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3일 (일요일)

◈ 산행일정

서초구청(03:50)
나제통문(07:52)
암봉(09:12)
백운산(10:00)
깃대봉(10:51)
청량봉(11:46)
암봉(12:52)
장자골갈림길(13:43)
전망대봉(14:55)
성지산(15:33)
사거리안부(16:34)
치매재(17:05)
김해산(17:27)
돌탑봉(17:44)
만선동안부(18:05)
무주스키장(18:20)
설천
서초구청(23:00)

◈ 도상거리
약 15km

◈ 산행시간
약 10시간 28분

◈ 동행인
높은산, 먼산, 캐이, 산울림, 이사벨라, 연어, 벽산, 곰발톱, 강산에, 금수강산, 육호, 김규수, 산길로, 능금

◈ 산행기

- 나제통문
망향휴게소에서 라면과 공기밥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불편하나마 승합차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애써 잠을 청해본다.
중간에 대전분들을 한번 태우고, 졸다깨다 설천에 도착해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대구팀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고산지대의 알싸한 냉기를 깊게 맡아본다.
나제통문을 한번 구경하고 파란 하늘아래 흰눈을 지고 솟구쳐있는 백운산을 겨냥해서 농가와 테니스장을 지나 산길로 붙는다.
잡목들을 헤치며 흐릿한 능선을 올라가면 노간주나무들이 벌목되어있고, 국립공원 표시석들이 간간이 나타나며,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며 점차 길이 확실해진다.



▲ 나제통문



▲ 도로에서 바라본 백운산



- 백운산
얕은 눈을 밟으며 잡목들이 거추장스러운 능선을 따라가면 오른쪽 구릉에는 태극무늬가 찍힌 작은 북들이 많이 걸려있고 사람 모형들이 서있으며 의미를 알수없는 깃발들이 휘날리고있어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덮힌 낙엽송숲에서 잠깐 쉬고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니 커다란 암봉이 나타나고 왼쪽 너덜지대로 우회하는 길이 보이지만, 일부러 날등으로 올라가 보아도 수직절벽에 막혀 되돌아오고 일부 릿지에 능한 분들만 바위를 기어 오른다.
너덜지대를 지나서 암봉을 우회하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이리저리 휘돌며 깃발이 걸려있는 암봉으로 올라가면 앞이 확 트여 설천면 일대와 올라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민주지산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산줄기가 마주 보인다.
우회하지 않고 바위를 타고 올라간 분들은 중간에 갇혀 오도가도를 못하고, 보조밧줄을 내려서 차례로 수직절벽을 오르는 통에 아까운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간다.
눈이 많이 쌓여있는 급사면 능선을 힘겹게 오르고 암봉들을 우회하며 백운산(1010m) 정상에 오르니 실망스럽게도 바위위에 표지기 몇개만 걸려있고, 1500산 김정길님의 비닐코팅판만이 정상을 확인해 주며 조망은 꽉 막혀 답답하다.



▲ 험한 암봉



▲ 백운산 정상



- 깃대봉
헬기장을 지나고 키작은 산죽들을 헤치며 수직사면을 오르면 눈쌓인 암릉지대들이 너무나 미끄러워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뾰족한 봉우리를 어렵게 넘고 미끄러운 눈길을 지나 깃대봉(1055m)에 오르니 두리뭉실한 정상에는 표지기만 몇개 걸려있으며, 한쪽 절벽에서는 조망이 좋아 허옇게 스키장 슬로프가 패여있는 향적봉과 두문산으로 이어져 올라가는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펼쳐지며 전에 다녀왔던 거칠봉은 지척에 솟아있다.
눈속에 서서 대구팀들이 마련해온 맛깔나는 회무침에 막걸리를 돌려마시니 갈증은 풀리지만 암봉들을 우회하며 눈길을 지나느라 시간을 많이 소모해 두문산까지 갈수있을지 걱정이 된다.
바위지대를 내려가면 산죽사이로 잡목들이 성가시고 눈쌓인 날등을 피해 낙엽덮힌 사면을 따라가다 숨어있는 빙판에 번번이 넘어진다.
잡목들을 헤치고 양지바른 청량봉(1122.7m)에 오르니 벌목되어있고 울창한 산죽이 덮고있으며 삼각점은 눈에 묻혀 찾을 수없다.



▲ 백운산 내려가며 바라본 깃대봉



▲ 깃대봉 정상



▲ 깃대봉에서 바라본 향적봉과 이어지는 산줄기



▲ 청량봉 정상



- 성지산
나무도 듬성듬성하고 평탄해진 산길을 눈에 푹푹 빠지며 따라가다 큰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고 연속해서 나타나는 바위지대들을 이리저리 돌아간다.
바람이 다소 잔잔한 봉우리에서 대구팀들이 준비한 청국장을 끓이고 소주를 나눠마시며 1시간 가까운 점심시간을 갖으니 낮술에 금방 취기가 오른다.
계속 까다로운 암봉들이 나타나고 미끄러운 너덜사면을 우회한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안부로 내려가면 장자골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고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있다.
이후 러쎌이 되어있는 뚜렸해진 산길을 따라가니 오른쪽으로 적상산의 거대한 산괴가 실루엩을 그리고 있어 문득 산정의 얼어붙었을 저수지가 떠 오른다.
땀을 흘리며 전망 좋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덕유산과 지봉이 가깝게 서있고, 지나온 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성지산너머로 두문산은 아직 까마득하게 보인다.
찬바람 부는 봉우리들을 넘어 성지산(992.2m)에 오르니 삼각점은 눈을 쓰고있고, 잡목들만 빽빽해 나뭇가지사이로 가야할 김해산만 바라보인다.



▲ 험한 암봉



▲ 전망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산줄기



▲ 정면의 거칠봉과 뒤의 백두대간



▲ 성지산 정상



- 김해산
뚝 떨어지는 급사면 낙엽길을 나무들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가면 전주가 지나가는 안부가 나오는데 밑으로는 구천동터널이 지나가는 곳이다.
연속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고 오래된 팽나무 한그루가 터줏대감처럼 지키고있는 치매재로 내려서서 목표로 했던 두문산은 포기하고 김해산까지만 가기로 의견을 모은다.
잠시 쉬고 음침한 잡목길을 따라가니 특이하게도 움푹 패인 지형이 나타나고 깊이를 알수없는 동굴 하나가 입을 벌리고있어 예전의 광산지대로 추측해 본다.
마지막 봉우리인 김해산(836.8m)에 오르면 역시 삼각점만 있고 별다른 특징은 없으며, 이제 해는 고도를 많이 떨어뜨리고 점차 빛을 잃기 시작해 숲은 어두어간다.



▲ 치매재



▲ 김해산 정상



- 만선동안부
다 망가진 산불초소를 지나고 김해산보다 더 높은 돌탑봉을 지나면 왼쪽으로 스키장 슬로프가 펼쳐지고 설원에는 하나둘 전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무덤 한기를 지나 만선동안부로 떨어지니 주차장이라 쓰인 이정판이 쓰러져있고, 별천지인 양 네온이 번쩍거리는 스키장이 앞에 펼쳐지며 흥겨운 음악소리와 리프트소리가 뒤엉켜 소음으로 들려온다.
임도를 따라가다 타고갈 승합차가 비상등을 켠채 기다리는 주차장을 겨냥해 직선으로 치고 내려가면 금방 스키장에 도착하고 얼음조각상들이 반겨준다.
사업가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정치가들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국립공원 덕유산을 뒤로 한채 삼겹살 뒷풀이를 위해 설천으로 향한다.



▲ 돌탑봉



▲ 만선동안부에서 바라본 무주스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