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도움만 받다,, 처음 쓰는 산행기입니다.

 

코스:무주리조트-리트프-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산-횡경재-송계사
산행시간:2005년 2월 20일 오전 11시-오후 4시

 

설 연휴 지리산 천왕봉 설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담고
지난 20일 경남 통영 푸른산악회의 덕유산 안내 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날씨가 춥다. 날씨가 매서울수록 시야가 좋기에 추운 날씨가 더욱 반가운데, 산행 대장님 왈, 매표소에 연락해 보니 금, 토요일 눈이 내렸단다.

지리산에서 못 푼 한, 덕유산에서 풀겠구나..
기대감에 부풀어 마음은 벌써 향적봉을 향하는데...

 

 

10시에 도착한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기까지 붐비는 사람들로 1시간이나 걸렸다.
발이 시리더니, 아예 동상이 걸릴 것 같다. 차라리 걸으면 덜 추울 텐데..


 

<무주리조트에서 리프트를 기다리며..>

 

 

11시 리프트 승선, 일단 추위에서 벗어났다는 반가움도 잠시, 리프트에서 바라본 조망에
넋을 잃는다.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등선, 그리고 주목을 덮은 설화,,,, 상쾌하게 스키를 타는 사람들까지

 

10여분 뒤, 설천봉 리프트장 도착, 악 소리나게 춥다. 아이젠을 채우는 손이 떨린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6도..


 
 

<산꾼과 스키 매니아들로 붐비는 설천봉-영하 16도>

 

설천봉에서 향적봉 길은 눈꽃이 만발, 천상의 설경을 연출하고 있다.
덕분에 그 비경을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은 코 끝에 언 고드름도 무시한 채 한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저 열정....배우고 싶다.


 


 

 

눈과 나무,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산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걷는데, 금새 향적봉(1614미터)이다. 설화 뒤로 남덕유산까지 주능선이 훤히 보인다.
지리산처럼 까마득하지 않아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오늘은 산악회와 함께

왔으니, 참자.. 올 봄이나 여름 덕유 종주에 나서리..

 


 

 

황홀경... 눈꽃이 만발한 덕유평전을 걸으며 감탄사만 더할 뿐 뭐라 더 붙일 말이 없다.

대학교 2학년때쯤 학과 MT를 와, 술을 마시다 객기에 올랐던 향적봉...밤이슬과 추위에 떨며 올랐던 백련사와 향적봉, 아득한 계곡소리를 들으며 낭떠러지 위를 걷는 기분이었는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때의 나보다 나은 인간이 됐나?......


 

점심식사, 산악회 산행답게 술이며 안주가 풍부하다. 매실주는 기본, 안동소주에 양주까지..
한, 두잔의 술에도 취한다.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설경에 취하고...
물론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중봉에서 백암산을 향하는 길, 산능선을 따라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반대편에서 묵묵히 한발 한발을 내딛는 사람들....그 기상이 참으로 대단하다.


   

 

백암산에서 송계사 방향으로 방향을 돌리고..마음은 계속 주능선을 향한다.


이제 산 아래고 깊은 골을 파며 달리는 계곡과 능선 줄기로 시선이 돌려진다.

일행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정체 현상이 아니라. 나무에 매달린 얼음종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꾼들이 지나갈 때마다 찰랑찰랑 종 혹은 풍경이 울린다.
풍경소리에 사람들의 마음도 열려, 평소 사진을 잘 찍어 달라고 하지 않으시던
분까지 사진 요청이 쇄도한다.

 

횡경재 직전.. 발에 쥐가 내려 꼼짝을 하지 못하는 아저씨를 만났다. 평소 사혈침과 멘소레담을 갖고 다니는데 양쪽 허벅지를 50방쯤씩 놓아주고 멘소레담을 바른 뒤 주물러 드렸다...

이때 시간이 오후 2시쯤.. 설천봉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갈 계획이라고 하는데.. 리프트 운행시간이 4시30분까지라 그때까지 도착하시지 못할 것 같아 송계사로 돌아가실 것을 권했는데.. 무사히 하산하셨는지... 걱정이 된다.

 

횡경재에서 한 30분쯤 내려서니, 눈이 녹은 호젓한 산길이 나왔다. 일행들에게 "아이젠 벗자"고 권했는데..
모두 2, 3번씩 넘어져 무안하고 미안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송계사까지 5시간 동안... 천상의 설국에서 황홀경에 빠졌다...
일주일째인 오늘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