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이 압권인 백설의 천국 - 계방산   (2005. 2. 20. 일요일)

 

 

아침 산책겸 운동으로 매일 오르내리는 동네 뒷산은

몸에 상쾌함과 개운함을 주고 그 여운은 하루의 시작에 활력소

가 되는데 한 달에 한 두번 일요일 먼 산을 다녀온 후유증은

온 삭신에 골병든 뻐근함만 남깁니다   물론 이 역시 즐거운

비명이지만...

 

모임에서 평창의 계방산(1577m)을 갔습니다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임에도 인근 오대산의 명성에 가려

덜 알려진 산이라 여겼는데 등산 인구가 가히 급수적으로 늘어난

요즘은(특히 겨울철) 산악회에서 계방산 코스 모집을 많이 하니

어느새 유명세의 산이 돼 있었습니다

 

해발 천미터가 넘는 운두령에서 시작된 산행은

삼십센티는 족히 넘어 쌓인 눈으로 네시간 가량 걷는 내내

흙을 한 번도 밟은 적 없이 오로지 눈에서 시작해 눈으로 끝나는

백설 천국이었습니다

 

산악회 관광버스 수십대가 풀어놓은 사람들로 단풍철도 아닌데

긴 능선 자락에서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을 만치 사람의 물결로 넘실거렸습니다 그 추운 날씨에도

겨울 눈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열정은 막바지의 강추위를 녹일만큼

대단했습니다    눈꽃보다 사람의 꽃이 더 많이 피었습니다

찬 기온에 쌓인 눈이 다져진 곳을 지날 때 사각이는 소리는

마치 군화를 신고 군인들이 일제히 행군하는 듯했습니다

 

나목이긴 하나 참나무(신갈)와 물푸레 나무가 어우러진 울울창창한

숲을 지나 된비알을 치고 가파른 봉우리에 오르니 사방팔방 시야가

트였습니다   기분이 상쾌하고 속이 시원하며 가슴이 뻥 뚫렸습니다

이맛에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산을 오르고 특히 계방산은 어느

산 보다 조망이 압권이었습니다  

전날 왔더라면 눈꽃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 더 환상적이었을텐데...

대신 햇볕이 상대적으로 적은 등로 북사면 쪽의 주목나무와 구상나무는

고스란히 눈꽃을 탐스럽게 이고 메달고 있어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정상에 서니 소백산 비로봉 못지 않은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단체 사진 한 컷을 간신히 찍고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이승복 생가터 하산 코스로는 정상 지나 봉우리 능선따라

조망은 계속 이어지는데 사람의 물결로 정체되는 바람에

남릉 등로를 타고 하산을 했습니다

 

사람많고 눈이 많아 오히려 덜 위험했습니다

넘어져도 사방에 푹신한 눈뿐이니...

하산길에선 미끄러지고 자빠져도 그 자체가 재미입니다

자연 스키도 타고 앉은뱅이 썰매도 타다가 아예 엉덩방아

썰매를 타며 즐겁게 내려왔습니다 

칼바람이 살을 에이고 볼이 터질듯한 추위에도 그 세찬 바람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은 또 다른 묘미를 주어 겨울산행의 기억에

한 편의 그림을 남기게 했습니다 

쌓인 눈을 세차게 뿌리며 눈보라를 연출할땐

은가루와 크리스탈가루가 공중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쏟아지는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눈쌓인 겨울 산행은 아름다움에 비례해 위험이 따라 늘 부담스러운데

이번 만큼은 제대로 눈을 즐긴 산행이었습니다

 

눈산의 아름다움에 동화돼 못생긴 자신을 잊어버리고

연거푸 사진을 찍고 말았습니다^^

집에와서 컴에 올려보니 어김없이 못생긴 아지매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아... 다시는 사진을 찍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