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4. 일.19산우회

  

10시 조금 전 소요산역 도착.

역사 앞을 나서자 군중 속

김회장이 반갑게 챙기는 손짓에 따라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손총무에게 출석 체크. 윤대장에게 회비 만원 내고.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웃에 사는 민수, 채규도 여기서 만나다.

  

전철로는 여기가 처음. 집에서 두어 시간 가량 걸린다.

사람들이 엄청나다.

전철 개통 후의 첫 단풍 시즌,

전철의 위력인가.

  

11시경 줄을 서서 매표소(입장료2000원) 통과.

일주문까지 이 주변이 단풍의 하이라이트.

  

오래 전부터 평일 한적하게 자주 다니던 곳인데

소요 자재(逍遙 自在)의 한자를 다르게 써야 할 판.

  

중대 상대를 거쳐 의상봉으로 가는 코스와 달리

이번 산행은 공주봉 의상봉 나한봉 선녀탕으로 코스가 잡혀 있다.

  

구절터에서 영범의 기체조로 몸을 풀고.

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참 좋은 체조다.

 

수많은 곳을 자전거로 달리고,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기는

상년의 얘기를 부러움으로 들으며

사람들 무리에 섞여 천천히 공주봉을 오르다.

 

불쑥 아이를 갖게 해 놓고

수행한다고 훌쩍 떠나버린 남정네를 찾아,

경주에서 이곳 그 천리 먼길을 천신만고 찾아 와서도

그 언저리만 빙빙 돌 수 밖에 없는 애틋한 아녀자의 그림이

안타깝게 떠오른다.

예나 이제나 사내들이란...

 

한땀을 흘리고

공주봉 정상에 염려하던 점심 먹을 공간을 신대장부인이

명당자리를 서둘러 잡아 놓았다.

  

볕살이 좋다.

빙 둘러 앉아 점심.

  

민수의 자가재배 가양주인 매실주가

차악 달라 붙는다.

승관의 복분자주도 한잔 보태고.

상년의 황태국도.

산 위에서는 좀체 맛보기 힘든 

배추에다 보쌈, 젓국까지 영세부인이 나눠 준다.

놀랍고 고맙다.

  

먹걸리 잔들도 돌고.

넉넉한 과일들도 먹으며, 커피로 마무리하고     

의상봉으로.

  

사람들이 많아 정상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나한봉으로 돌아 선녀탕쪽으로 하산.

줄지어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자재암을 둘러 보고.

손총무 덕에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6-7명이 먼저 가고.

약수물식당 2층에 메기매운탕으로 뒷풀이.

막걸리 소주로 가볍게 한 잔씩 하고.

한참을 얘기하다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일어서다.

  

지긋한 이런 분위기,

이런 느낌이 참 좋다. 

  

출발역부터 가득한 차안을 서서,

김회장과 이런저런 얘기하다 중간에 헤어지고

3번이나 바꿔 타고 집에 도착하니 거진 9시가 가깝다.

  

많은 사람들 속에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느긋하게 걸은 소요산행,

넉넉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늘을 위해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로 애써 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며.