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5년2월12일(토요일)

인      원 : 산악회*아내와 함께

날      씨 : 맑  음

  

♣ 산행시간

08 : 50               수원T/G 통과

11 : 20               상원사주차장

13 : 00               상왕봉 (1,491m)

13 : 30 ~ 50        점심

14 : 15               비로봉 (1,563m)

15 : 20               호령봉 (1,561m)

17 : 10               상원사

17 : 15               상원사주차장

  

♣ 산행기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심설산행을 했다.

  

상원사주차장에 도착하니 여러대의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주차해 있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446번 지방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은 홍천군 내면 명개리로 통하며, 양양가는 56번 국도와 만난다.

잘 닦여진 비포장도로라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나, 적설기와 산불방지기간중에는

통행이 통제된다.

  

눈덮힌 도로를 두굽이 돌아 좌측 산자락으로 들어섰다.

경사진 빙판길이라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져 다치기 싶상이다.

뒤돌아보니 아내는 한발 한발 단단히 딛으며 잘 오르고 있었다.

  

지능선에 오르니 바람이차갑다.

산허리를 가로 지르며...

다시 도로와 만나자마자 좌측으로 오르는 안내표지가 있다.

상왕봉 1.6km

  

산길등로가 고요하고 적적하다.

가끔 마주오는 산객들도 만나고...

  

←상왕봉 0.75km  →두로봉 2.7km 안내표지가 있는 안부에 오르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상왕봉에 당도하니 많은 사람들이 추억담기에 여념이 없다.

찰칵.. 찰칵..

 

동대산 너머 정수리가 하얀  황병산!

검푸른 바다!

대청봉, 귀때기청봉의 희끗희끗한 눈!

장쾌하게 뻗어있는 서북주능선!

첩첩산중의 파노라마가 浩然之氣를 불러 일으킨다.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

설국의 오솔길이 완만하다.

마주오는 사람들을 비키느라 한발이 눈속으로 깊숙히 빠진다.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우리도 바람잦은 곳에서 점심을 했다.

뜨끈한 두부국과 김,녹두부침이 캪틴큐와 어우러져 성찬이다.

손이시려 장갑을 끼고 식사하는데도 손끝이 빠져나가는것 같다.

 

비로봉정상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조망을 즐기고 있었다.

 

2년전 아내와 함께 승용차를 이용한 겨울산행!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길이 꽁꽁얼어서 긴장을 하며 기어갔던 생각...

회색빛구름이 강풍에 떠밀려 산등성이로 심술궂게 휩쓸고 지나갔던 모습...

식사하는데 손끝이 한동안 얼얼해서 녹이는데 애를 먹었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오늘은 청명한 날씨에 시야도 탁트이고 조망하기 좋다.

뒤에오는 대부분의 일행들은 여기서 적멸보궁-상원사로 하산하기로 되어있다.

 

호령봉으로 향하는 길!

4km거리다.

 

여기서 스패츠를 착용하고 뜸한 발자국따라 완만한 눈길을 오르내린다.

아내의 발걸음이 즐거워 보인다.

 

상원사 5km 안내표지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호령봉까지 갔다 다시와서 이길로 하산해야한다.

시간이 임박하다.

 

벌써 일행 네명이 다녀서 내려오고 있다.

아내는 일행과 같이 하산하라 하고 나혼자 서둘러서 걷기 시작했다.

 

혼자가 되니 속도가 붙는다.

 

호령봉은 넓은 헬기장이다.

조망이 시원하다.

 

하산하려는데 두분 일행이 올라왔다.

지도를 펴더니 앞에 보이는 저 봉우리가 호령봉 같다고 한다.

호령봉을 밟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 순간 나도 눈에 취했는지 착각을 하고 말았다.

 

서두르면 왕복30분쯤 걸리겠지...

"갔다 옵시다."

셋이 동행했다.

 

등로가 없다.

사람 발자국이 없다.

짐승 발자국만 듬성 듬성...

 

앞장서서 러쎌하며 간다.

무릎까지 빠지면서 눈을 헤쳐 나아간다.

앞으로 엎어지기도 하고...

서두르다보니 힘이 부친다.

 

작은봉에 오르니 앞에 또 봉이 나타났다.

오르면 또 나타나고...

 

이건 아니야!

맞아!

아까 그 헬기장이야.

 

알바 50분을 하니 제시간에 하산하기는 이미 틀렸다.

등반대장한테 전화연락하고 부리나케 하산하기 시작했다.

 

무릎까지 빠지기도 하고...

엎어지기도 하며...

엉덩방아찧며 미끄러지면서 내려오기도 하니 웃음이 절로난다.

시간이 촉박하여 서두르니 무릎이 시큰거린다.

 

아내와 함께한 일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혼자서 눈발자국따라 내려 왔단다.

혼자가 되니 길 잃을까 두렵기도 하고...

스패츠가 없어 눈이 등산화속으로 들어가 양말이 젖고...

불안한 마음으로 하산길을 재촉했다고 한다.

 

오대산의 설경!

눈에 취하고...

산욕심에 취해서...

무리를 했어도 무릎까지 빠지면서 하는 러쎌산행이 좋은 추억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