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2005년 2월 6일

어 디 로:경남 창녕 화왕산(767m)

누 구 와 :솔나루 혼자서

 

일           정 :마산(8:20)-창녕터미널(9:10)-목마산성입구(9:15)-체육시설(9:37)-

                  배바위전위봉(11:30)-천문관측소능선 중간 전망바위(12:00)-점심식사-12:30출발

                  -관룡산삼거리(13:40)-허준세트장(14:10)-정상(14:40)-명상의 숲(15:40)-

                 산성입구(16:10)?-창녕터미널(17:00)-

 

 화왕산은 봄의 진달래, 가을의 억새로 전국의 산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산이며 대체로 창녕 읍쪽이 밋밋한 반면 북쪽과 동쪽이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다.

화왕산의 서쪽에는 높은 산이 없고 남지읍옆으로 낙동강이 흘러내려 강과의 직선 거리가 12km 밖에 되지 않아 화왕산에서의 낙동강 조망이 좋고 평야 지대에서 보면 화왕산의 높이에 비해 우람하게 보이게 한다.

화왕산 일대는 화왕산성 성곽이 있던 흔적이 있으며 동문부근에는 석축이 남아있다. 임진왜란 의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을 의지하여 왜병을 물리친 것을 기리는 의병전승비가 있어 서 장군의 업적을 돌이켜보게 한다.
화왕산 정상은 환장고개에서 400m정도만 올라간다. 관룡산과 영취산이 지근거리에 다가 오고 그 뒤로 영남 알프스로 생각되는 산괴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화왕산에서 볼거리는 억새와 함께 화왕산 북쪽 사면과 동쪽 사면의 바위지대. 여기에 진달래가 피면 화왕산 급준한 산록은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하산길은 환장고개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오거나, 능선길로 갔을 경우 자하골로 내려온다. 산행 거리는 1시간 정도 이다.(퍼온글)

 

산행기

 

새벽에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7시가 되어 일어 나니

7시 50분 출발 버스 시간에 맞추느라 동동거리며 택시까지 타고 마산역으로 가니

어라 왠일이니 버스가 두대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보지를 꺼내 확인해 보니 가지산은 다음주 산행지고 이번주는 산행이 없다.

아이구~ 이 띨띨이.... 그러나 뭐 산이 가지산뿐인가

버스 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어 가면서 봉림산과 화왕산을 두고 저울질을 한다.

봉림산은 가까이 있으니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오늘처럼 일찍 나왔을땐 화왕산 정도는 가야겠다.

어쩌면 봄꽃 소식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지난 가을 눈맞춤 해둔 병아리난도 잘 있는지 살펴 보고....

 

8시 10분 출발 창녕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넓은 직행버스에 손님이라곤 대여섯명밖에 되질 않는다.

옛날엔 완행 버스에 짐짝처럼 실려 다녀도 감지덕지 했었는데

완전히 버스를 통째로 전세 낸 듯하다.

그나마 남지에서 다 내리고 창녕까지 나 혼자타고 간다.

 

터미널에서 산 입구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택시 기사님  "친구랑 같이 가지 혼자서 뭔 재미로 가세요?"  나 "아 ~ 녜 그냥요"

짧은 이동구간에서 내가 처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나

홀로 산행의 즐거움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었다.

 

화왕산은 여러번 왔었지만 목마 산성길(3번 코스)은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

목마 산성길은 자하골 오른쪽으로 끼고 올랐다.

봄의 흔적이 있나 살펴 보지만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겨울을 이겨 낸 마삭줄이 불그레한 빛으로 등로 옆 언덕배기를 군데군데 덮고 있었다.

 

단풍이 든 마삭줄

 

오르다 보니 1,2번 등산로와 다시 만나게 된다.

갑자기 맘이 변해 전망대(1번코스)를 따라 오른다.

목마산성갈은 하산 코스로 남겨 두고......

꽃필 시기는 아니지만 지난 가을 1코스에서 눈 맞추었던

병아리난이 궁금해서 그 흔적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앞서 가던 부부산객은 도성암쪽으로 올라가 버리고

나 혼자서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바윗길을 오른다.

병아리남의 흔적을 찾아 눈을 부릅 뜨고 찾아 보지만

잔설속에서 단 한송이의 흔적을 만날수 있었다.

 

쫓아갈 선두도 없고 뒤쫓아 오는 일행도 없으니 몸도  가볍고 마음은 여유로왔다.

오른쪽 석대산 비들재 구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배바위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을때 까지 나 혼자만의 산길이었다.

배바위에 닿고서야 홀로 산객 한분과 친구로 보이는 젊은 총각 둘을 만날 수 있었다.

배바위전 전망 바위에서 본 정상쪽 풍경

 

배바위 뒤로 보이는 별자리관측소쪽 풍경

 

배바위 옆으로 보이는 석대산 비들재 구현산 능선과 뒷쪽의 영축산 능선

 

배바위에서 정상으로 가지 않고 억새 숲을 뚫으면서 진행한다.

지난 가을 만끽했던 물매화와 쓴풀의 흔적이 남아 있나

열심히 찾아 보지만 쓴풀만 가끔 보일뿐 물매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려~~ 허물어진 모습을 뭣땜시 보려고 애쓴단 말이야

지난 가을의 단아한 발레리나 같은 고운 모습만을 기억하리라

 

지난 가을에 만났던 물매화 (카페 친구 사진 빌렸음)

 

분지 한가운데의 습지는 꽁꽁 얼어 붙어 버렸다

봄소식이 있나 해서 뒤져 보지만 한겨울 풍경만 가득 차 있다.

산상이라 역시 춥나 보다.

 

관룡산 구룡산능선에서 부곡 덕암산으로 이어지는 풍경

동문에서 성곽을 따라 오른후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 딛는다.

북사면이라 눈이 얼어 붙어 빙판길이라 조심조심 내려 선다.

음지엔 잔설들이 점점이 남아 있다.

경북대학교 별자리관측소 가기 전 능선 중간쯤의 전망 바위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아침에 죽을 먹어선지 빨리 배가 고프다. 오랫만에 밥을 싸 왔다.

아침엔 굴죽에다 점심은 굴젓무침,

결국엔 저녁까지 굴국밥을  먹었으니 오늘은 완전히 굴타령이다.

 

날씨는 완전히 봄날씨다.

너무 더워서 파카도 파일티도 벗어 버리니 바지는 겨울이고 상의는 봄이다.

밥이 들어 가니 기운이 나고, 옷을 벗으니 몸도 가뿐해진다.

혼자서 소나무 오솔길을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 간다.

가다가 전망 좋은 곳이 나타나면 빠짐없이 조망을 하면서 여유롭게 걷는다.

날씨가 흐려 조망은 별로 였지만 홀로 산행에서만 누릴수 있는 즐거움이다.

산악회 따라 가다 보면 뒤처지지는 않을까?

혹시 일행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일행이 없으니 너무나 자유로웠다

 

능선 끝까지 가서 아래로 내려 서니

고암에서 오르는 임도와 관룡산 등로와 만나는 삼거리다.

관룡산은 포기하고 허준셋트장으로 되돌아 온다.

계속 임도를 따르니 지겨울것 같아 다시 산길로 오른다.

왔던길로 되짚어 화왕산 정상으로 진행한다.

 

뒤돌아본 허준세트장과 별자리관측소

정상 못미쳐 전위봉의 북사면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봄이면 저곳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다.

 

정상 전위봉의 위용

 

배바위쪽 풍경, 그리고 맨 뒤쪽은 영축산 능선

정상가기전 안부에서 건너다 본 배바위 풍경

 

아침엔 한산했었는데 정상쪽엔 끊임없이 산객들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몇컷 더 찍으니 메모리 풀이라네

기계치인 난 디카의 기능을 다 익히지 못해 청맹과니나 다름 없다.

목마산성길 따라 내려 선다.

포근한 솔밭길로 아기자기한 바위 사이로 잔설을 뚫고 내려 오니 명상의 숲이다.

 

가족단위의 동네 산책객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이따금씩 올라 온다.

내림길 무채색 숲길에 홀로 푸르름을 자랑하는

무릇의 군락이 있었으나 디카가 작동을 하지 않아 찍지 못했다.

 

도성암 지나 아침 출발지에 도착하니 송현동 고분 발굴 작업장이 있었다.

언젠가 남강 수몰지역 발굴장에 답사 갔던 생각이 났다.

뙤약볕 아래 사학과 여학생들이 붓으로 조심조심 유물 발굴하는 모습이 떠올라

가리개 천막 뒤로 가서 몰래 들여다 보니

무슨 장비들만 잔뜩 널려 있고 일요일이라 작업은 쉬는것 같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산행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