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헤치고 산에 든다.

맑은 공기에 가슴이 시리다.

 

連日 내린 비에

草木과 바위는 촉촉이 젖었고

산길의 먼지는 가라앉았다.

 

好雨知時節 단비는 시절을 알고 있어

當春乃發生 봄을 맞아 내리니 만물이 싹트네.

隨風潛入夜 바람 따라 몰래 밤으로 숨어들어

潤物細無聲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신다.

 

겨울 끝자락의 나뭇가지에는

봄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곧 터질 것 같다.

 

산의 허리에 올라서자

비는 비로소 하얀 눈으로 변신한다.

"난 원래 눈이었어, 낮은 곳에서는 비로 보일뿐이야"

 

짐승 발자국만 새겨있는 하얀 눈길에

사람의 흔적이 없다.

Early Bird의 뿌듯함을 느끼며 홀로 걷는다.

"오늘 당신은 나의 산이라"

 

내려오는 길

범어사에 들려 靑梅花를 둘러본다.

“설중매는 두 달 전에 피었건만 너는 이제 시작하느냐?"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가슴은 돌이 되지만

오고야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봄이 오면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벚꽃길을 걸을 것이고

좋아하는 벗들과 땀 흘리며 진달래, 철쭉 산을 오를 것이다.

 

복사꽃, 살구꽃 피어난 봄밤에는

그대들과 함께 바람에 머리를 씻으며 즐기리니

잘 빚어진 술 한동이 앞에 놓고 詩라도 한수 지으며

世波에 시달려도 우리의 感情이 녹슬지 않았음을 한번 볼 것이다.

 

花徑不曾緣客掃 꽃길은 일찍이 손님을 위해 쓴 적은 없었지만

蓬門今始爲君開 싸리문은 오늘 처음 당신을 위해 열었노라.

 

天地生物之心의 봄을 기다리며

겨울과 봄 사이의 금정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