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향기 따라나선 빗속의 백운산(광양)


 

산행지 : 광양 백운산

일  시 : 2005. 3. 27(일)흐리고 비

산행자 : 꼭지와 해병대부부,히어리님과 코스모스님 일행,

         진맹익님과 퇴깽이님 총 10명

교  통 : 자가운전

 

09:20 동동 광양제철 수련원

10:00 노랭이재

10:30 억불봉갈림길 헬기장

12:40 백운산상봉

14:00 진틀

  

총 산행시간 : 4시간40분(10.3km)


 

이름그대로 흰구름이 머물며 품고 있는 산

바로 白雲山이다.

지리 주 능선에 서면 섬진강 멀리 흰 운무에 덮여서 가물가물 보일락 말락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던 백운산이 아니던가.

 

오래전부터 종주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대구에서는 멀기도 하고

차량회수가 늘 마음에 걸려 감히 시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순천의 희어리님이 차량회수는 물론이고 만발한 매화꽃구경까지

시켜주신다 하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으랴.

 

더군다나 희어리님의 산행기를 보니 동동에서 시작하여 억불봉에서 형제봉까지

종주하는데 거리가 21km 10시간 정도라 하니 해병대부부도 꼭지도 모두들

자신만만 끝까지 종주하겠다고 한다.

 

백운산 종주길.. 능선내내 하루종일 걸으며 바라보는 지리의 조망과 그 아래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

그 사이로 전해오는 매화향기를 맡으며 남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광양만을 바라본다면..

그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찌릿찌릿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코스모스님은 물론이고 진맹익님과 그 유명한 후배 퇴깽이(지리종주때 토끼처럼 잘 간다하여 진맹익님이

붙인 별명?)님까지 동참한다 하니 오랜만에 한산의 가족들까지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한 일이다.

특히나 지금은 매화꽃이 만발하다하니 백운산을 종주하기에 제일 좋은 시기가 아닌가.

 

하동 통케이트에 도착하니 새벽 5시30분

마음보다 자동차가 더 앞섰는지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고 만다.

진맹익님 일행이 도착하고 반가운 희어리님과 조우하여 다압면에서 코스님 일행과도 만나

그 유명하다던 청매실농원으로 향한다.

  

  

  

    

    

  

    

    

    

활짝핀 매화향기에 취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보니 어허 벌써 시간이 8시

부랴부랴 매화마을을 벗어나 백운산으로 향한다.

갑자기 하늘은 더욱 흐려지고 짓궂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좀 오다가 그치겠지.. 나 혼자 만의 생각일까..

 

종주를 위해서는 차량을 날머리인 성불사에 총 4대중 2대를 주차시켜두고

2대는 광양제철소수련원에 주차하면서 비도오고 하니 혹시나 싶어 탈출로인 진틀에

1대를 주차해두자고 했으나 여인네들이 모두 종주하겠다고 큰소리 빵빵치니 흠~~ 두고 봐야지~~@

 

수련원주차장에서 잠시 초입이 헷갈려 10여분 알바를 하고

수련원 건물 뒤편으로 초입에 이르니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빗줄기는 더욱 굵어진다.

  

 

시간은 9시 20분이 지나고 있으니 아마도 야간산행까지 감수해야 할 텐데

그때까지도 비가 내린다면 여인네들의 고생이 무척 심할 터라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비오는 날 영남알프스에서 죽을 고생을 해본 터라 비오는 날은 산행을 하지 않으려고

다짐을 했지만 세상사 늘 그렇듯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노랭이재에 올라서 잠간 휴식을 취하고 운무속 노란 억새 숲을 오르니

백운산 그 좋다던 조망은 안개속에 뭍혀지고

대신 빗줄기만 아련한 가슴을 적신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오르는 계단들이 모두 통나무대신 프라스틱을 재료로 한

인공물이다. 대부분이 지금은 부러지고 속의 쇠파이프가 튀어나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저것을 철거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산은 산대로 더 망가질 것은 물론이고

그대로 방치하면 아름다운 백운산이 오염될 것이고.. 쯔쯔~~

통나무같은 천연재료를 사용했더라면 그대로 썩어서 자연속의 흙이 될 터인데..

 

비 맞으며 쓸데없는 생각으로 중얼거리다보니

어~~ 벌써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헬기장이다. 그런데 진아우와 퇴깽이님은

펑~~ 하고 사라지는 산신령이 되었는지 어쨌는지 아예 시야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로 갔나싶어 물어보니 억불봉을 생략하고 안개속으로 신선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억불봉으로 가려면 서너개의 암봉을 넘어야 되고 갔다 오려면 시간도 40-50여분이

소요된다는 히어리님의 조언에 못이기는 척 포기하기로 한다.

 

하기야 지금 억불봉에 올라봐야 보이는 건 안개뿐일테니 아무런 의미도 없을테고

오히려 안 가는 게 잘됐다 싶기도 하니 이러한 아리송한 마음은

이른 새벽의 매화구경.. 섬진강 그 매화향기에 취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헬기장에서부터 상봉까지의 주 능선 어디를 둘러보아도 시계는 엉망이다.

안개속이지만 그나마 황금색의 억새숲이 멋진 풍경을 선물하고 있어

마음속에 약간의 위안이 된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도

운해속에 잠긴 선경 같은 지리의 마루금도 넓디넓은 광양만..

모두들 안개 속에 잠긴 체 가슴만 태우니 얄미운 빗줄기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억새숲을 헤치며 질퍽거리는 등로 따라 물 웅덩이를 피해 이러저리 발걸음을 옮긴다.

빗물에 온몸을 떨고 있는 산죽길을 지나서 약간의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널찍한 바위봉우리가 있는데 날씨만 좋으면 참으로 전망이 좋은 곳일 것 같다.

  

 

잠시 서서 늘 꼴찌를 도맡아하는 꼭지를 기다리며 운무에 잠긴 하늘로

원망의 눈길을 보내지만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묵묵부답

빗줄기만 더욱 굵게 날릴 뿐이다.

  

 

추위가 엄습하는 능선길에는 아직도 잔설이 봄비를 시셈하고

또 하나의 헬기장에 도착하니 이미 진아우와 퇴깽이님은 상봉에 도착했다 한다.

아직 정상까지는 1km 나 남았는데 코스모스님 일행과 희어리님도 흔적도 보이질 않으니 
 

더군다나 코스모스님은 밤새도록 찜질방에서 땀빼고도 잘 가는 것을 보면

역시“한산”의 진정한 산꾼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꼭지와 우리 일행은 언제

저러한 축지법을 쓰는 경지에 이를지 부러운 마음이 든다.

  

 

드디어 백운산 정상인 상봉이 저만치 운무에 가려 손짓한다.

진아우 일행이 추위에 달달 떨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한마디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심더 정상이나 찍고 그만 하산 하입시더”

이 비오는 날.. 어차피 기다리던 대답이 아니던가.

  

미끄러운 바위위로 로프를 잡고 겨우 정상에 오르니 겨울이 다시 오는 듯

비바람이 온몸을 때리고 추위가 엄습하여 오래 서 있기가 힘이 든다.

많은 산객들이 로프를 잡고 정상을 오르는데 겁많은 꼭지는 그만 포기하고 주저앉는다.

  

   

    

  

종주를 하던 정상을 찍던 그냥 내려가든 꼭지에겐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다.

기분좋으면 하루종일이라도 걷고, 다리 아프면 아무 때나 하산하고

오직 욕심없이“산행”그 자체만을 즐기는 꼭지야 말로 신선의 경지인가~~??

 

진틀하산길의 풍경은 비오는 날 꼭 바래봉에서 운봉 하산길처럼 아름답다.

멀리 형제봉능선으로 이름그대로 백운의 흰구름이 넘나들고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형제봉의 주 능선을 보면서

오늘 가면 언제 또 오려나 혼자만의 아쉬움을 남긴다.

 

    

 

계곡에서 흙투성이가 된 등산화를 대충 씻고 병암마을로 내려선다.

주인아주머니의 인심이 넉넉한 민박집에서 진수성찬의 때늦은 점심을 먹으며

비록 종주는 못했지만 매화향기에 취하고 하산주에 취하고.. 

  

이른 새벽부터 달려 나와 애쓰신 히어리님께 고마움을 전해드리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