전) 찹쌀풀에 발라 말려서

살림살이 올라올때  한가방 보내셨는데 그걸 기름에 튀겨놓은 모양이랑 어쩜 그리 흡사한지,,

(그러나 점점 올라갈수록 주목은 눈을 많이 받아 이고서 그 이상이었다)

*현대엔 살림살이를 미리 차려놓고 결혼하지만 예전엔 사람뒤에 혼수가 따라왔지요*

 

산 소녀^^* 감탄하느라~ 사진찍느라  전진 할수가 없어요.

내, 겨울 태백산을 보고자퍼 작년에도 왔건만  다녀간 이틀후에 눈꽃이 폈다는디,

오늘 이 산에 드신분들 참 축복이 아닐수 없네요.

하여,

생글생글 웃으며 어떤분께는 인사를 " 축하합니다~!!" 했더니

그분은 다른분께 또 축하합니다를 하더군요, ㅎㅎ

 

길옆의 스틱자리가  난 깨끗한 눈을 보노라니,

옛날 양갓집 규수가 끼고있는 연한 에메랄드 빛 옥가락지가 떠 오르네요.

눈이 하양이 아니라 연 옥빛이 날려해요.

이 황홀한 곳에 텐트치고 몇날몇일 묵었다 가면 오죽이나 좋을까요,

대 자연의 장관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칠십오세의 할머님 한분이 저와 동행을 하셨는데

이분은 늙어가는 몸이라며 사진을 안 찍는데 오늘만큼은

꼭 찍어야겠다시며 저에게 사진을 부탁하시니

오늘의 모델은 대여섯분이 되셨지요,

 

걸었는가, 어쨋는가,,,어느덧 정상.

산님들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가랑눈이 내리기 시작해 마치 안개같아 멀리는 시야가 안 보였구요.

우린 당골, 석탄박물관으로 하산을해요.

조금 내려오니 눈을 함빡 이고있는 산사가 넘 아름다워요,

 

모두 손에는 비닐을 들고서 엉덩이 썰매 탈 준비들이에요.

저도 빠질수 없죠, 이 재미난걸,

" 자~ 무거운 엉덩이 내려감다 " ㅋㄷㅋㄷ

연신 허허;; 거리며  비탈진 곳엔 무조건 앉았더니

엉덩이 한번 축축하네요,

아이젠을 벗노라니 아쉬움 속에 다시한번 올라가고픈 맘 이였어요.  

 

한국의 산하를 보면서 난 언제 다시 저 이쁜 눈꽃을 볼까나~하며

갈증을 달래노라면 가심은 더 찐한 응어리가 되었고,

그간에 덕을 못 쌓았는가, 올핸 좋은일 많이 하구서

담 겨울을 기둘르리라 하며 맘 비웠었는데 오늘 보구 가네요,

 

식당엘 들어가니 제 친구 " 나 비료푸대 비닐로 미끄럼 실컷 탔따? " 쯧쯧-_-;;

 

흙이 무슨 색이였더라~? ㅎㅎ~

산에 들면서부터 하얀 눈만 밟고 온날,

네시간여 동안 아름다운 눈의 나라를 거닐게 해준 고마운 산!

 " 태백산! 내 오늘 그대에게 감히 a+을 드립니다 "

***

고사지내고 나눠준 시루떡이랑

내 먹거리는 배낭속에 물과 함께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가 건네준 귤만 반쪽 먹었을뿐인데 전혀 배도 고프지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