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의 산만 다니던 내가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사량도의 지리산을 다녀 온 후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새벽이슬까지 맞아가며

산을 오르게 되었다.

 

이른바 중독현상을 보이고 산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을 때 인터넷안의 산행정보는 얼마나 소중하고 반갑던지....

 

고수들의 산행기는 내 가슴속을 파고 들어 설레게 하였고,

나도 한번 산행기다운 산행기를 써보겠다고 벼르고 있던 차에

"한국의 산하"를 알게 되어 산행기란을 보니

그야말로 큰산이 거기 버티고 있었다.

 

껄렁한 산꾼이 끼어들 틈도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요새인것만

같았다.

산을 좋아하긴 하지만 고수들에 비해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나는 얼마나 작아 보이던지.....

 

그래도 산행기를 한번 올려 보고 싶다는 욕망은 불타고 있었다.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무조건 올려 보기로 하고

종이에 기록한것과 구간의 기억을 떠 올리며 적은 다음

한글 프로그램에서 맞춤법, 띄어쓰기등을 정리하고

과감히 올려 보았다.

 

--- 반응 썰~렁-----

 

퇴고를 거듭하고 심사숙고하여 올린 산행기가 문전박대를 받으니

만감이 교차하였다.

--- 혹시 이곳은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까?---

--- 아니지 아직 반응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그냥 내 산행일지쯤으로 알고 편하게 써 보기로 하지 뭐----

반응에 관계없이 몇번을 올려 보니 새로운 수확이 있었다.

 

바둑에서도 복기가 중요하듯이 산행후에 쓰는 산행기는 산을 두번 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걸 영악하게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 이래서 산행기를 쓰나 보다.----

차츰 잘 써야겠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나같은 껄렁한 산꾼이나 느낄법한 산에 대한

생각들을 가감없이 적다 보니 산뿐만 아니라 내 영혼까지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음 거창하기도 하지~)

 

내 글에 대한 다른분들의 댓글을 처음 본 날

나는 신춘문예에 당선 된 느낌이었다.

껄렁한 후배를 위한 세심한 배려와 격려, 따끔한 충고와 질책, 나와 비슷한 초보산꾼들이 주는

용기를 북돋는 글등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바닥이 보통바닥이 아니란걸 알게 되었다.(매우 성숙하고도 고등한 바닥이란 얘기지요~)

 

껄렁한 산꾼의 느릿한 걸음으로도 여러산들을 제법 오르다 보니 주워들은 풍월로

고수들의 흉내를 내고, 어느덧 내 스타일의 산행기가 태어나기 시작했다.(껄렁하긴 하지만~)

후답자들 입장에서 보면 길 잃어버리기 십상인 내 산행기는 난타를 당하긴 했지만

뚝심(?)으로 버텼다.

 

왜?

산행기록만 중시하다보면 천편일률적인 산행기가 양산되어 편식을 강요하게 된다고

아직도 굳게 믿고 있으므로.....( 이런 글 쓰다 또 난타 당하는거 아냐~ㅎㅎㅎ)

** 사실 천성이 게을러 산행시 기록하는것도 귀찮아 하는 스타일임을 고백합니다.

 

 

비록 시시껄렁한 산행기라도 자주 쓰게되니 간이 커지고 맞춤법, 띄어쓰기등은

적당히 무시하고 쉽게 쓰려고 잔꾀를 부리기 시작하였다.

매년 통과의례처럼 지나가는 홍역에도 면역이 되어 왠만한 악의적 댓글에도

의연히 대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산에도 중독되지만 산행기에도 중독이 된다는 걸 안 순간 실소 하였다.

 

그래도 안 쓰는 것 보다는 쓰는 편이 훨씬 좋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성인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각박해진 심성으로 인해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줄어 들었는가?

또한 휴대전화와 컴으로 인해 편지 써 본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아는가?

산행기를 쓰는 동안은 그나마 아름다운 표현들을 동원하느라 노력하지 않는가?

 

나는 감히 산행기를 쓰는 것은 딱딱해진 우리들의 감성에 유활유를 부어 주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전 지리종주중 벽소령에서 아내에게 보낸 엽서는 아직도 아내에게 있어

소중한 것이었나 보다.    지금도 보관하고 가끔 보여주며 산에 갈때 마다 보내달라고 한다.

비록 급하게 갈겨 쓴 글씨이긴 하지만 나도 그 엽서를 보면 벽소령산장의 빨간우체통과

숲이 없는 구간에서 맛 보았던 갈증과 파란하늘이 주는 오묘한 대비를 떠 올린다.

작은 엽서에 적힌 글씨 몇줄이 주는 시공을 초월하는 감동....

글쓰기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산행기를 통해서 알게된 사회는 만만치 않으며 다른분들의 산행기를 오래 읽다 보면

얼굴은 모르더라도 나이, 직업, 성격등을 알게 되고 가족모임을 통해 주인공을 만나면

예측은 거의 빗나가지 않는다.(예외란 있기마련이어서 진 맹익씨의 경우 그 우람한 체격에 지금도 충격이 남아 있슴.ㅎㅎ)

미리 정보를 조금은 알기 때문에 만남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화기애애 할 수 밖에 없으며

헤어지는 시간에는 눈물을 보이는 진풍경(사람냄새나는 풍경)을 연출한다.

 

글을 통해 잊고 살았던 자신과 만나고 같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이 산행기란은 여러가족들을 위해 활짝 열려 있다.

 

아직도 산행기 쓰기를 망설이는 가족 여러분!!!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소중한 산행기록을 올려 보십시요.

인생이 훨씬 풍요롭게 될 것입니다.

 

-- 부록--

산행기를 쓰면 좋은 점 (순전히 권 경선개인생각)

1.  산행을 2번하는 효과가 있어 즐거움이 배가된다.

2.  잠자던 내 감성을 일깨워 준다.

3.  자연스럽게 산행동료가 만들어 지고

4.  나도 모르게 전국구(?)가 된다.

5.  전국 가족모임에 참석하면 나를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고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고통이 따른다.

6.  오래 쓰다보면 어휘력이 향상되어 그럴듯 해 보인다.

7.  내 사진을 남과 비교하다 보면 몰라보게 사진실력이 좋아 진다.

8.  글은 자기를 담는 그릇이므로 그릇의 크기를 키워 갈 수 있다.(너무 철학적인가~)

9. 여러가지 좋은 점 100가지 이상이 있으나 줄입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