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가래봉~천지봉

1:25,000지형도=유천. 밀양. 내포

2005년 2월 11일 금요일 맑음(-7~5.3도)   일출몰07:16~18:02

코스: 10번국도 단장교11:00[2.5km]▲가래봉12:00[2.3km]545.9m봉13:00[2.5km]깨밭고개14:00[1.7km]천지봉15:00[1.5km]680m봉15:40[2.0km]감물리청소년수련장16:30

[도상12.5km/ 5시간 반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경상북도 밀양시 단장면의 단장리서 가래봉(502.2m)으로 올라 안법리와 무릉리를 갈라놓은 능선을 타고 동남쪽으로 휘어지면서 무릉리와 감물리를 넘나드는 깨밭고개로 내려선다.

여기서 다시 지친 몸을 추스르고 남진하면서 천지봉(629.2m)을 경유하여 금오산(765.4m)과의 분기봉인 680m봉에선 서북방면의 지능선을 타고 감물저수지로 내려선다.

 680m봉 아래서 돌아본 이번코스 전반부   680m봉 아래서 돌아본 이번코스 전반부 
 

 이번코스의 후반부    이번코스의 후반부
 

도상12.5km에 달하는 이번 코스의 특징은 산행길 내내 짙은 송림 숲속을 거닐면서도 찾는이 없어서인지 원시상태 그대로의 야생숲이어서 산길 또한 투박하고 험난하다.

초반엔 단장천 건너의 승학산~용암산을 뒤로 하다가 가래봉 이후론 산행길 내내 서북쪽의 천황산에서 시작한 억새능선이 정수리 하얗게 물들이고 향로봉까지 연이어져 영남알프스의 압축된 모습을 보여준다.

동쪽 수연산 뒤로 영남 알프스 천황~재약산   동쪽 수연산 뒤로 영남 알프스 천황~재약산
 

서남쪽으론 만어산이 끝까지 함께 해주고 향로봉과 금오산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이번 코스 서쪽의 골짝물들은 감물저수지에서 흘러내려온 물과 함께 안법천을 이루어 칠탄산(483.5m)아래 율전강변유원지에서 단장천에 합류된다.

가는길 동쪽의 용포천은 단장천따라 북밀양나들목 아래서 밀양강으로 흘러드는데 밀양강은 김해 생림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부산앞바다로 빠진다.

하산길에 본 감물저수지    하산길에 본 감물저수지
 

가는길: 남해고속국도 진영휴게소 옆의 동창원 나들목에서 25번국도로 북상하여 밀양에서 24번도로 갈아타고 긴늪유원지를 지나 단장천 따라간다.

10번 지방도로 갈리는 단산초교 삼거리에서 금곡교를 건너 단장마을 입구에 내리면 허씨고가까진 포장이 잘 되 있다.

단장리 허씨 고가   단장리 허씨 고가
 

안내문   안내문
 

마을 뒤편의 농로길따라 십여분 진행하면 왼쪽의 가래봉 북쪽 지능선으로 올라서는 등산로가 널찍하게 열려있어 수월하게 초입으로 들 수 있다.

아니면 계곡따라 쭈욱 올라가서 서쪽 계령산과의 안부에서 가래봉으로 올라서도 소요시간은 거의 비슷하다.  

허씨고가를 둘러보고 오르는 산길에서 뒤돌아보면 단장천 건너로 꾀꼬리봉과 용암산. 승학산이 뚜렷하고 그 뒤편으론 낙화산~중산이 여항산으로 이어지며 낙남정맥으로 연결되는가 하면 서쪽으론 계령산이 키를 같이하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단장리서 본 가래봉    단장리서 본 가래봉
 

단장리와 경주산뒤로 꾀꼬리봉   단장리와 경주산뒤로 꾀꼬리봉 
 

오름길에 본 가래봉 서쪽의 계령산   오름길에 본 가래봉 서쪽의 계령산
 

한시간 쯤 진행한 정상에는 1975년 11월에 건설부가 재설한 삼각점이 있지만 주변 조망은 별로이고 남쪽의 545.9m봉은 급경사로 한참 뚝 떨어졌다가 버겁게 치올라야 한다.

산돼지가 길을 낸 날등길은 빼곡한 송림으로 이어지는데 태고적부터 쌓여 온 솔갈비는 발목이 푹푹 빠져들 정도이고 간간히 터지는 조망은 동쪽의 향로봉 뒤편으로 사자평이 있는 사자봉과 재약산이 희끗희끗하다.

그러다가 아주 오래전에 헬기장으로 사용했던 흔적이 있는 545.9m봉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내려서면 620m봉이 정면으로 와 닿고 오름길엔 편백나무가 무성해서 이색적이다.

가야할 620m봉   가야할 620m봉
 

620m봉 가는길에 본 만어산 전경    620m봉 가면서 본 만어산
 

분지속의 감물리 뒤로 천태산   분지속의 감물리 뒤로 천태산
 

620m봉 가는길엔 암릉지역이 자주 나타나 만어선 뒤편의 천태산 금오산은 물론이고 삼랑진의 안태호와 비닐하우스가 햇빛을 튕겨내고, 동쪽의 수연산 너머로 향로산 사자산 재약산은 더욱 뚜렷하게 떠오른다.

작은 돌탑 포개진 620m봉 정상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쉬어가기에 좋고 진행방향의 천지봉이 활처럼 휘어지며 신비스런 모습으로 클로즈 업된다.

옛날엔 깨밭이 있었다는 널찍한 깨밭고개로 내려서면 커다란 당산나무 아래로 국전리와 감물리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널찍하고 이깔나무와 삼엽송지역을 통과한 천지봉 오름길은 완경사로 이어진다.  

620m봉서 본 수연산 뒤로 사자평      620m봉서 본 수연산 뒤로 사자평
 

 620m봉서 본 천지봉    620m봉서 본 천지봉
 

620m봉서 본 당고개   620m봉서 본 당고개
 

반시간쯤 진행해서 629.2m의 천지봉에 서면 해묵은 헬기장을 억새가 뒤덮었는데 지형도상의 삼각점은 찾을 길이 없고, 여기보다 훨씬 높아 보이는 680m봉 오름길에선 용포천 뒤편으로 향로봉이 뚜렷하지만 그 틈새로 숨은 밀양땜은 보이질 않는다.

최근에 단장한 널찍한 헬기장의 680m봉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은 트이고 하산길은 두갈레로 갈리는데 뚜렷한 금오산 방면의 당고개에서 편리한 쪽으로 내려서면 된다.

동쪽 용포천 뒤편으로 떠오른 향로봉(727m)    동쪽 용포천 뒤편으로 떠오른 향로봉(727m)
 

천지봉서 본 최고봉 680m봉 뒤로 금오산   천지봉서 본 최고봉 680m봉 뒤로 금오산

삼랑진 쪽으로 내려서면 안골마을 구판장(055-355-9550)에서 삼랑진역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는데 막차는 17:40이다. 그러나 감물리로 내려가겠다면 620m봉에서 북쪽 지능선을 타고 내리면 감물저수지까지 가는데 시간절약이 된다.

산길은 없어도 암벽 틈새를 돌아나가는 날등 암봉에 오르면 이번코스 전부를 한 눈에 다 굽어볼 수가 있어 좋고 마지막 내림길이 급경사이긴 해도 푹신한 솔갈비가 융단처럼 깔려있다.

후반부의 암릉코스   후반부의 암릉코스
 

감물리 시간표   감물리 시간표
 

산행후기: 빗장 걸린 허씨고가 앞에서 얼쩡거리는 새 일행들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없어 수레길을 따르다가 초입으로 찾아들었지만 어째 흔적이 없다.

다들 어디로 갔지? 허겁지접 되돌아 나와서 이번엔 제법 넓은 등산로를 따라가 보지만 족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회장께 전화를 했더니 계령산과의 안부로 올라가고 있단다.

별 수 없이 새까만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올라가긴 하지만 유인물엔 단장리는 물론 초입부가 없어 감으로만 최고봉을 향하여 치닫는다.

산돼지 발자국   산돼지 발자국
 

설 연휴를 맞아 어제는 정족산엘 갔다가 오늘은 사전 준비없이 따라나선게 후회가 되긴해도 가래봉만 올라서면 인쇄물에 갈 길이 그려져 있으니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널널한 그 길이 무덤에서 사라지긴 해도 날등으로 치고 오르니 능선길은 뚜렷하고 선답자들의 리번도 팔랑거린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자 선두팀 몇 명이서 후미팀을 기다리고 있다.

삼각점만 확인하고는 사진촬영을 핑계로 앞서가기 시작하는데 산돼지 발자국이 어지러히 널려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땅바닥이 마구 파헤쳐져 있어 은근히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밤송이    밤송이
 

산짐승을 위해서라면 도토리 한 알, 알밤 한송이도 줏어가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오늘의 전코스는 온통 소나무 뿐이어서 산짐승들의 먹거리론 적합해 보이질 않는다.

어쩌다 한 번 만난 편백림이 반가울 지경이니 오늘처럼 하루종일 송림숲길만 걸어보기도 난생 처음이다. 그래 그런지 평소엔 대수롭잖던 곰딸기줄기 하나가 신기하고 수리취 씨방이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그렇지만 평소에 늘 좋아했던 늘푸른소나무와 온종일 함께한다는 건 아무래도 커다란 행운이다. 그래서인지 이틀 연속산행인데도 별로 피로한 줄 모르겠다.

늘푸른 소나무   늘푸른 소나무
 

가끔씩 터지는 조망에서 저 산 이름은 무얼까, 저 뒷편은 무슨 산이지? 계속해서 궁금증은 더해가지만 주위분들께 물어보면 거의가 '글쎄요'다.

그렇다고 해서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물어볼 수도 없는 처지여서 나중에 산행기 적을 때 꼼꼼히 지형도 들이다보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전에는 그랬었다. 커다란 비닐에 1:50,000지형도 넣고 다니며 일일히 체크하곤 했었다.

그러던 내가 최근엔 지도 파손을 핑계로, 시간절약을 핑계로 요령만 늘어가지곤 디카가 모든 걸 해결해 주기만 바라고 있다.

곰딸기나무   곰딸기나무
 

내가 아는 후배중에 한 분은 오가는 차량 속에서 항상 전국도로지도책만 들여다보고 있다. 몇 번 도로 오른쪽엔 무슨 산이, 몇 번 도로 옆으론 무슨 강이...!

내가 보기엔 그 친구는 어떤 무협소설보다도 재미있게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도책은 형편없이 낡았는데도, 요즘 영진 오만도가 참 좋더라 해도 그는 아직도 그 책을 보고 있다.

굴피나무 열매   굴피나무 열매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중에 한 분은 백두 대간을 여섯 번 했다고 했다. 처음 갈 때는 영천 가서 백일동안 생식수련을 하고 대간길에 올랐었다고 한다.  

태백산맥 시절이었는데 생콩 한 되로 솔잎 뜯어먹어가며 생식으로 주파했었다고 했다. 그 분이 믿었던 건 오직 1:25,000지형도와 나침반 뿐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분은 어느 지목 한 군데만 들이대도 주변의 지능 지곡 마을 이름들을 끝도 없이 줄줄 읽고 계신다. 외워서 된 것이 아니라 경험이 축적된 것이다.

 죽어서 더 아름다운 수리취     죽어서 더 아름다운 수리취
 

그 분과는 또 다른, 오늘 이 산악회의 회장으로 계시는 선배님께 물었다. 저어기~, 저 실루엣으로 보이는 저 산은 무슨 산이지요?

글쎄, 확실히는 몰라도 아마 정병산일께야. 어찌 그리 잘 알죠. 이사람아 그게 하루 아침에 되나, 나는 벌써 삼십년 이상을 봐 온 산인걸!

일몰의 시간에 첩첩으로 쌓여져 있는 저 산들을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후배처럼 열심히 지도책을 보면서, 선배처럼 열심히 산을 다니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그리 되겠지...

메마른 층꽃나무   메마른 층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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