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頭大幹 등줄기가 한눈에>

오대산과 어우러진 계방산(1577)은
겨울雪山으로 특히 많이 찼는 그런산으로
평창 용평에 있는산으로...운두령을 들머리로 해서
삼거리를 날머리로 하는3--4시간 정도면 여유있게
등반 할수 있는 코스이지만 적설량이 많을때는
다소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아!--운두령의 칼바람과 설산이
환상적으로 설원이 펼쳐진다.

금세라도 흰눈이 뿌릴것처럼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아있다.
설악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나뭇가지에 걸친눈을
흩날리며 지나간다.

무릎까지 빠질정도의 눈을 헤치며 능선에 오르니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매서운 북서풍이 할퀴고 지나간
능선에는 상고대의 눈꽃이 눈부시다.

아무도 밟지않은 설원에 설피로 러셀을하며 걷는것은
겨울산행에서만 맛볼수있는 매력이다.

오대산을 중심으로 계방산과 선자령등은 바닷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부딪치기
때문에 많은 눈이 내린다.

또내린눈은 매서운 칼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쉽게 녹지않는다.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한눈에 볼수있어
인근에서는 최고의 전망으로 꼽힌다.

북쪽으로는 홍천내면의 골짜기와
설악서부능선과 점봉산(곰배령),동쪽으로는 노인봉과 대관령이
가물거리고
서쪽으로는 운두령너머 회령봉과 태고산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겨울바람"

운두령의 칼바람은
추웠다.
이 겨울에서 가장추운 바람이
나의 아픈데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용서 하고 싶었다.

아무도 그의 허락없인
울지 못해도
나는 빈틈없이 이 겨울을 채우고 있었다.

바람이 아프다
나는 모래처럼
이 바람에 무너지고 있었다.

흔들어버리고 싶었던 하늘
도저히 나의 것이 될수없는
하늘이,
모든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바로 그 소리 였다
방금 헤어진 소리로 나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용서할수 있는 건
바람 뿐이었다
그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그래도 살아있었다
아직은 사랑해야 할일이
남아 있었다는 말인가?

그래,나는 아직
우리의 山河를
아직 더
사랑 해야 할일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가야 한다
너와나의
산하가 아닌
울의 산하를...
(정상에서 합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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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의 홍매화>

흰눈속에 뭍혀있는 봄은 어드메오는가?
여기산꾼이신 산--적님은 벌써 1/16일인가
양동마을의 설중매를 探梅하셨지만...

예전의 선조들은 이 무렵 봄을 기다리다못해
실낱같은 봄기색이라도 찼아 나섰을 것이다
눈덮인 심산유곡으로 매향을 좇아 설중매(雪中梅)를
찼아가는 '探梅' 행각이 그것이었다.

여기 운두령에는 폭설이내려 온산이 백설세상이다.
그러나 남쪽 순천 금둔사 홍매화는 톡 톡 토독...
봄이 터지고 있다니...

조선시대 신잠(1491-1554)이 그린 '탐매도'를 보면
--한 처사가 이른아침 시동을데리고 그윽한
향기를좇아 다리를 건넌다.
계곡저편 한그루 고목에 송알송알 게눈처럼 맺힌
매화꽃망울들이
막 터지려는 순간이다.
그 매향 세례 속에 빨려 들어 한잔술을 기울일 참인데
잠이 덜깬 시동이 흥을 알리없다. 꽃봉오리는 벌어지는데,
술병은 저 뒤에 느림보이고...

퇴계이황선생은--매화에 물을 줘라(命淮盆梅)라고
마지막말을 남기시듯이  매화를 가까이두고
국사를 의논했을 정도로 매화사랑이 지극했다 고
기록에남길정도라니...뜻하는 의미가 무었인지...

자연의덕성을 알고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을 느낄줄 아는
선조들은 이처럼 눈속에 매화를 찼아다니고
그것을 그림으로 즐겨 그리곤 했다.

눈을 이고 피는 꽃도 청순하고 가상하거니와 향기마저
있는듯 없는듯 애간장을 태우며 풍기니 매화야 말로
황량한 세상을 비추는 한줄기 서광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매화에는 홍매화,백매화,청매화,황매화 등이있다.
이 가운데 가장먼저 꽃이피는 홍매화는,
백매나청매와는 달리 진하고 예뿐 색깔이 있으므로
매향과 더불어 그 색깔까지를 흠뻑 감상해야 하는데

금둔사 홍매화는 20여년전 지허스님이 심은것으로
순수토종 매화로 어떤 매화보다 일찍피기 때문에
세상을 제압하는 군자중에 군자 이니라.

붉은기운을 띠는 매실은 따서 매실김치를 담그는데
일본것(우메보시)과는 달리 향이더진하고 육질이 단단하여
매실김치중의 최고봉이라 한다.

봄이로되 봄이아닌 이무렵...
우리  이산하에 선자령과
남녘 금둔사와같은 곳이 있다니

선자령은 흰눈속에 뭍혀있건만,
순천 금둔사는---'어, 겨울이 아니네....

곧---봄이 와르르 터질날이 머지 않으리라
花信에 실려 우리의 이 산하經濟도--
봄날이 오기를 기도 드리며
몇년전 탐매기를 떠올려 봅니다.

안식처로 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