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돌....
산 속 깊은 계곡의 얼음 밑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입니다.
찬바람 잉잉대어 귓볼이 시렵지만 어느새 봄은 저 얼음 밑으로 흘러 내려갑니다.
그 반가운 맘에 갈증난 목을 축이려 한 움큼 손에 쥐어 입에 가져갑니다.
시원함이... 봄의 내음이 입에서 가슴으로 시원히 적셔 내려갑니다.
어느새 계절은 돌아 돌아서 다시 생명을 틔우려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삼신봉.....
오랜 숙제처럼 그렇게 멀지 않은 시간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안내 산악회에서 간다고 하기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신청부터 했습니다.
덕분에 근무조정을 하느라 애를 좀 먹습니다만,...
청학동으로 올라가는 꼬불길에 멀미가 나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은 산이라 억지로 속 달래며 갑니다.
차에서 내려 우선 산 속 내음부터 실컷 마십니다.
울렁거렸던 속이 좀 가라앉는 듯 합니다.
역시 산은 정직합니다. 제가 바라던 그 내음 그대로 전해 줍니다.
신발 고쳐 매고 스틱을 빼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산행에 꼭 들고 다녔던 스틱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쩌다 새해인사로 손위동서 집에 들렀다가 다니던 학교 휴학을 하고 인도로 중국으로 티벳으로 사방팔방 유람하는 처 질녀에게
같이 가련? 하니
그 대답이 시원하여 동행을 하게되었습니다.
한량 같은 딸아이에게 우리 산을 보여주고 싶어서 ..
그리고 학교 공부보다 사람 사는 방식에 먼저 눈을 틔운 젊은이에게 조그만 선물 하나 주려고..
제가 산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라는 선물을 요...
천천히 걸음을 떼는 딸아이를 보니 어느새 삶의 행복을 깨달은 대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안내산악회를 떠나 그냥 홀로 둘이 올걸 하고 생각이 되어집니다.
하지만 오늘 걸음도 참 행복합니다.
오름길 적당히 올라서니 팥죽 같은 땀이 포근한 날씨라 알려줍니다.
한 모퉁이 돌아 한 걸음을 더 올라서니 어느새 큼직한 바위덩이 정상에 섭니다.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 기념촬영을 하느라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이게 사람들 사는 세상이지요?
한쪽 귀퉁이 앉아 가지고 간 과일로 허기 와 갈증을 달랩니다.
사진 찍을 기계를 가지고 갔지만 저나 나나 이 북새통에서 그러기 싫어서 그만 두었습니다.
역시 한량입니다. 노는 가락을 압니다. 허허.
한 조각 먹은 과일로 대충 허기를 때우고 일어섭니다.
배는 고팠지만 정상을 벗어나서 적당한 곳에서 느긋한 점심을 먹으려고 조금 더 가기로 합니다.
오르락내리락 ..
험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오르내림이 좋아서 자꾸만 신이 납니다.
오른쪽 눈 돌려 보니 천왕봉이 하얀 고깔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 아래로 작은 동생들처럼 제석봉 촛대봉 세석이 보입니다.
세석 아래로 길고 부드러운 능선을 갈지 자로 휘어 누어있습니다.
곧 저 능선 길을 밟으려 하고 있습니다.
저 속에서 난 또 얼마나 행복해 할까 ...
그 생각을 하니 절로 신이 납니다.
손들어 저곳하나 하나 딸아이에게 설명을 해 줍니다.
3월 중순에 이 땅을 떠나 유람 길 떠날 아이에게 갈등을 생기게 할 참으로 ...ㅎㅎㅎ
그렇게 지리 능선을 보며 길을 갑니다.
몇 번의 미끄러짐으로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 산죽밭 길 한켠에 이모부와 처 질녀의 단촐한 식탁이 꾸려집니다.
그 흔한 라면과 김밥 한 줄..
꿀맛 같은 식사를 하고 차가워진 엉덩이 어루만지며 일어섭니다.
상불재 지나 이젠 본격적인 하산길입니다 .
이리저리 미끄러지는 질녀에게 아이젠을 신기고 전 스틱으로 버팁니다.
올 겨울 한 번도 아이젠을 하지 않고 스틱 덕을 단단히 봅니다.
길고 긴 하산길입니다.
이 길로 올라 삼신봉 찍고 세석으로 갈 생각을 하니 벌써 다리가 뻐근합니다
불일폭포....
얼음 얼은 폭포를 보니 아이스바일의 얼음 부딪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지난주 의성빙벽을 하고 온 동료들의 사진이 생각이 납니다.
쨍쨍... 타 탁..
얼음부스러기의 차가움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행복감이 생각이 납니다
얼음은 속은 청빙이고 겉은 약간 녹은 듯 합니다.
천상 빙벽 타기엔 멋지게 얼은 듯 합니다.
첨으로 카메라 내어 사진 몇 컷을 찍어봅니다.
옆에 계신 젊고 예쁜 아가씨..
멜 주소를 주고 사진 찍어 달랩니다.
얼마던지요...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은 산 님 덕분에 버스는 대기 중이고 얼릉 딸아이 데리고 식당으로 갑니다.
빙어 튀김하고 고추 튀김에 맥주 두어병 놓고 갈증난 술 고픈 배 달래 줍니다.
한 잔 술 맛있다고 한잔 더 달래는 딸아이가 이쁘기만 합니다.
돌아오는 길..
거창 휴게소..
화장실 다녀오는데 스낵코너 오뎅이 보입니다..
버스로 가서
미지야.. 우리 오뎅 먹을까?
예.. 좋지요.
새해엔 산님 모두 산 속에서 많이 행복하시고 안전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PS:
지리산 삼신봉(1284M 경남 하동군 청암면)
날자 : 05년 2월 13일 일요일 맑음.
경로 : 도인촌 - 삼신봉 - 상불재 - 불일폭포 - 쌍계사.(12.808KM GPS거리)
이동수단 : 대구 KJ 안내산악회 버스
동행 : 처 질녀 와 안내산악회 횐님88분.
대구출발 6시 30분.
도인촌 도착 10시 45분
산행시작 10시50분
쌍계사출발 18시 15분
대구도착 20시 40분
산행 :총 6시간 반정도 걸렸습니다.
스틱이 있으면 아이젠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젠을 하기에도 애매하고 안 하기도 그렇고...
그럴 땐 하는 게 안전산행을 위해서도 좋겠지요?...ㅎㅎ
3월 2일부터 5월 중순까지 통제한답니다 산불 경방기간으로...
산 속의 응달진 곳에서는 눈과 얼음이 있고요 양지는 눈 녹은 물로 많이 질척입니다.
계곡의 얼음 밑으로 봄 물이 흐르는 소리가 참 평화로왔습니다.
이제 곧 봄이 올 것입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도인촌 매표소좌표 35 14 43.1N 127 42 32E
삼신봉 좌표 35 15 52.4N 127 42 18.9E
불일폭포 전경입니다.
감수성이 많은 젊을때 산행은 처질녀에겐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즐겁고 안전한 산행 합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