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  시 : ‘05. 2. 13(일)  7시 25분 ~ 17시 13분

 

2. 구  간 : 계정사-가산산성-한티재-서봉-동봉-갓바위-주차장

 

3. 산행동반자 : 나홀로

 

4. 거  리 : 27.5㎞(이정표상)

 

5. 교통편

 ▶ 칠곡 - 계정사 : 자가용

 ▶ 갓바위주차장 - 계정사 : 택시(3만원)

 ▶ 계정사 - 칠곡 : 자가용

 

6. 소요시간 : 9시간 46분

 ♧ 계정사(다비사) - 가산바위(3.5㎞) : 1시간

 ♧ 가산바위 - 한티재(6.7㎞) : 2시간 45분/ 3시간 45분

 ♧ 한티재 - 파계재(2㎞) : 32분/4시간 17분

 ♧ 파계재 - 서봉(5㎞) : 2시간 18분/6시간 35분(중식 20분 포함)

 ♧ 서봉 - 동봉(1.1 ㎞) : 38분/7시간 13분

 ♧ 동봉 - 신령재(3.7 ㎞) : 1시간 5분/8시간 18분

 ♧ 신령재 - 관봉(갓바위)(3.5 ㎞) : 42분/ 9시간

 ♧ 관봉 - 주차장(2㎞) : 46분/ 9시간 46분

 

7. 산행기

인사이동으로 이곳 대구에 내려온지도 2개월이 다되어 간다. 늘 지방에 오면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집이 그리워서인지 금요일 퇴근시간만 되면 쪼로록 차를 몰아 가족들 품에 안기는 것이 지방근무자의 일상이리라 생각해 본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한일이 없고 남는 것도 없다. 설연휴 보내고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 종주산행을 계획한다. 다른 사람의 산행기도 참고하고 직원들의 이야기와 지도를 보고 종주계획을 세워본다. 겨울산행에 필수적인 아이젠과 스패츠 등 준비물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배낭은 2리터짜리 밖에 없다. 할인점에 가서 행동식과 김밥집에서 김밥 2줄을 사서 짐을 꾸려 본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넣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하절기 산행장비로 준비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아침 6시 일어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가산방향으로 차를 몬다. 해가 길어졌다지만 국도5호선은 아직 어둠속에 잠들어 있다. 팔공산가는 사거리를 지나쳐 지도에 있는 계정사 들어가는 간판을 찾는다. 중앙고속도로 다부 나들목까지 가도록 없다. 다시 되돌아 온다. 한참을 찾다가 주변 주유소에서 물어 보니 계정사를 잘 모른다. 지도상에 두무실 마을 이름을 대니 알려준다. 계정사들어가는 길은 도로이설로 비포장상태이고 비포장 끝나는 곳에 연결되는 포장도로와 음식점으로 들어 가는 소로길이 나눠있어 고민하게 만든다. 시행착오를 거쳐 음식점으로 가는 좁은 소로길을 따라 오른다. 그래도 계정사는 보이질 않아 길옆 복토한 곳에 차를 세워 놓고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다행히 전원주택에 사람이 있어 길을 물으니 가르쳐 준다. 도로의 끄트머리에 계정사(다비사)가 조그마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길 찾느라 허비한 시간이 45분이나 된다. 이제 날은 훤하고 헤드랜턴이 필요없다.

 

절 우측으로 이정표를 보고 가산산성 가는 길을 오른다. 처음 길은 명확하지 않고 리본을 보며 찾은 길은 임도처럼 길이 넓다. 등로는 가파르고 힘이 든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어 고민을 한다. 옆으로 빠지지 않고 큰길로만 오르니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묘가 있다. 조선시대 벼슬하신 분과 정경부인의 합장묘다. 묘의 오른편 등로표시  리본이 메어져 있는 길을 따라 오르니 가산바위다. 계단을 조금 올라 바위위에 서니 편평한 너른 바위가 산 정상에 있는게 신기하다. 주변을 조망하고 서둘러 동문으로 길을 재촉한다.

 

길은 온통 눈으로 다져져 미끄럽다. 중문을 지나 동문가는 길에서 무심코 큰길을 따라가다보니 진남문가는 길이다. 아차 싶어 지도를 보니 옆으로 샛다. 열심히 알바하여 한티재 가는 길에 오른다. 길은 완만하고 한사람도 없다. 한티재 가까워 오니 사람들이 많이 올라온다. 한티재 내려서니 휴게소가 있고 주차장에 차들을 세우고 등산들 하는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종주는 이곳에서 시작하거나 마치는 것 같다.

 

길을 건너 들머리에는 초소만 있다. 도립공원인데 입장료 받는 곳이 없다. 파계재로 가는 길은 능선 정상을 북측과 남측으로 번갈아 내 다른다. 북측 등로는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바람도 강하게 분다. 북에서 남측으로 부는 바람은 삭풍이라 했던가. 몸이 오싹오싹하다. 남측 등로는 눈이 다 녹아 양지바른 쪽은 진흙탕길이지만 바람이 없어 좋다. 파계재를 지나 서봉으로 가는 길은 바위가 우뚝우뚝 솟은 것이 톱날처럼 서있다. 저것이 필시 톱날능선이리라 짐작하고 가야할 길을 바라보니 험하고 아득하기만 하다. 멀리 통신탑도 보이고 이제 슬슬 배가 고파온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입에 문다. 한겨울에 따뜻한 물도 없이 김밥을 먹는 것은 곤욕이다. 준비 안된 산행이 내 탓이려니 하니 마음이 편하다. 식사를 다하니 배가 두둑하고 힘이 절로난다. 그렇지만 배속에 찬 것이 들어가니 으실으실 춥다. 서둘러 톱날 능선 공략에 나선다. 톱날능선구간은 등로가 북측사면으로 암릉의 바로 아래에 내림과 오름이 반복되는 좁은 등로가 형성되어 있고 산꾼을 만나면 암릉쪽으로 붙어 있어야 할 정도로 비좁고 길아래는 급경사지로 위험하다. 좁은 길을 따라 서봉에 접근하니 사람도 많고 산이 떠나 가도록 시끄럽다. 서둘러 봉우리 조망을 하고 동봉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서봉-동봉구간은 등로에 혼잡이 일어날 정도로 복잡하고 팔공산의 주봉인 비로봉이 통신기지로 출입금지가 되어 있어 능선 남측 골짜기로 나 있는 길을 이용하여야 한다. 길은 동화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함께 얼키고 설켜 있어 길마다 사람들을 모두 풀어 놓은 것 같다. 골짜기 곳곳은 라면 끓여 먹는 사람, 국 끓이는 사람, 식사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또 골짜기 우측으로 높이 솟은 동봉은 소나무가 가득한게 아니라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산이 떠나가도록 경상도 특유의 액센트가 그득하다. 비로봉과 동봉 사이 안부에 있으니 비로봉을 중심으로 서봉과 동봉이 새의 날개 처럼 펼쳐 있다. 정말 장관이다. 아쉬운 점은 동측 날개로 감싸안은 부분에 골프장이 들어서 있어 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동봉에 오르는 계단은 눈이 쌓여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을 조망한다. 저런 길을 어떻게 왔으며 어떻게 갈 것 인지 걱정한다. 오래간만에 산행인지라 몸은 많이 지치고 갓바위까지는 멀게만 느껴진다. 주변 산님들의 동봉에서 갓바위까지 소요시간에 대하여 말씀들이 무성하다. 혹자는 3시간, 혹자는 5시간 족히 걸린다 한다. 그것은 개인의 능력 나름이겠거니 하며 갓바위가는 길을 재촉한다. 때로는 사람들과 무리지어 때로는 나홀로 북측 능선의 미끄러운 길을 계속 오름과 내림, 오는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기다리며 종주의 끝을 가늠해 본다. 끝없는 갓바위 자락이 지척에 와 있고 독경소리가 청아하다. 인봉에서 갓바위 부처님이 있는 관봉가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Y자로 펼쳐져 있는 받줄을 잡고 힘겹게 오르고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니 갓바위로가는 계단길은 인파로 가득하다. 천천히 참배객을 따라 한계단 한계단 오르며 자비로우신 부처님에게 다가가는 정화의 염원을 담아본다.

갓바위에는 참배객들로 그득하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석조여래상의 왼 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마음은 하산을 재촉한다. 그 복잡한 곳에서 잠시 생각을 해본다. 무엇 때문에 기를 쓰고 종주하였는지 성취욕인지 체력에 대한 시험인지. 아무 생각없이 무수히 많은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은 이리도 무릅에 충격을 주는지 난간을 잡고 무게를 줄이려 기를 써 본다.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하니 버스타려 줄을 길게 서있고 계정사 바로가는 차편도 없어 대기하는 택시를 잡아 가지하니 3만원을 달라한다. 몸의 편함에 돈이 헤퍼진다. 출발지로 돌아와 차를 끌고 막히는 5번국도를 지루하게 거북이 걸음으로 돌아오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