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정초에 장형의 집들이차 들른김에  꼴짐지고 나선 선머슴의
투미한 행세로 감히 용지봉 행차를 나섰으나 고린전 한푼 챙기
지 않은 너덜너덜한 터수였던 탓에 주린배 끌어안고 봉충다리
걸음으로 서러운 눈물을 북풍에 한설 날리디끼 쏟으며 하산한
울분이 항상 가슴 한켠에 멕혀 밥을 먹어도 부르지 않고 너비아
니 진안주에 소주잔을 기울여 봐도 한번 꺼꾸러진 오줄없는 호연
지기를 찾을길 없어  속절없이 가는 겨울 만큼이나 병은 더욱
깊어져 화타와 편작이 환생한들 도시 돌이킬 여력이 없어 전전긍긍
이더라.


매양 남녘을 바라 고신원루(?)를 비삼아 띄우며 와신상담 권토중래를
노리던 차에 마침 설연휴를 맞아 무친김에 제사 지내고 덮친김에
과부 보쌈한다고 맺힌 구원의 응어리를 풀 요량으로 이참에 아예
안민고개에서 봉림산까지 신명 떨음이나 한번 하자 싶어 주막 거리
에서 잔술이나 얻어 걸치고 사랑에서 궁둥이 밀이로 뭉기적 거리는
퇴깽이놈을 (강태경 31세 사업) 은밀히 수탐해 방자를 쌍급주로 놓으니
놈도 엔간히 좀이 쑤셨던지 두눈에 메주뎅이 만한 눈곱을 덜렁거리며
득달같이 문안을 여쭤온다.


혹여 무슨 건수나 있나 싶어 흰자많은 눈을 디룩거리며 안절부절, 좌불
안석인 놈에게 짐방으로 조발 됐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남해의 얼큰한
동백꽃 바람이나 맞으러 가재니 물색 모르는 놈이 실성끼를 보이며
덤베북청으로 덥썩 미끼를 물어 올린다.  짐방은 해결됬구..
그나저나 무신 하늘에 닿은 불감청 고소원이 있어 백일치성을 드리느라
틈이 없는 겄도 아녔는데 근 석삼월을 산행을 놓다보니 남보기엔 부대한
몸집과 개자한 안색이 오궁골 기생 오래비처럼 미끈해 제법 발품에 날이
서 보였으나 실상은 서리에 데친 호박잎 같이 물러터져 자발없이 덧들였
다간 넉장거리보기 십상 이겠더라.


실패를 안볼 요량으로 우선은 만만한 악견산과 모산재를 시험삼아 올라
보니 개기름 번들거리는 목덜미엔 땀이 동이로 부운듯 쏟아지고 숨은
저승 문턱에 목을 걸은듯 컥컥 그리며 죽는 시늉을 한다.
그렇다고 이만일로 오갈들어 기세가 꺽인다면 장부 체면에 똥칠하는
옹춘마니와 진배 없는지라 다음날은 가야산으로 입맛을 바꾸어 만고강산
죽장망혜 어쩌구 분위기를 돋구며 기세를 올렸으나 두억시니에 홀린듯
일매진 걸음새는 애시당초 규각이 나 매화산 까지 가겠다던 호기는
훈풍에 봄눈 슬듯 사라지고 끝내는 항복을 상달하고는 향골로 곰돌아
들고 말았다.


일력이 서기 무섭게 아침동자에 탁배기 두어주발까지 걸게 들고는 곤댓짓
으로 기세 좋게 나서던 서방이 범 만난 사냥군 처럼 풀이죽어 힘없이
겨드니 곁의 지릅이 과하고 지청구가 걸찍하다.
긴소리 짜른 사설 접어두고 자리게를 정화수 삼아 내일의 대장정을 빌고
자리에 누우니 막내 예삐 진주가 객의 한팔을 제목에 두르고는 같이
잠이든다.


알람 소리에 퍼뜩 눈을 뜨니 계명성이 서편에 저물고 시골 어느 촌가의
구수한 쇠죽 내음이 향긋이 퍼져 오는듯 청량한 신세벽이다.
주림에 혼백이 하얗게 뜰만큼 고생했던 용지산인지라 먹거리에 만전을
기해  빵에 약과에 계란에 과일 우유 김밥 까지 팔진미를 골고루 걸망에
쟁여 넣고는  질정찮은 짐방놈을 기다리니 놈의 부산스레 서두는 품새가
한마장이나 떨어져 있건만 손에 잡힐듯 확연히 들려온다.
이번엔 모처럼 난테를 쉬게하고 짐방놈의 황금마차(지놈 표현으로) 를 타고
안민고개로 편히간다.


찬 일기탓에 털토수 양휘항으로  단단히  어한 채비를 하고는 안민 생태교를
올라서니 시원한 진해만이 폐부를 가르듯 통쾌하고 양휘항을 뚫고드는
칼날 바람은 귓볼을 썸벅 베어내는 것 같고 한기는 온몸의 모공에 대침을
꽂은듯 섬뜩하다.
밤새 잠한숨 못자고 뒤척였다는 짐방놈은 비척거리는 대중없는 걸음새가
심에 차지 않은지 저 혼자 툴툴 거리며 아니그래도 짧은 목을 자라목으로
만들어 피한을 한답시고 유난을 떤다.


[안민고개에서 불모산 오르는 길은 가동주졸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성황당
고개 수준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운 능선으로 오른편의 진해만과 여인의
젖꼭지 같은 요염한 시루봉이 단연 압권인바  지금은 벗꽃과 진달래로
인해 그 줏가가 욱일승천의 기세다.
올록볼록 운치 있는 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수 있는  진해와 창원
시민의 산책로 인 셈이다.]


객이 길라잡이가 되어 잘 정비된 길을 구렁이 담타디끼 스럼스럼 앞서가니
짐방놈은 늙은 객의 완월보법이 꼴사나운지 마뜩찮은 기색이 역력하더니
객이 잠깐 소피를 보는새에 휑하니 꽁무니를 뺀다.
원청강 놈의 걸음이 도척에 버금가고 겨드랑이에 용비늘을 달았다는
이용익이 부럽잖은 신행태보이고  보니 쥘부채 꼬나들고 청산리야 를
읊조리며 등굽잇길 돌아서는 자춤발이 늙은객의 객기가 놈에겐 눈에 가시로
벡혔을 겄이다.


걸망에 매달린 딸랑이가 자지러지도록 힘을 써보지만 명물인 거시기 바위에
도착할 즈음 놈은 벌써 시루봉 갈림길에서 비웃음 섞인 메아리를 바람결에
날려 보낸다.
거시기 바위의 짝꿍인 굴에는 흥건한 물이 꽁꽁 얼어있어 아마도 요즈음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했음을 알려준다.
삼거리에서 불모산으로 내려서는 길은 내린 눈이 그대로 결빙되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을 당하겠더라.


얼어붙은 잡목에 걸려 몇번이고 허청이다 겨우 중심을 잡으니 마빡에 진땀이
제법 후줄근하다.
걷기좋은 완만한 능선을 밟아 오르니 통신 건물 앞에서 기다리던 짐방놈은
기다리기에 지쳤다며 느린 객에게 푸짐허니 지청구를 안긴다.
물한잔 얻어 마시고 정문 앞으로 나서니 체수 잔망스런 변견 서너마리가
허리가 끊어져라 인사를 개어 올린다.
이젠 사용하지 않은 군막사와 족구장 어름에서 갈팡질팡 헤매다 정문 왼편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니 등로가 확연해진다.


[불모산에서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울창한 숲과 호젖한 산길이 탄성을 자아
낼만큼 수려한 자연미가 물씬 묻어난다.
상점령에서 용지봉의 사촌격인 721봉으로 오르는 길은 종주시 최대의  난관
이며 올라서기만 하면 용지봉 까지는 평탄한 길이 지척지간이다.]


불모산 정상을 왼편으로 싸안듯이 굽돌아 도는 길은 결빙으로 인해 조금은
위험한 구간도 있어 각별 유의할 일이다.
철조망을 따라 능선까지 이어진 길은 곧장 상점령으로 쏘아져간다.
혹시 정상에서 곧바로 연결된 길이 있나 싶어 해우소에서 부싯돌 빠뜨린 놈
마냥 궁금증을 다독이며 봉사 문고리 잡디기 더듬거려 보았으나 길의
흔적은 찾을수가 없더라.
상점령으로 떨어지는 길은 결빙으로 인해 한가위 떡매 치듯 연신 엉덩방아
품에 공성이 나지만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발가락이 따끔거려 신발을 벗고보니 조그만 가시가 뽀족한 고개를 뽄새있게
디밀고 있다.
객이 초딩 시절에 꽁약이라 부르는 아카시아 가시를 아이들이 등교하는 길에
몰래 묻어놓고는 미구에 닥칠 불쌍한 희생자를 기다리며 희희낙낙 했었는데
때로는 객도 당해 꽁꽁 언발에 느껴지던 옹골찬 통증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처럼 뚜렷하다.
옛추억에 젖어 상점령으로 내려서니 인간의 이기로 허리를 관통당한(창원터널)
산하의 아픔을 위로 하려는듯  아담한 단을 만들어 보기좋은 나무를 심어 놓았다.


상점령에서 721봉으로 오르는 길은 표고차가 300m 이상 차이가 나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반지빠른 짐방놈은 늙은형을 남겨 놓고 어느결에 사라졌는지 종적이 가뭇없다.
찬바람만 자욱이 날리는 산길엔 객의 거친 숨소리와 이따금씩 낙엽 부딛는
소리만 어른거릴뿐 한적하고 고요하다.
돌탑이 널려있는 너덜겅을 지나자 길은 홀아비 새북좆처럼 빨딱 일어서 이빨이
딱딱 거릴만큼 거칠게 밀어 붙인다.


문지방에 뭐 끼인놈 마냥 끙끙 불불거리며 오르는데 길은 좀체로 줄지가 않네.
좀 쉬어 가고 싶었으나 짐방 놈의 야살이 뵈기 싫어 죽기를 한사하고 오른다.
장유에서 늘어붙은 튼실한 길을 거느린 721봉은 물에 빠진놈 건져주는 구세주
만큼이나 반갑고 기특하다.
저어기 용지봉엔 벌써 도착한 시건방진 짐방놈이 요렇게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그놈 준족은 준족일쎄..
굴곡이 거의 없는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용지봉에 닿으니 잘난 짐방놈은 추위
에 엔간히 혼이 난듯  뜨끈한 국물부터 들잰다.


지난 산행때 단돈 2000원이 없어 피눈물을 흘리며 적벽전에 대패한 조조의 몰골
로 퇴각한 아픈 기억이 애처러워 엉성한 목판에 앉아 폼나게 컵라면을
시키고는 김밥과 우유 빵을 주섬주섬 내놓으니 속모르는 짐방놈이 뭘 그리
많이 꺼내냐며 불퉁가지를 내지른다.
'육시럴놈 .. 지도 한번 곯아 보라지 안그러고 배기나'
조반도 중화도 아닌 어정쩡한 사잇밥을 먹고는 배를 문지려며 포만감을
즐기려니 어느새 놈은  걸망 두러메고 제먼저 일어선다.


[용지봉에서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걸출한 능선은 704봉(신정봉이라데) 에서
한번 모양을 내고는 억새 천국 대암산을 일으킨 후 거대한 청룡의 꼬리처럼
점점 잦아들다가 천혜의 조망처 비음산을 뽑아내고는 마지막 힘을모아
중중한 봉림산을  엮어 놓아 창원의 진산 지맥역을 톡톡히 한다.]


부른배를 끌어안고 뱀 만난 개구리마냥 짐방놈의 뒤를 겅중겅중 쫓으려니
영 죽을 맛이였다 . 허..이런 봉패가 있나그래.
기를 쓰고 따르려 해봤자 놈은 벌써 신정봉 자락으로 몸을 감추었고 햇볕에
녹은 질척한 길은 발을 잡고 놓지를 않아 갈수록 태산이다.
지난번엔  주림에 겨워 고생이였고 이번엔 너무 먹어 길이 붓지가 않으니
이무슨 기이한 인연일까..


대암산 정상비 옆에서 쉬고있는 놈의 머리 끄뎅이를 잡아채 곧바로 남산치로
길을 줄여간다.
미끄런 진흙길은 까딱 방심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인지라 여간 조심이 되지않아
주변 풍광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완만히 내려서던 길은 남산치에서 허리를 접힌듯 뚝 떨어지고 청라봉 오름길
엔   기묘한 나무와 바위가 혼재해 절경을 이룬다.
푸른 비단봉에서 잠시 뜸을 들였다가 진례산성터를 따라 정병산으로 내닫는다.


또 하나의 기막힌 풍광이 열리기 시작한다.
산서을 따라 이어지는 길엔 진달래가 붉고 크게 가파르지 않은 고만고만한
봉우리는 노송과 쉼터가 좋아   천상의 공원에 온듯 황홀하다.
주객이 전도된 짐방놈의 왜자한 걸음새는 흔적도 뵈지않고 솔바람 소리에
취한객은 넋을 잃고 걷는다.
용추계곡에서 따르는길이 옆구리에 걸릴즈음 각종 체육 시설물이 나타나고
내봉림산으로 오르는 된비알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아 편의를 돕는다.


내봉림산 정상에서 놈의 행적을 수소문 했으나 모두들 모르쇠로 일관한다.
하긴 보법에는 물리가 트인 놈이니 아마도 곧장 봉림산으로 한발을 더
놓았을게다.
마주보이는 봉림산이 지척지간인지라 두어각이면 수월히 닿으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가도가도 끝이없다.
봉림산 제1경 독수리 바위를 지나고서도 담배참이나 더가서야 겨우 정상이
나온다 .  거참 외유내강의 신통방통한 산일세 그려..


한참이나 앞서온 짐방놈은 한기가 드는지 정상아래 벤치에 몸을 옹송그려
해바라기를 하고있다.
지놈을 따르느라 아주 널치가 나고 말았으나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처량해
뵌다.
과일 두어조각으로 입을 씻고는   지나온길을 훍어보니 장복산까지 이었
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얼추 짐작이지만 장복산까지 잇더래도 열두어  시간이면 넉넉하리라 여겨
진다.


소목재로 내려서는 길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봉림으로 줄기차게 올라온다.
재에 닿을 즈음 어데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 기세좋게 달려드는데
가까이서 뵈니 봉림산을 30분에 주파 한다는 장형이였다 .  허어,,참.
소목재 아래 샘터에서 석간수 한바가지를 길어 올리던 놈이 입을 삐죽이며
한마디 거든다.

"헹님 친형이라 카는데 우째 하나도 안 닮았네예.  저분은 참 잘 생겼던데"
'이런 우라질놈을 ..  에라 오늘 내사마 살인한다.'
마침 아래 해병대 사격장에서 울리는 총소리를 신호  삼아 놈의 등줄기를
사두지 않고 후려친다.

"그래 내사 몬났다, 이놈아 .."


                        2005년 2월 13일 끝.


#각 구간별 도달시간 (휴식시간 포함)

*06시47분...안민고개 도착,
*08시37분...불모산 .
*10시39분...용지봉.
*11시52분...대암산.
*12시51분...청라봉.
*14시30분...내봉림산.
*15시28분...봉림산.
*16시10분...사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