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05년 2월 17일
# 함께한이 : 바쁜청년과 어르신 (이상 3명)


# 코스간 거리
육십령-(7.4)서봉-(1.2)남덕유갈림길-(1.1)월성재-(2.9)삿갓골재대피소-(2.1)무룡산-(4.2)동엽령-(2.2)송계삼거리-(2)향적봉대피소-(8.1)삼공리매표소
총 산행거리 : 31.2 킬로미터

 

#산행시간
05:40 육십령 출발
06:35 할미봉
07:40 교육원 삼거리
07:53 헬기장
09:20 서봉(1502 미터)
10:00 남덕유 갈림길

10:26 월성재 도착(식사)
11:02 월성재 출발
12:26 삿갈골재 대피소 도착

12:35 삿갓골재 대피소 출발
13:34 무룡산(1492 미터)
15:12 동엽령
16:22 송계삼거리(백암봉)
16:42 중봉(1594 미터)
17:07 향적봉 대피소 도착

17:38 향적봉 대피소 출발
18:10 백련사
19:38 삼공리 매표소 도착

총 산행시간 : 13시간 58분

 

어제 오후에 향적봉 대피소에 전화를 해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유난히도 눈가뭄이 심해 예년같지 않은 설경을 보여준 덕유산.

그나마 있던 눈도 3일동안 내린비로 인해 다 녹아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시작도 전에 날샌 기분이었지만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아 산행을 할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새벽 5시 25분 육십령 휴게소 도착.

어둠속에서 대간길을 발견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질퍽한  등산로에 몇 발자국 옮기기도 전에 벌써 어르신은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장계교차로의 가로등과 덕유교육원의 아스라한 불빛의 안내를 받아 능선을 타던 중

랜턴의 불빛에 반짝이는 뭔가가 등산로 양옆을 가득 메우고 있다.

설화도 아니고 상고대도 아니고 꼭 투명한 누에고치 같이 생긴것이...

氷花!!!

빙화

 

점차 어둠이 걷히면서 할미봉에 도착.

나뭇가지고 바위고 할것 없이 죄다 얼어붙은 할미봉 주변의 경관이 빼어나지만

할미봉 하산길은 아주아주 위험천만한 곳.

자칫 잘못하다간 수 십미터 아래로 추락해서 살아올 수 없을것 같은 무시무시한 곳.

할미봉의 여명

 

영각사에서 출발해 남덕유산과 서봉을 거쳐 원점회귀 코스인 교육원삼거리

덕유산에는 사진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이정표가 있다.

덕유교육원 삼거리

 

서봉 아래 헬기장에 이르러 간단한 요기와 함께 주위를 조망하면서 찰칵!

함양, 장수, 진안의 운해.

온통 빙화로 덮힌 서봉과 남덕유산의 경치.

덕태산과 선각산 성수산으로 이어진 능선과 그 오른쪽 끝에 두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마이산.

구름 위로 손톱만큼하게 보이는 천왕봉과 반야봉.

진안고원의 운해 뒤로 하늘금을 이루고 있는 운장산 줄기등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광경에 넋이 나간다.

함양의 운해

진안의 운해

서봉

남덕유산

 

덕유산 종주구간 중 가장 경치가 빼어나다는 서봉(일명 장수덕유산)환상적인 얼음꽃 잔치.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덕유산 주릉을 조망할 수 있었던 곳이다.

서봉을 오르는 바쁜청년과 어르신

서봉을 오르는 상기본인

서봉의 얼음꽃

얼음꽃 뒤로 펼쳐진 진안의 운해

구름에 휩싸인 덕유산 주릉(맨 뒤 봉우리가 향적봉)

얼어붙은 서봉의 암릉

 

기나간 철계단을 내려오자 얼음의 무게를 못이긴 나뭇가지가 등산로로 쓰러져 진로를 방해한다.

여기서 부터 무룡산까지는 아름다움과 고난이 공존하는 구간.

 

남덕유 삼거리를 지난 후 월성재 약간 못미친 길가에서 아침인지 점심인지도 모를 밥을 라면에 대충 말아먹고

낮은포복, 높은포복을 번갈아가며 삿갓골재 대피소로 진격해가자

황점에서 올라온다는 한 무리의 산님들과 마주친다.

 

대피소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마시고 있던 중

커다란 배낭을 들쳐맨 아가씨 한분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남덕유 방향으로 걸어간다.

혼자 무섭지도 않은지...

삿갓골재에서 무룡산으로 오르는 길

무룡산 정상

무룡산에서 향적봉 방향 능선

 

동엽령에 이르렀을 때는 세시가 넘었으므로 녹아 내리던 얼음꽃이 다시 얼어붙을 준비를 하고 있고

바람도 제법 차게 와 닿는다.

산행로요충지답게 산님들도 자주 눈에 보인다.

동엽령 부근의 빙화+설화(눈이 살짝 붙어있음)

 

동엽령에서 백암봉을 지나 중봉에 이르는 오르막 구간은 종주산행 중 최고로 난코스.

경사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소진된 체력과 등산로에 떨어진 얼음조각 때문에 발걸음은 더디어져만 간다.

산행의 마지막 오름길인 중봉에 올라서자

아직도 두시간을 넘게 가야하지만 벌써 삼공리에 이른 듯한 기분이다.

동엽령 이정표

백암봉 오름길의 빙화

 

중봉에서 향적봉대피소 구간은 항상 보는 즐거움을 주는 주목군락.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멋드러지기는 매 한가지다.

죽어있는 주목

반쯤 죽고 반쯤 살아있는 주목

 

향적봉대피소에서 사발면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다음 순식간에 백련사로 미그러져 내려간다.

백련사 하산길에서 대간 조망

 

백련사~삼공리 구간의 평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지루한 골치거리.

그 잘나가는 011핸폰도 안터지고...

 

장장 14시간만의 덕유산 종주는 동동주 한잔과 함께 그 유종의 미를 거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