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5년 2월 27일
산행코스 : 익근리 주차장 - 명지산(제1봉) - 제2봉 - 익근리 주차장

올 겨울에는 눈 구경 못하고 보내는가 하는 아쉬움은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매주 함께 산행하는 99세까지 88하게 살자해서 붙여진 9988 산악회(?) 회원분들 산악회라 해봐야 4가족

이다.
거의 매주 우리는 산행을 한다.
주로 가는 산행은 예봉산이다. 가끔은 검단산도 가지만…
가까운 곳을 다니기에 우리는 아침 일찍 다녀와서 오후 시간을 따로 사용하는 알뜰함도 잊지 않는 그런

산행을 한다.
이런 우리들에게 모처럼의 기회가 왔다.
언제부턴가 가보고 싶었던 명지산을 계획하고 함께 이동할 차량을 렌트하고 푸짐한 먹거리까지 준비해

서 아침 6시에 강동구 둔촌동에서 출발한다.  대성리쯤 지나자 강건너 화야산 고동산 능선길로 여명이

밝아오고 살얼음 언 북한강을 지나 가평 북면으로 접어든다.
그렇게 쉼없이 달려 도착한 익근리 명지산 입구 주차장 텅빈 주차장에는 부지런한 중년부부가 이미 산

행을 준비를 끝내고 막 산행을 시작하려 한다.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 짐을 분배하고 부산하게 준비해서 출발한 시간이 8시 40분이다. 주차장에

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쌓여 지난번 눈이 내린 양을 짐작할 수 있겠다. 전에 없이 명지산을 군립공

원으로 지정하고 주차비는 물론 입장료까지 징수하면서 안내원들이 상주해 있다.  지난번 여름에 와봤

던 길이지만 완만한 임도를 끝도 없이 가는걸 보면 능선까지 오르막 길이 얼마나 힘이 들지 대충 짐작

할 수 있다.
보통 산행길은 초입부터 힘이 드는 코스는 오히려 덜 힘이 들지만 명지산은 그런 산과는 다르다. 등산

로부터 오르기 시작하는 길은 급경사로 정상인 제1봉까지 쉼 없이 오른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오르는

급경사는 거의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다.
그 많은 나무 계단은 눈으로 덮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조금은 다행스럽다. 제2봉에서 명지폭포 쪽

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아직 아무도 지난 흔적이 없다.  오늘은 저 눈길을 우리가 맨 처음으로 지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다.
8명의 가족들은 이미 뿔뿔히 흩어져 버렸다. 체력적으로 조금 나은 사람들 그러지 못한 사람들….
산에 오르면서 바라 본 하늘은 그렇게 청명할 수 가 없다. 아니 너무 파래서 한기가 느껴질 만큼 맑은

날이다. 더구나 바람 마져도 잠들어 버린 날….. 우리는 오늘 축복 받은 산행을 하고 있다.  능선길을

차고 오르자 강한 바람이 불어 오는데 차갑다기 보다는 땀에 젖은 몸을 식혀주는 상쾌한 바람이다. 능

선길 따라 가다 보니 부지런한 중년부부가 따뜻한 차한잔으로 휴식을 즐기고 있다.
가벼운 인사를 주고 받으며 정상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 10분…..
정상에는 상판리쪽에서 올라 온 산객들이 컵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계신다. 
한참 시장할 시간 아직도 일행이 올라오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판..
사과 한개를 건네는 처음뵙는 친절한 산객..  산에 다니시는 분들의 넉넉한 인심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도착한 일행들을 데리고 정상 바로 아래 바위틈을 찾아 자리를 잡고 따뜻한 오뎅으

로 점심식사를 한다. 물론 이슬이도 한잔하면서...
식사하면서 가야할 2봉을 바라보니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슬이 한두잔에 다리는 저절로 풀렸을텐데...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2봉으로 출발... 출발에 앞서 모두에게 스패치를 착용하도록 한다.  2봉까지 가

는 길에는 정말 눈이 많다. 2봉에 도착하여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선 명지폭포쪽으로 바라

보니 아침에는 없던 발자욱이 보인다.  아마도 2분이서 내려간듯 하다. 아쉽지만 할수없다. 내려오는

내내 거의 허리춤까지 빠지는 눈에 모두들 환호를 지르고 눈썰매에 온몸을 맡긴다.  모두들 눈썰매 타

는 모습만으로도 즐겁다.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환호성을 참지 못하고 신나게 내려온다. 익근리

5,700미터..  우리가 내려가야할 거리이다.
아쉽게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고 보니 3,000미터를 넓은 지루하 눈길을 간다.  터덕터덕 조금전 눈

썰매 타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맥빠진 모습들이 측은해 보이기도 하다.
그렁저렁 도착한 익근리 오후 5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두부와 김체에 잣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집으로 출발한다.  모두의 머릿속에 조금전 하산길 눈을

생각하면서 그때 행복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집으로 출발한다. 아마도 내일 아침이면 온몸이 뻐근해

지겠지 그리고 온몸 여기저기에는 퍼런 멍들이 들어있겠지....
다시오고 싶은 명지산 가을에 다시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