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0일 0시 38분

 

태백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포옴에도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처럼 설레임을 안고서 열차에 오릅니다.

 

열차는 어둠 속을 달려 통리역에 우리를 내려놓고 정동진으로 떠납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키며 우리는 어둠속으로 빠져듭니다.

 

얼마를 올랐을까요?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나 봅니다.
친구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무거워 보입니다. 

 

 

유일사를 지나 이제는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었습니다.

하늘은 더 없이 맑고,

주목에는 탐스런 눈꽃과 상고대가 바람을 먹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서서히 주목 군락지대가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강원도의 고산지대에는 많은 주목들이 있지만 태백산의 주목군락지만큼 사진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길가에 겨울나무가 서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자리에 늘 서 있어 지나는 길손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겠지요.

 

처음에는 혼자서 올려고 했는데 친구와 동행하게되어

차가운 태백의 바람도 잠시 우리를 비켜가나 봅니다.

 

근데 오늘은 친구 사진만 찍을것 같습니다.

한장 산님에게 부탁해서 찍었는데,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오늘은 그저 친구를 모델삼아

찍사를 해야할것 같습니다.

 

멀리 천제단이 보입니다.

 

천제단이 태백산맥의 준령들을 내려다보며 하얀 성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천제단의 현재기온은 영하 23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디카도 추운날씨에 그만 얼어버렸는지 더이상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오늘은 이놈도 지쳐버렸나 봅니다.

 

단종 비각을 지나 망경사로 내려오니 따뜻한 햇살이 얼어버린 양볼을 녹여줍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의 고마움을 더 이상 실감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신나는 하산길이 남았습니다.

미리 가져간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우리의 시계바늘을 40여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태백의 하늘이

태백의 바람이

아마 오래동안 우리를 그리워 하게 할것 같은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