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 만들어낸 각본없는 연출에 넋을 놓고... 한라산산행기

- 일 자 : 2005. 2월 15~16일(1박2일)
- 날 씨 : 비온뒤개임
- 인 원 : 저니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성판악-속밭-진달래대피소-백록담-용진각대피소-왕관릉-관음사
[산행시간 8시간10분 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에 앞서:::::

겨우내 쉼없이 들렸던 한라산 폭설때마다 꼭 오르고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벌써 2월중순이다. 더 늦기전에 아니... 올겨울이 가기전에 꿈(★)을 이루고싶다. 산악회를 통하지 않아도 여행사에서 출발하는 "한라산등반" 상품이 많아 시간만 있어면 언제든지 갈수있다. 조용한 주중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다 호젓한 산행을 기대할수있어 예약을 마치고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어며 출발을 기다린다.





김해공항(19:40)∼제주공항(20:40)~숙소(21:20)



☞ 주중이라 한산한 국내선 김해공항


산행날짜를 잡고 예약을 할려는데... 이번주에 많은양의 비소식있다는 일기예보다. 어렵게 시간을 내었는데 취소할수도 없고 또 이번기회가 아니면 내년까지 기다려야하기에, 장고를 거듭한끝에 산행 결정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비가내리는 공항에 도착, 주중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겨울비 때문인지 한산하다. 여행사 직원으로 부터 티켓을 건네받고 배낭은 아이젠이 있어 수화물로 붙이고 보안검색을 거친후에 비행기에 탑승한다. "아름다운사람" 아시아나 항공기로 국내선이라 기체가 자그마하다. 자리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는데 10년전 해외출장을 많이 다녔던 생각이 난다.



☞ 제주행 비행기는 " 아름다운 사람" 아시아나 항공


스포츠 신문을 다 읽을쯤... 제주공항의 야경과 날개부분의 불빛에 빗줄기가 세차게 부딪치는것이 보인다. 공항에 도착하여 배낭을 찾아 밖으로 나오는데... 아니? 여름도 아닌데 장대비가 마치 물을 붓듯이 쏟아지는진다.

숙소에 도착해서... 낼 산행을 위해 일찌감치 잠을 청하는데 밖의 시끄러움과 내일 아침에는 비가 그치겠지 하는 기대와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에 잠을 뒤척일수 밖에 없다. 잠을 자면서도 빗소리는 계속들린다. 정말... 제주의 잠 못이루는 밤이다.



숙소출발(07:40)∼성판악휴게소(08:20)-속밭(09:27)~진달래대피소(11:00)



☞ 산행기점인 성판악매표소에 도착


휴대폰 알람소리에 겨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지난밤 그토록 내렸던 비는 그쳤는지 고인 빗물만 떨어진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성판악으로 이동하는데 성애낀 창문밖으로 잔설이 힐끔힐끔 보인다.



☞ 삼나무 숲에 도착하니 산안개가 짙게 깔리고


성판악에 도착... 차에서 내려 매표소로 올라가는데 안개비만 부슬부슬 내릴뿐 더이상 비는 없을듯 싶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성판악코스 등산로는 그동안 쌓인 눈으로 계단의 흔적은 보이질 않는다. 삼나무 숲이 가득한 속밭을 지날쯤에는 어디서 밀려왔는지 산안개가 짙게 깔려 신비함을 더해준다.



☞ 엄청난 적설량... 발이 묻혀버린 이정표


완만한 오름길... 성판악 등산로는 고도차를 느낄수없을 만큼 걷기 좋은 길이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지루함마쳐 느끼게 한다. 눈에 다리가 묻혀버린 이정표가 겨우내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말해준다.




☞ 진달래밭에 도착하니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진달래밭에 도착하니... 시야가 탁 트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개인 파란하늘과 순백의 세상이 열린다. 전날 많은비가 내려 눈꽃을 모두 씻어내려서 한라산의 명품인 눈꽃을 볼수없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 오래되고 허름한 진달래대피소


밀감으로 목을 축이며 대피소를 한바퀴 둘러보니 오래된 건물에 보수를 하지 않아 허름한다. 마치 어릴적에 보았던 방공호가 연상케하는 낡은 건물이다. 지리산의 예쁜산장을 생각하고 왔다면 큰 실망이 될듯싶다. 대피소 앞 공터에는 살이 통통하게 찐 까마귀 떼가 무리를 지어있다.



진달래밭(11:25)∼구상나무군락지(12:22)-나무계단(12:25)~백록담(12:50)



☞ 발아래 펼쳐진 운해의 장관


12시이후 부터는 정상출입을 통제한다는 표지판 뒤로 이제 정상으로 오르는데 따뜻한 겨울햇살 때문인지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주목나무 군락지를 지나 정상바로밑 나무계단 아래는 솜구름이 세상을 모두 삼켜버렸다. 순백의 설원이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고 그 허리를 둘러싸고 있는 운해의 장관.. 대자연이 만들어낸 각본없는 연출에 한동안 넋을 놓는다.




☞ 이제 얼마남지 않은 정상


겨울바람이 매썹기로 유명한 한라산 정상이지만, 오늘은 따뜻하고 바람은 봄날처럼 부드럽다. 해발 1900m이정표 뒤로 한라산 정상안내소가 보인다. 이제 조금만 올라서면 한라산 최고봉인 백록담을 볼수있다. 설레임과 가벼운 흥분속에 한걸음 한걸음 정상으로.....



하산시작(13:20)∼왕관릉(13:50)~삼각봉(14:30)~관음사주차장(16:30)



☞ 여기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


아~~ 여기가 백록담!! 그동안 사진이나 TV에서 무수히 보았던 백록담... 청명한날씨 때문인지 너무나 가깝게 보인다. 혼자보기 넘 아까워서 러브산넷 가족들과 함께보니 위해 디카 동영상으로 한바퀴 쭉~ 돌면서 촬영을 마쳤다.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산 한라산 정상은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 왕관릉에서 본 북벽에서 장구목까지 이어지는 미끈한 능선


관음사까지의 만만치 않은 하산을 감안.. 백록담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채 하산을 서두른다. 성판악 산행로가 부드럽고 여성스럽다면.. 관음사쪽은 왕관릉과 삼각봉을 비롯 남성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또한 용진각대피소까지는 경사가 가파라서 엉덩이썰매 타기에는 제격이다. 왕관릉을 지나 삼각봉 아래에서 뒤 늦은 점심을 먹고 탐라계곡으로 하산길은 이어진다.



☞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짊어지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대학생


좁은 등산로는 잘 다져져 있으나 한발만 옆으로 잘못 옮겨도 눈 속으로 허리까지 빠진다. 하산길이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어느정도 내려왔을까?... 또 다시 산안개가 몰려오고 짙은 운무에 겨울산은 또다시 차갑게 침묵한다.

몇명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키보다 큰 엄청난 배낭을 짊어지고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아마 용진각대피소 부근에서 동계 심설합동훈련을 하는 모양이다. 힘차게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젊음이 허락한 도전과 용기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다.




☞ 드디어... 종주의 끝 관음사주차장에 도착


관음사까지의 기니간 하산길이 이제 끝나려나보다. 28번에서 시작한 국립공원 구조표시가 이제 1번이다. 잠시후 "안녕히가십시요"라는 표지판 너머로 관음사 주차장이 안개속에 보인다. 주차장옆 휴게소 따뜻한 난로에 스패츠 끈이 떨어져 눈이 많이 들어간 오른쪽 양말을 말리는데 산행피로가 서서히 밀려오는것 같다.

관음사 주차장을 떠나 아쉬움에 고개를 돌려보지만... 짙은 산안개 때문에 한라산은 보이질 않는다. 다시 한라산에 오게되면 그때는 윗세오름이 있는 영실쪽이나 어리목으로 산행을 해보고 싶다. 공항가까이있는 향토음식점에서 저녁식사후... 제주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이내 김해공항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