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토요일 제법 많은 봄비가 내렸다.
회사 출퇴근길에서 조망하는 황매산과 오두산의 하이얀 설경이
눈을 시리게 해 울렁거리는 가슴을 주체키 힘들게한다.
이놈저놈 싸개통의 시러베들이 산한번 같이 하자며 전화질에 청촉이
세도대감 문턱 닳듯 뻔질거리나 막상 가자하면 오뉴월 외양간의
쇠파리처럼 남의 등에 기대어 생청을 붙이는 자춤발이에 보름보기가
태반인지라 자발없이 응낙할수 없는 처지에 몰려 건성 고개짓으로
알은체만 하고는 삼청냉골에서 일어나 설렁을  당겨 곁을 부른다.


물묻은 손을 불불이 치마로 수습하며 내려서는 곁의 초췌한 안색이
많이도 이지러졌다.
질정찮은 서방의 늘푼수 없음에 혹 가용에 보탬이라도 될까 하여
철철이 채마전에서 품을 팔아 낱전을 건져보아도 빈궁한 가세는
흥부네와 사돈을 맺었는지 좀체 융성할 기약이 없고 능력없는 화상은
육허기만 장하여 밤마다 수청을 들어라 불호령이 낭자하니 아무리
여자팔자 됨박 팔자지만 안팎곱사로 매양 낫것에 채이고 밤것에 물리니
화용월태가 전사를 짐작 못할만큼 외꽃이 만발해 볼만한 형용이 아니더라.


단도직입으로 가야산 유람이나 가재니 동안이 뜨도록 서방을 치어보더니
"가야산에 눈이 많이 왔다는데 ..." 라며 말꼬리를 죽인다.
젠장 범도 만나기 전에 산에 들어설 걱정이 열두발이래더니 그짝일세 그려.
꾸지람 쇰직하게 잔소리를 푸짐히 늘어 놓고는 잠자리에 든다.

  

우수도 지난 초봄 어름에 때아닌 낮도깨비 같은 강추위가 전국을 강타해
구들막 장군들이 속출한다는 관상감 여리꾼들의 침을 튀기는 설레발에,
눈을 떠니 미상불 차기는 한지 천장에 매달린 자린고비(절인굴비)  마빡엔
허옇게 서리로 상복을 입었고 머리맡의 자리끼는 밤새 석빙고에서 성불이
래두 했는지 알알이 사리가 박혀 내다 팔아도 두어냥은 착실 하겠더라.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 곁을 채근해 깡조밥과 남새 건건이로 걸게 한판 들고는
난테 휘몰아 발서슴에 이골난 협로에 잰나비 파람 소리를 따라 오른다.


우리 향골의 중문격인 마령재 고개턱에 닿아 손떠구에 마춤한 차돌 하나를
성황당 돌무더기에  던지고  시선을 드니 알프스의 마터호른처럼 천공을
떠받히듯 불쑥 솟은 오두산과 거대한 황소의 등짝 처럼  늘씬한 두음산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는 향골의 의연한 자부심으로 당당하다.
장한 기상과 굳건한 자태에 한참이나 다리쉼을 하며 즐기다 곁의 재촉으로
오두산 산기슭을 돌아 포교들의 기찰이 개싸대듯하는 늙은들(야로)을 지나니
순백의 불꽃이 달아 오르는 갸야의 장중한 기세가 구름위로 비죽이 솟아
간담을 서늘케한다.


곁에게 뭐든 소원하나 세워 보래니 그저 지서방과 두예삐들 아프지 않고 건강
하게만 살아갔음 좋겠단다.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가난한 흥부의 춘련(입춘방)처럼 로또 하나로 "소지황금출"
의 화수분이 터진다면 더할나위 없을텐데....ㄲㄲㄲ...
성보 박물관 노둣돌에 난테를 걸어 두고는 두노주(?) 어깨를 겯고는 동해용왕의
장중보옥 해인을 찾아 걸음을 놓는다.
입을 옷이 마땅찮다며 겹으로 껴입기를 마다하던 곁은 설한풍에 문풍지 울리디끼
애처럽게 떨고있다.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필경은 넉넉해질 몸매를 피하려다 화를 자초했으니 유구무언
으로 썩은니에 얼음을 문듯 옹골찬 추위를 감내하고 있다.
걸망에서 초피 목도리를 꺼내 얼기설기 둘러 놓으니 그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지
죽장을 당겨 길을 줄여 간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한기에 주눅들어 입을 꼭 봉하고 걸으니 누가보면 싸움끝에 길
나선듯 어색하기까지하다.
소담스레 눈이 쌓인 길은 서성대 갈림길까지 불도량 답게 누구나 쉽게 오를 수있는
자비의 길이다.


아직 다른꾼들의 발길이 없는 탓에 온산을 호젖이 둘이서만 즐긴다.
마애불 갈림길인 계단에서부터 나무들은 영롱한 얼음보석으로 눈을 시리게 하고
바람에 울리는 청아한 몸부빔은 어수룩한 두산꾼의 넋을 뺏기에 부족함이 없다.
토신골 삼거리에서 맞는 해오름에 온산은 휘황한 보석의 광채로 눈조차
뜨기가 힘들어진다.
오를수록 가야 설궁의 빙화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해가고 어슬픈 가시버시는
말을 잃고 하염없이 빠져만간다.


천혜의 전망대인 봉천대에 이러 결국 헙수룩한 두부부는 더이상 오를 염의를 미룬채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죽어라 정상까지 내닫는 오름짓에 부여할 의미를 도대체 찾을수가 없었다.
여기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높은데....
해는 중천으로 솟구치건만 두노주는 빙궁의 별원에서 나설줄을 모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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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2월 20일 끝.       진맹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