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桂芳山) 산행기 
(2005. 2 27‘일’/이승복생가-운두령-1492봉-정상-제1코스 계방산주차장/‘고양시산악인동우회’ 따라) 

*.한국에서 산이 가장 많은 평창군 

산이 많은 우리나라 Korea에서 그 중에서도 가장 산이 많은 고장이 어디입니까? 강원도 평창입니다. 
일찍이 산꾼이며 시인인 김장호 님이 그것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둘레 146만㎢를 차지하는 평창군 안의 이름난 산들 16개의 높이만 합쳐도 21,576m로 에베레스트를 근 2개 반, 백두산을 근 8개를 솟구쳐 놓은 높이가 된다.” 
일만은 그 평창에서도 가장 높다는 계방산을 가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 다음으로 다섯 번째로 높다는 산이 계방산(桂芳山)입니다. 

*. 이승복 기념관을 지나 

계방산이 가까워지자 스피츠에 아이젠을 하느라고 차안이 요란합니다. 전문산악회라서 36명 회원 전부가 산에 오르는 모양입니다. 고양시 일산에서 3시간만에 이승복기념관 주차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일행 중 몇 분이 우리들이 종주하는 동안 이 근처에서 소일하기로 하여서입니다.
다음은 이승복 기념관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1968년 10월 30일 3차에 걸쳐「울진·삼척지구」해상으로 침투한120명의 무장공비 잔당 5명이 우리의 군·경·예비군의 추격을 피해 북으로 도주하다 산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다급한 나머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노동리' 계방산 중턱 이승복군의 집에 침입하여 공산주의를 선전하며 그들에게 동조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승복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자 순식간에 가족을 살해하였다. 
그러나 가족 중 이승복군의 친형인 학관(당시 15세)은 공비에게 36곳이나 찔리는 중상을 입고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공비의 만행을 이웃에 알렸다."

산악회 따라서 가면 둘러보기 어려운 것이 그 고장의 명승지이지만 이분들 덕분에 이승복기념관을 밖에서 잠깐 동안이나마 카메라에 담을 수가 있었습니다. 

*. 운두령(雲頭嶺) 
계방산 다음으로 여섯 번째 높다는 산은 1,572m 함백산(咸白山)으로 태백시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산입니다. 
함백산을 차를 몰고 간다면 영월을 거쳐 탄광촌 사북에 들렀다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정암사(淨巖寺)의 수마노탑을 구경하고 곧바로 고개를 오르면 거기가 아스팔트길로는 한국에서 제일 높다는 1,313m의 만항재입니다. 우리가 등산 기점으로 잡고 있는 운두령은 1,089m로 차로 오를 수 있는 첫 번째, 두 번째 고개라고도 말하고들 있는데 이는 짚어 넘어가야 할 이야기입니다. 
지리산 정령치(鄭嶺峙)가 해발 1,172m요, 성삼재가 1,090m로 다 차로 오를 수 있는 곳으로 운두령보다 높은 것이거든요. ‘峙’(치), ‘嶺’(령), '재'는 모두 '고개'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 중 만항재는 제가 아주 젊었을 때 운전면허증을 딴 보름 후의 한겨울에 겁도 없이 넘은 재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그 이름도 멋진 구름 雲(운), 머리 頭(두), 재 령(嶺), 해발 1,089m 운두령(雲頭嶺)입니다. 마음 설레며 오고 싶어 별러오던 고개입니다. 

내려다보는 산처럼 
구름을 보고 싶어 
겨울 산 배웅하며 
봄 마중 하고 싶어 
계방산 
우러러 보는 
운두령에 섰습니다.


 정상이 1,577m이니까  1,089m의 운두령과 표고차가 겨우 488m로 육산이라서 등산의 초보자도 오를 수 있는 산이 계방산이랍니다. 
산의 위치가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라서 이렇다 할 절 한 채 없이 이름마저 잊혀진 체였지만 강원도에서 큰 산이라는 가리왕산(1567m)보다 10m, 오대산(1,563m)보다 14m나 높은 남한에서 5번째로 높고 큰 산이 계방산입니다. 오대산의 명성에 잊혀진 체 숨어있던 산이지만요. 

말없는 형이 되어 
양 어깨 떡 벌리고 
굽어보는 위치에서 
아우들 그리워하는 
계방은 
동해 파도소리로 
호루라길 부는군요.


 
오늘이 2월 마지막 일요일이라 마지막으로 설산이 보고 싶어 모여든 인파에 가려 안내판 사진 한 장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 들어 갑자기 1,157m 의 선자령과 함께 겨울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산이거든요. 

철도 침목으로 만든 층계를 20m 올라가다가 뒤돌아보니 간이 쉼터에 차들이 뒤엉켜있습니다. 거기서부터 벌써 눈 나라가 시작되어 아이젠을 착용하느라 모두를 분주합니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왼쪽에 1,496봉 오른쪽에 1,462.3봉이 딱 벌어진 양어깨로 하고 서 있는 계방산의 부드러운 정상이 초입부터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양산악인동우회는 전문 산악회라서 따라 오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혹여 나의 늦은 산행이 여러 사람에게 폐가 되면 어쩌나 해서입니다. 그러나 등산은 한 줄로 난 눈길로만 가야하는데다가 그 길을 벗어나면 무릎까지 빠지는 길인데 가끔씩은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서행이었습니다. 
 능선 따라 30여분에 1,173m봉을 지나 완만한 능선의 산죽 길을 갑니다. 근심 없이 쑥쑥 자란 산죽이 나니라 고산이라서인가, 아니면 눈에 파묻혀 있어서인가 아주 키가 작은 잡초 같은 그런 산죽입니다. 
지금은 눈의 나라이지만 가을의 이 길은 단풍으로 유명하답니다. 그런데 이 산에는 칡이 전혀 없다는데 거기에는 관악산의 감감찬의 칡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여기에도 전해 오고 있습니다. 


옛날 옛적 권 대감이란 용감한 신령이 
용마타고 달리다 칡뿌리에 넘어지자 
부적을 
써 던진 이후 
계방산 칡이 없어졌답니다.



*. 깔딱 고개를 헐떡헐떡 넘어서 
이어 시작되는 깔딱 고개가 더운 입김을 뿜게 합니다. 오르기 힘든 고개를 깔딱 고개 또는 헐떡고개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깔딱은 약한 숨이 끊어질 듯 말 듯한 소리요, 헐떡은 숨을 자주 가쁘고 거칠게 쉬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등산하면서는 헐떡이는 것이지 깔닥이는 것은 아닌데 깔딱고개로 잘못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어에는 사회성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 깔딱 고개를 헐떡 헐떡거리며 오르다 보니 드디어 중간 목적지 1,496m 봉이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합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함께 온 일행들이 모여서 점심을 즐기고 있지만 거릴 그대로 지나칩니다. 
처음 따라온 산악회라 아는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점심을 행동식으로 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젊어서부터 보통 산꾼과 똑 같이 산에 오르는 것은 나에게는 몹시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랬거니 하고 늘 생각해 오다가 크고 무서운 병으로 입원하여 있을 때 종합검진을 받았더니 의사가 말하더군요. 숨차서 고생한 적이 없었는가? 그때 산을 좋아하면서도 선뜻 산악회를 따라 가기를 두려워했던 이유를 의사의 말을 통하여 분명히 알았던 거지요.
 
  
계방산 정상를 향해 하얀 눈길을 한 줄로 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나, 1,496봉의 헬기장에 옹기종기 모여서 점심을 하고 있는 정겨운 모습을 멀리서 보는 것은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림 같이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림으로나 그려야 만나볼 정도로 현실을 넘어선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 같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이 사진의 정밀도를 따를 수 없으니 ‘칼라 사진같이 아름답다’로 고쳐야 되지 않을까요? 
멀리서 보는 계방산 정상은 유난히 맑은 창공에 나무가 없이 부드러운 스카이라인을 긋고 있는데 검게 우뚝 선 것은 나무가 아닌 사람들이었습니다. 

*. 계방산 정상의 유감 
 드디어 나도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1,577m의 계방산 정상에 발자국을 딛습니다. 운두령에서 3.8km 거리입니다. 막힐 것 하나도 없는 정상에서 나의 디카와 캠코더에 그 찬란한 그림 같이 눈이 시도록 아름다다운 전망을 손 시림을 무릅쓰고 담고 또 담고 있었습니다. 
운두령의 초입에 있는 '계양산 숲탐방로 안내'에 소개하고 있던 산들을 말입니다.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 북쪽에 있는 홍천군 내면의 넓은 골짜기와 설악산(1708m)이 가물거리고, 동쪽으로는 노인봉(1,338.1m)과 대관령(이, 서쪽으로는 운두령 너머로 회령봉(1320m)과 태기산(1261.4m)을 조망할 수 있다." 

   
 원래 이곳은 동해바다 바람이 막힘없이 불어오는데다가 대륙의 편서풍이 맞부딪치는 곳이어서 바람과 눈비가 많다는 곳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추위라는 영하 9도의 날씨라서 호루라기나 휘파람 소리 같은소리를 내는 매서운 동풍을 각오하고 왔는데 날씨는 쾌청, 바람은 잔잔, 그래서 우리 모두의 불쾌지수는 제로입니다. 강원도에서 겨울이 가장 빨리 오고, 늦게 간다는 산이 계방산이라는데-. 
 
정상에는 표지석도 안내판도 없이 썰렁합니다. 나무 원판으로 뚝딱 만들어 놓은 성의 없는 이정표가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어느 누구의 발원인가 막돌로 쌓은 탑이 정상을 기념하게 하는데 이마저, 어울리지 않는 군부대의 알림판이 그 앞을 가리 막고 있습니다. 평창군 당국에게 묻고 싶습니다. 군의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것입니까? 무성의 한 것입니까? 아니면 자존심 정도는 외면한 것입니까? 

*. 하이힐을 신고 가는 하산길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고개삼거리로해서 가면 암릉을 타고 하산할 수도 있다지만 

 우리는 남쪽 윗삼거리로 5.2km의 능선을 타고 하산합니다. 능선은 바람으로 인해서 계곡보다 눈이 덜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이 능선은 계속 급경사의 길로 설악산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오는 눈길을 생각하게 하는 위험한 코스입니다
 준비해 간 네 발 아이젠은 조금만 가도 눈이 달라붙어 얼음처럼 단단해져서 등산화가 하이힐이 되고 맙니다. 죄 없는 나무에 털어도 돌에 두드려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등산회 회장 하는 말이 네발을 사되 배꼽아이젠을 사랍니다. 네발 가운데에 하나가 더 있는 아이젠은 절대로 들러 붙는 일이 없답니다.
그나마 없이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미끄러운 눈 쌓인 능선길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주차장이 보이는 지점에 오니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갑자기 박새들이 기겁을 하며 땅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커다란 매 한마리가 울창한 숲으로 날아든 것입니다. 모처럼만에 자연 조류들의 진귀한 세계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그러나 이 위험한 미끄럼판에 카메라를 들이댈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처음 만나는 고양산악인동우회 사람들과 처음 가보는 계방산 속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종일 생각해도 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왜 계방산(桂芳山)이라 했는가. 계수나무 桂(계), 꽃다울 芳(방)이란 무슨 뜻일까? 계수나무의 특이한 향기가 있다 해서 계방이라 하였는가. 아니면 달에 있다는 계수나무의 향기란 말인가. 
옛날에는 심마니나 다니던 오지에 있던 산이라서 이와 연관된 전설도 없어 궁금은 궁금증으로만 끝일 수밖에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