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에 몸을 내준 閑麗의 대해.

[ 비금도 그림산 ~ 선왕산 /신안]



2013. 4. 28 [일]


평택 JJ 46명




상암마을-99.9봉-그림산-죽치우실-전망대-선왕산-갈림길-149봉-하누넘해수욕장

[3시간 30분]

 

 

 

 

 

 




                   [짙게 내린 봄의 새벽을 뚫고]







사월의 샛바람 사이를 차갑게 빚는 시각, 암흑 속 어름어름 새벽기운이 와 닿으며 몸통을


   바싹 휘감아버린다. 길가에선 내리쏟는 가공된 붉은 불빛들이 그림자를 지어대며 봄놀이에


한창이다. 쇠창 부딪치는 소리 같은 날카로운 경적소리만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들쑥날쑥했던 사월의 삭풍이 그간의 흔적들을 모두 치우고 조용히 물러나 있다. 계절의


  여왕을 맞이하려나 보다. 해무 속에 피어나는 때 묻지 않은 한려의 속살이 봄빛을 맞으며


 투명하게 변해간다. 기지개를 쭉 한번 피며 친숙하게 차오르는 생생한 그 환희를 마음에


담는다.

 

 

 

 

 

 

 

 

 

 

 

 

 

 

 

 

 

 

 

 

 

 

 

 

 

 




                   [춘풍에 드리운 대해의 속살]




춘풍에 흔들리는 대해의 속살이 살며시 비춰진다. 그 속살은 긴 세월을 맞이하며 봄의


  길에 더욱 애틋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요히 허리춤을 살랑대며 옥수처럼 떠오르는


   섬들은 그 긴 세월에 몸을 의지하였기 여린 봄에 그들만의 삶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은빛방울 튕겨가며 시간을 낚고 있는 봄빛은 대해를 이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나겠지….

 

 

 

 

 

 

 

 

 

 

 

 

 

 

 

 

 

 

 

 

 

 

 

 

 

 

 

 

 

 

 

 





                     [기암괴석의 정석인 大運의 그림산을 향해서]





암봉의 장쾌함과 우람함에 봄빛이 놀라 허공에 머물러 있다. 그림산봉과 선왕산봉의


  위용이다. 그사이 괴기스럽게 우뚝 선 남풍받이의 암봉은 가히 가공할만하다. 대해 속


 불끈 솟은 번쩍이는 비금도의 魂인 듯하다. 마주선 절벽들이 쩌렁쩌렁 짖고 있다.

 

 

 

 

 

 

 

 

 

 

 

 

 

 

 

 

 

 

 

 

 

 

 

 

 

 

 

 

 





   춘풍에 몸을 내준 한려의 대해가 따스한 봄 햇살로 미역을 감는 중이다. 그 수면위로


반짝거리는 춤사위가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절로 명상에 빠져들게 한다. 봄의


지저귐이다. 고요히 찾아드는 해무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병풍처럼 두른 석벽이 유유히 흘러가는 봄바람을 가로막는다. 빛에 그을리어 붉게 반색된


염전과 옥수수 알갱이처럼 연하게 빛나는 섬들이 한 몸으로 빚어 대해를 감싼다. 잘 낚인


긴 세월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무 속에서 숭덩숭덩 뿜어내는 봄의 속삼임이 아련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그리움의 아지랑이 순간, 가슴에 담아내는 수묵빛 봄의 그림자 그 풍경이 생생해


                             집니다.」


                                 「수수히 피어나는 봄의 서정이라 할 수 있지요.」


                                 「자꾸만 겹쳐지는 봄의 미학이 가슴 속 깊게 물결칩니다.」

 

 

 

 

 

 

 

 

 

 

 

 

 

 

 

 

 

 

 

 

 

 

 

 

 

 

 

 

 

 

 

 

 

 

 

 

 






노을 져 있는 길을 타며 몇 구비 더 오르자 해초처럼 불끈 솟은 커다란 바위들이 빛을


막고 섰다. 되풀이되는 기다림이 과했던가. 나직하게 불어주던 해풍의 숨결도 차디찬


해무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꽃잎이 떨어진 채로 시간을 맞이하는 순간이 끝없는


기다림이 되려는가.

 

 

 

 

 

 

 

 

 

 

 

 

 

 

 

 

 

 

 

 

 

 

 

 

 

 

 

 

 

 

 

 

 

 

 

 







바위에 잿빛이 들어차지 않게 가늘고 야위어진 봄이 잠시 머무는 듯 배회하고 있다.


짧지만 물론 끝없이 출렁이는 생명의 시간도 있었다. 어둠속에서 지난 시간을 잊은 때도


 있었다. 그러기에 초록 빛살처럼 산산이 제 몸을 녹여 성숙된 봄의 시간으로 환생되었다.


그 풋풋함에 깊은 고요를 보낸다.

 

 

 

 

 

 

 

 

 

 

 

 

 

 

 

 

 

 

 

 

 

 

 

 

 

 

 

 

 

 

 

 

 

 

 

 

 

 

 

 

 

 

 

 

 

 







      비린내 짙게 풍기는 해무에 숨어버린 봄빛바다가 情恨처럼 다가온다. 이따금 가슴을


열면서 달려오는 창망한 물굽이가 아득히 멀어지는 춘풍을 몸 밖으로 밀쳐낸다.


저녁노을 속 같은 비릿함이 코끝을 에워싼다. 봄을 희롱하는 갈매기가 수평선을


그어가며 완연한 영역을 표시하고 있다. 물때가 하염없이 인다.

 

 

 

 

 

 

 

 

 

 

 

 

 

 

 

 

 

 

 

 

 

 

 

 

 

 

 

 

 

 

 

 

 

 

 

 

 

 

 

 

 

 

 

 

 

 

 

 

 

 

 

 

 

 

 

 

 

 

 

 

 

 

 





 

 



   깎아지른 수직의 암벽에 바다의 오랜 물살이 올곧이 배여 있다. 시간의 그물을 이어온 듯


촘촘한 그 모습을 보며 굳게 자란 노송에 이끼긴 세월을 보낸 영유한 흔적을 엿볼 수가


      있다. 빛에 번뜩이는 대해의 욕망이 한껏 부풀어진다. 쩔어내는 갯내음이 산정을 휘감는다.


아늑한 봄바다에 은빛이 깔깔댄다.

 

 





                                   「아늑한 섬과 섬들이 봄빛에 둘러싸여 봄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얀 바다위에 층층이 쌓인 봄의 퇴적층이 맑은 운기를 띠며 곱게 서리어 있습니다.」


                                   「천혜의 대운이며, 풍족한 봄의 양분이겠지요.」


                                   「情恨 풍경이 되어갑니다. 사그라지면 다시 피어나는저 구름 위의 봄소리가 찰랑찰랑


                                 넘쳐댑니다.」

 

 

 

 

 

 

 

 

 

 

 

 

 

 

 

 

 

 

 

 

 

 

 

 

 

 

 

 

 

 

 

 

 

 

 

 

 

 

 

 

 

 




 

 


                     [전망봉 ~ 선왕산 상봉에서]





            섬과 섬초밭 사이로 목가적인 풍경이 대해의 실루엣처럼 퍼져간다. 보이지 않는 바다의


길을 걸으며 바람이 휘몰이 하는 봄의 속 길을 무작정 걷는다. 망망한 물굽이가


       가로막는다. 눈 속에 비쳐드는 건 깊이 패인 수묵그림자 뿐. 어느새 새하얀 풍경처럼


덧붙는 시간에 흐르는 봄의 소리가 멈춰있다.

 

 

 

 

 

 

 

 

 

 

 

 

 

 

 

 

 

 

 

 

 

 

 

 

 

 

 

 

 

 

 

 

 

 

 

 

 

 








억겁의 세월에게 몸을 맡긴 대해의 순정이 넘쳐나고 있다. 이 산정과 섬들을 병풍삼아


헛헛한 속을 채우고 있다. 질긴 시간에 얽매이더라도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는 봄의


너울이 대해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 묵묵히….

 

 

 

 

 

 

 

 

 

 

 

 

 

 

 

 

 

 

 

 

 

 

 

 

 

 

 

 

 

 

 

 

 

 

 

 

 

 

 

 

 

 

 

 

 

 

 

 

 

 

 

 

 

 

 

 

 

 

 

 

 

 

 

 

 

 

 

 

 

 

 

 

 

 

 

 

 

 

 

 

 

 

 

 

 

 

 

 

 

 

 

 

 

 

 

 

 

 

 

 

 





 

 



         황토빛 기암절벽이 까무잡잡한 석벽으로 변해간다. 세월 따라 변해버린 말 못할 사연이


있어서인가. 그 위에 서 시선을 고정시킨다. 한적한 남풍을 타고 북적이는 바다를


          굽어보면 고고히 흐르는 봄의 시선이 천연한 가닥을 잡고 있다. 붐비는 바다가 춘평선을


          만들어낸다. 어김없이 찾아드는 悔恨이지만, 기억하는 순간, 그 시선에 잠겼었던 화려한


매치를 기다려본다.

 






                                       「빛이 솟는 눈부신 광경에 멀어지는 건 눈 속의 형상들입니다.」


                                       「그토록 서걱대던 빛살이 몸을 누운 채 고이 쉬고 있습니다.」


                                       「바람 끝에 몸을 뉘이며 고요히 외치는 봄의 숙정이 끝없이 묻어납니다.」


                                       「침묵순정! 그 끝은 어디까지인지….

 

 

 

 

 

 

 

 

 

 

 

 

 

 

 

 

 

 

 

 

 

 

 

 

 

 

 

 

 

 

 

 

 

 

 

 

 

 

 

 

 

 

 

 

 

 

 

 

 

 

 

 

 

  

 

 

 

 

 





                     [하누넘해수욕장]





부서지며 타오르는 파도의 숨결이 봄의 생명을 전해준다. 맑고 고운 향기를 가득담은 봄

선물꾸러미를 보내왔다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또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나간다.

고운 백사장이 마음을 다듬으며 말없이 지켜본다. 세파의 지친 한 짐을 안고 가는

그 뒷모습에 바람만이 소소히 불어대고 있다. 그리움에 눈을 감는다.

 

 

 

 

 



이 대해의 공간에서 묻어나는 실체는 먹먹한 그리움이다. 흰 바람의 돌개를 돌려대는


춘기의 갯바람은 어딘가를 끊임없이 떠가고 있다. 물론 산정을 휘돌기도 하면서. 결국


뭍의 한켠에 자리 잡고 사랑의 노래를 불러댄다. 空虛하게….

 

 

 

 

 

 

 

 

 

 

 

 





 

 


                    [명사십리해수욕장] 



반달처럼 빚어진 고운 활자모양의 백사가 신선하게 비춰진다. 만경과 같은 대해를 품은

명사십리해수욕장의 너른 품에 마음이 드넓어진다. 바삐 돌아가는 파도는 산산이

굴절되어 백합처럼 피어나 상춘의 멋을 알리기에 분주하다. 망망히 굽은 대해를

바라보며 저 편의 장천을 생각한다. 생각하다 못잊을 이름이여. 비․금․도

 

 

 



                           ❒❒❒


 

 



    창창하게 시작되어 화려하게 봄이 만개한 대해에는 봄 내음이 짙을 대로 짙었다. 햇살은


한 여름처럼 싱그럽고 빛 그림자는 초록으로 그려낸 듯 더욱 진하다. 구릿빛의 웅장한


   기암과 에머랄드 빛 담수호, 휘황 찬 바닷바람이 일렁이며 어우러지는 비금도의 풍경은


마치 보드라운 고급 융단 위를 수놓은 봄의 비경 같다. 산정에는 봄의 눈 붉은 꽃이요,


 바다에는 은빛 순백의 꽃이다. 그 어디에다 비할 것이요. 순간, 이별이 다가왔다.


아쉬운 듯 아무 말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