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5년 2월 19 - 20일 (무박2일)

종주코스 : 남덕유산 경남공무원교육원(01:45분 출발) - 장수덕유산(05:20분)-남덕유산갈림길(05:40분)-

          월성치(06:20)-삿갓봉(07:20)-삿갓재대피소(08:00도착, 09:45분출발)-무룡산-동업령(11:42분)

          백암봉(12:40) - 중봉-향적봉대피소(13:40)-무주곤도라

산행인원 : 20명 (종주인원:12명)

          

이번 산행이 아마도 올해의 겨울철 종주 산행으로는 마지막이 될것 같기에 내심 무지하게 춥고 세찬 바람도 제대로 불어주었으면 하였으며 눈발도 간간히 날려 주었으면 하였다


 

20명의 종주팀을 태운 우등고속버스는 19일 밤 9시 42분에 덕유산을 향해 출발하였고 종주 산행 들머리인 교육원 입구에는 3시간 좀 넘어 20일 새벽 1시 20분경 도착하였다.

들머리를 알고 있는 나와 백두대간을 솔로 종주하는 늠름한 나훈씨가 앞장을 서고 대장의 출발신호에 맞추어 1시 45분 드디어 종주길에 올랐다.


 

밤길이어서 산 능선도 잘 보이지 않고 온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우리는 그만 오른쪽 길로 길이 아닌 길로 들어 서게 되었다. 표식기가 달려있어 그 방향이 맞을 거라 했는데 능선을 한개 넘어 버렸고 길도 없는 험한 남덕유 산길을 비집고 올라가게 되었다.


 

영문도 모르는 회원들은 입에서 단내가 나지만 그래도 잘들 따라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시 길 산행을 재미도 있고 경험도 있어 마음의 여유가 있었지만 처음 이런 산행을 접하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공포감, 위험한 산행으로 다소 무거운 마음의 짐이 되었으리라 생각되어진다

하지만 또한 이러한 산행을 해 본다는 것도 동계훈련을 위해서 체력증진을 위해서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라 생각되어진다


 

미끄러지고 엎어지고 나무에 머리박고 오만 난리를 떨어가며 고생 끝에 육십령에서 올라오는 능선 길을 만나게 되었다 3시간의 오지 산행을 하면서 4시45분경 능선에 서게 되니 이제는 회원들이 좀 편안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장수덕유산 정상을 올라서니 본격적인 덕유산의 매서운 겨울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이제야 제대로 된 겨울산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남덕유산과 종주 북능선에 이르는 겨울 심산의 산행 길목에는 순백색의 눈들이 온 천지를 도배하였고, 늘어선 나무들은 빙화와 설화가 만발하여 터널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머리위에서 샹들리에를 만들어 달빛에 반사되어 영롱한 빛을 연출하고, 바람과 지나는 종주단의 몸에 부딪쳐 일어나는 풍경소리는 환상적인 대자연의 조화를 이루어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5시 40분경 남덕유와 북능의 갈림길을 지나쳐 한달음으로 월성치로 내려섰다.

월성치에 40분만인 6시 20분에 도착하여 두번째 난코스인 삿갓봉을 치고 올랐다.

봉우리를 넘으면 또 봉우리가 보이고 저 봉우리가 마지막이겠지 하면 또 보이기를 몇 차례 7시 20분 삿갓봉 우회지점을 통과하고일차 집결지인 삿갓봉대피소에는 8시에 선두그룹으로 도착하였다.

나는 육수물을 많이 흘린 탓에 겉옷과 속옷들이 서로 얼어 붙어서 잘 떨어지질 않고 수염에 붙은 고드름은 오늘 날씨가 보통 추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나는 온몸이 식기 전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기분이 새로워지고 개운하였다.

아침을 준비하고 다음 그룹을 기다렸다. 뒤이어 속속 다음 그룹들이 도착하고 일부는 중간에 힘이 들고 추워서 종주를 포기 하고 남덕유와 월성치에서 탈출하였다고 하였다.


 

준비해온 행도식과 라면으로 아침을 맛있게 먹고 너무 오래 대피소에 머물면 곤돌라 탈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아침식사 후 서둘러서 출발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종주하면서 그리 음식물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이번 종주에도 찹쌀모찌2개, 우유1펙, 쵸코파이2개, 자유시간1개, 음료수 500cc, 물1리터만 가지고 산행을 하였다. 그래서 인지 먹을거 잔뜩 가지고 와서 푸짐하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였다.


 

9시 45분 준비된 회원들부터 출발하여 서둘러 잰걸음으로 무룡산으로 향했다.

무룡산은 3번째 맞이하는 어려운길인데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휴식을 취한 덕에 그냥 간단히 넘어 섰고 서둘러 간탓에 6.3km 눈길을 3시간 이상거리를 2시간만에 주파하였으며 11시 40분에 동업령에 도착하였다.

예상시간보다 훨씬 빠른 산행에 한편으로는 여유도 생겼다.

동업령에는 칠연계곡에서 올라오는 일반 산악회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고 무얼 먹으면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잠시 덕유산의 능선을 감상하다 다시 발길을 백암봉으로 올렸다.

가는도중 길가에서 마주친 등산객이 사진을 찍어 달래서 도와 주었더니 고맙다고 사과를 한개 준다

고맙게 받아서 길동무로 삼고 한입 베어 먹고 나니 금세 사과가 얼어버린다.

정말 춥기는 엄청 추운가 보다. 서걱서걱 씹히는 사과 맛도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동업령을 지나 백암봉에 오르니 12시42분!!, 약 1시간 걸렸다.

백암봉을 내려서면서 이제는 향적봉 철탑이 훨씬 가까이에 보인다.

중봉의 오름길이 눈에 보이고 지금부터 산행이 어렵다는 것을 나는 여러번 종주를 하면서 느껴 왔는데 오늘은 더 힘이 든다, 덕유산의 겨울 칼바람이 나의 발길을 더디게 만들고 더 무겁게 만들게 하는 것 같다.

중봉 중간에서서 뒤를 보니 일행인왕사장이 보이질 않는다.

미끄러져 다리가 아프다곤 했는데, 그래도 잘 걷길래 걱정은 안했지만 하산 후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힘좋다는 산돼지가 무지 고생했는가 보다. 그런 줄 알았으면 무거운 배낭이라도 내가 대신 메어줄걸 나만 먼저 간 것이 미안하게 생각된다.


 

가장 힘든 코스인 중봉에 올라서니 지척에 향적봉이 보이고 사람들로 우글거린다.

향적봉대피소에 내려서는 길가에는 말로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자연의 예술품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이 벌어지게 한다.

눈과 얼음 , 겨울과 찬바람이 빗어낸 자연의 조각품들이 신비롭고 경이 로와 나의 발걸음을 한참이나 묶어 놓았다.

평소에는 디카를 잘 가지고 다녔는데 왜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안 가져 왔는지 속이 터진다.

보아하니 사진동호회에서도 많이 온 것 같고 전문가들도 감탄을 하였다.

향적봉 대피소에 내려서서 숨을 돌리고 있자니 출출하니 먹을 것이 생각났다.

적당히 먹을 것도 없고 컵라면이 먹고 싶었는데 돈을 가져오질 않아 사먹을 수도 없고, 옆에서는 안내산악회 따라온 팀들이 무지하게 맛있게 밥이랑, 찌게랑, 라면을 먹는데 염치불구하고 씨에라 컵을 꺼내 가까이 있는 맘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라면 국물 좀 달라고 했다.

맘씨 좋게 생긴 아줌마는 국물에다 보너스로 면발까지 몇 가닥 부어주는데 캬--아 고맛 눈물나게 맛있었다.

시간을 보니 1시40분이었다.

새벽1시45분에 출발해서 13시 40분 향적봉 대피소 도착!!!

약 12시간동안 겨울의 찬바람을 맞아가며 눈쌓인 산길을 따라 지나온 무박 종주산행을 마치고 돌아보면서 가슴벅찬 기쁨으로 행복함이 가득하다 .

내가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아 인생의 행복이 정녕 이것인가???, 돌아갈 힘만 있다면 다시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 가고 싶지만 이제는 내몸이 말을 듣지 않을게다.


 

이제 남은 구간은 봉우리 올라섰다가 곤도라 타러 가는 일이다.

곤도라를 타러가야 하는데 돈은 없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 오른다

기냥 가서 돈 없다고 깡다구 부리고 곤도라를 타야하나??

아니면 점잖게 있다가 후미사람들이 올때 까정 기다려야 하나 ???

골치 아픈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곤도라 타는데 까지 내려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구경도 하고 쉬고 있는데 산행일행 형님이 눈에 띄였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든지....

형님에게 신세를 지기로 하고 같이 곤도라 타고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 식당에서 따뜻한 정종 한대포로 오늘의 덕유산 종주를 마치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맞아보는 겨울의 찬바람이 그동안 속세에 찌들은 내 마음의 일부를 날려 보내주었고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을 가슴 터지게 본 것과 길가에 늘어선 빙화와 설화의 만발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내년에는 무박이아니라 삿갓재에서 1박하는 계획으로 눈오는 날을 택해서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무주리조틑 떠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